매일매일 느껴라: 현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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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느껴라: 현세린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8.08.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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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LET)에서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다. 열일곱 살의 국가대표 상비군 소속 현세린이다. 그는 프로 대회에서 모든 참가 선수를 자신의 발아래 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지는 게 싫었던 아이
현세린은 초등학생 때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테니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6개월 정도 늦게 시작한 동생에게 진 이후로 다시는 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았다. 승부욕이 남다른 현세린에게는 테니스에 대한 흥미를 잃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 일이 일어나고 1년 후 아버지는 골프를 해보라고 권했다. 결국 테니스 라켓 대신 골프 클럽을 잡았다. 현세린의 말이다. “골프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전에 다니던 동네 연습장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죠. 선수가 되고자 하는 언니들과 오빠들만 있었어요. 또래 친구가 한 명도 없으니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그냥 연습만 열심히 했어요.” 그의 승부욕은 쟁쟁한 선배 선수들 앞에서도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다. 가끔 내기 골프를 하게 되면 아주 당연한 결과지만 그가 매번 졌다. “지는 게 싫어요. 서너 살 많은 언니들과 오빠들이라 평소에는 무서워서 궁금한게 있어도 선뜻 물어보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내기에서 지면 화가 났어요. 그때는 눈에 불을 켜고 연습 해서 그들을 이기고 싶었어요.”

강한 멘탈과 특별한 조언
현세린은 고등학교 1학년인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다. 그는 올해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끔 프로 대회에 초청을 받아 출전하고 있다. 올해는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에서 공동 20위에 올랐고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는 공동 54위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레이디스유러피언타일랜드챔피언십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1타 차 2위에 오르며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말이다. “솔직히 2위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첫날 3오버파 75타를 기록해서 떨어질 위기였거든요. 갑자기 오기가 생기더군요. 거기까지 가서 떨어지는 건 좀 아니잖아요. 다음 날 7언더 파를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합계 10언더파만 기록하고 그 후는 덤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그리고 그게 마음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중간에 리더 보드를 보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오로지 제 할 것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는 “지난 일은 더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말이죠.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경기를 치렀고 그것이 제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건 정말 강력한 표현이었다. 현세린이 말하는 자신의 약점은 체력 이다. 하지만 그 약점을 강한 정신력으로 커버한다고 했다. 그에게는 그동안 최고의 대회도 있었지만 최악의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코치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코치 선생님이 ‘항상 느껴라. 매일매일 느껴라’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느끼려고 합니다. 그럼 그건 어느 순간 제 골프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 일단 많이 당해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웃음)”

못해도 괜찮아!
그는 골프 할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긴장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뭔가 한마디씩 해주려고 하는데 다른 말은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고. “몸이 경직되어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제가 원하는 말을 항상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바로 ‘못해도 괜찮으니까 마음 편히 해’라는 말입니다. 그 말만 옆에서 해주면 됩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 선발전 때도 아버지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끝날 때까지.”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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