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북녘의 평양골프장 [Feature :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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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가는 북녘의 평양골프장 [Feature : 1712]
  • 김기찬
  • 승인 2017.12.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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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가는 북녘의 평양골프장 [Feature : 1712]


경성, 인천, 부산 등지와 같이 구한말 조선을 대표했던 평양에도 골프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평양골프장에 대한 자세한 실체를 공개한다.

평양은 역사적, 군사적, 경제적으로도 번영한 도시로 한반도 북부 지역의 중심지였다. 평양에 골프장이 건설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10월 28일 경성, 대구, 원산에 이어 네 번째로 만들어졌다.

9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골프장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후 70여 년이 지나 평양골프장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도서관, 고지도, 고 신문 등을 통해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그동안 문헌으로 스쳐 지나가던 평양골프장에 대해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발굴하게 됐다.

일본 철도부에서 발행한 일본골프장 안내 책자인 <골프인재팬>(1934)에 소개된 평양골프장 사진을 보며 골프장이 사진 속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평양부안내도를 찾으면서 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됐다. 을밀대에서 대동강을 내려다본 풍경 가운데가 지금의 대동강 능라도이고, 강 너머에는 일본군 평양 비행 제6연대가 자리 잡고 있던 지역이다. 평양골프장은 비행장 건물 너머 구릉지가 있던 곳에 자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양부안내도’ 지도에서 철도역 위에 원형으로 평양골프장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 평양골프장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평양역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평양골프장이 있었으며, 9홀로 경성골프구락부 코치였던 나카가미가 설계했다. 평양골프장은 당시 평양의 부윤(시장) 마쓰이(松井)에 의해 계획되었고 철도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마쓰이는 1924년 대구 부윤으로 있을 당시에도 대구골프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27년 5월 평양 부윤으로 부임해서도 평양골프장을 건설하는 데 이름을 올렸다.

또 1928년 10월 28일 골프장 개장식에는 이왕직 차관이던 시노다가 참석했다. 그는 1927년 5월부터 1928년 4월까지 영친왕을 보좌해 떠난 유럽 여행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골프에 대해 많은 견문을 쌓고 돌아온 인물로 경성 군자리골프장 건설에도 깊이 관련된 인물이다.

평양골프장은 대동강 너머 비행장 옆의 구릉지에 건설하다 보니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주변 풍경이 뛰어나 조선에서 조망이 제일이라 할 만큼 멋진 코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린은 모래로 되어 있었고, 1932년 일본 철도부에서 발행한 일본 골프장 안내 책자(1932)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어 1~2년 후에는 아주 좋은 코스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평양골프장은 회원제로 운영됐다. 골프장 건설에 관여한 철도 관계자들이 많아서인지 사무실은 평양철도호텔에 뒀다. 1931년 발간된 <조선 골프클럽 회원 리스트>에 따르면 당시 회원은 68명으로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조선인은 김풍진, 김용수 등이 있었다. 그 후에는 평양골프구락부를 대표할 만한 실력을 갖춘 조선인 김영건이 있었으나, 그는 월남해 경성골프구락부의 회원이 되었다. 평양골프구락부에서는 1938년 경성골프구락부 코치였던 연덕춘을 초청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골프 지도를 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양골프장은 개장 시 9홀(파33, 2545야드)이었지만 그 후 코스를 확장해 하나의 그린에 두 개의 티를 사용하며 18홀(파66, 5310야드)로 운영했다. 평양골프장 지도로 한 개의 홀에 티 박스를 두 개씩 만들어 운영하던 이중 티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1930년대 평양골프장에서 사용되던 스코어카드를 보면 1번홀은 파3홀이었지만 10번홀이 되었을 때는 파4홀이 되었고, 5번홀은 파4홀이었지만 14번홀이 되었을 때는 파3홀이 되어 아홉 개의 홀을 사용하면서도 기준 타수에 변화를 주어 코스 공략의 묘미를 더해주려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평양에는 평양골프구락부에서 운영하던 평양골프장 외에도 1928년 이전에 대동강변에 있던 일본 제당 공장의 직원들이 평양 근교에 골프 코스를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이와 관련된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리산 노고단에 골프장을 만들었던 레이놀즈 선교사가 1929년 평양의 경창리 평양신학교 인근 선교사 사택 주변에 9홀의 골프장을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이 또한 확인되지 않은 잊힌 평양의 골프장으로 남아 있다.

글_조상우 / 정리_인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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