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의 의미 [Feature :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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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의 의미 [Feature : 1708]
  • 김기찬
  • 승인 2017.08.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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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의 의미 [Feature : 1708]


골프에서 ‘핸디캡’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어떤 의미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핸디요? 한 열다섯 개 정도 될 것 같은데요!’

‘고객님, 우리 골프장에서는 15번홀이 가장 어려운 핸디캡 1번홀입니다.’

당신이 골퍼라면 아마도 두 표현 모두 자주 들어봤을 것이고 아주 익숙한 대화의 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핸디’라고 표현하는 것이 ‘핸디캡 인덱스(Handicap Index, 이하 핸디캡)’의 준말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요즘처럼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한두 개씩 생겨나는 마당에 준말을 쓰는 게 대수냐고 생각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자신만 편하고 상대와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그렇다.

프로 골퍼도 아니고 전문 방송인도 아닌데 라운딩(‘라운드’가 맞는 표현)이라고 하든 빠따(‘퍼터’가 맞는 표현)라고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다만 이렇게 말하면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의 플레이 경험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거나 조던 스피스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운운하는 건 그냥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핸디라는 표현도 문제지만 사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열다섯 개 정도’라는 게 더 부정확한 표현이다. 대부분 핸디캡을 자신이 기록한 스코어에서 72타를 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핸디캡은 골퍼의 ‘잠재적인 기량’까지 고려해 수치화한 것이다. 결코 단순한 뺄셈만으로 산정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잠재적인 기량? 그걸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서 부여한다는 것인가. 전지적인 능력을 갖춘 신이 판단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골퍼의 핸디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공표하고 있다. 먼저 코스 레이팅을 실시한 골프장에서 플레이한 스코어가 필요하다. 이때의 스코어는 다름 아닌 조정 스코어여야만 한다. 조정 스코어는 반드시 동반 플레이어의 평가가 있어야 하며 최소 다섯 개의 스코어가 필요하다. 이렇게 산정된 핸디캡은 USGA의 핸디캡 시스템 규정을 준수하는 골프장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골프협회(KGA)에서 공인받을 수 있다.

잠깐! 여기까지 읽고 책을 덮거나 다음 기사로 넘어가려고 한다는 걸 안다. 생소한 단어가 속출하고 ‘굳이 내가 이걸 알아서 뭐하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다음을 읽어보길 바란다. 더 친절하고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막 마음의 준비를 끝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미리 말해둘 것은 이번 기사에 사칙연산 따위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 이제는 그런 구시대적(?)인 방법은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릴 시기가 도래했으니까.

코스 레이팅과 코스 핸디캡

핸디캡을 이해하려면 ‘코스 레이팅’이나 ‘조정 스코어’ 등의 생경한 단어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코스 레이팅은 스크래치 골퍼(코스 핸디캡이 0인 골퍼)가 플레이할 때 거리가 각기 다른 티잉 그라운드에서 기록할 수 있는 스코어를 나타내는 수치다. 스코어카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스 레이팅’ 또는 ‘CR’이라고 표기된 곳에 소수점 한 자리까지 나와 있는 숫자가 있다. 바로 그것이 코스 레이팅 수치다. 여기에 간혹 ‘SR’이라고 명기된 것도 있다. 이것은 ‘슬로프 레이팅’으로 보기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코스의 난이도를 반영한 수치다. 요즘에는 코스 레이팅 값만 넣는 추세다.

코스 레이팅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바로 ‘핸디캡 스트로크 홀’이다. 흔히 우리가 ‘핸디캡 홀’이라고도 줄여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홀별 핸디캡은 대부분 골프장 자체적으로(주로 오너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정한다.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가장 어려운 핸디캡 1번홀”이란 표현이다. 플레이어도 골프장 캐디에게 “이 골프장의 핸디캡 1번홀이 어디예요?”라고 물어본다. 이때의 속뜻은 주로 “가장 어려운 홀이 몇 번홀인가요?”이다. 골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먼저 바로잡자면 핸디캡 1번홀은 어려운 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 핸디캐퍼와 로 핸디캐퍼의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홀을 의미한다. 반대로 핸디캡 18번홀은 그 차이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골프장 오너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핸디캡 1번홀은 주로 9번이나 18번홀로 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 홀이 가장 어려운 홀이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쓸데없는 자존심이다. 하지만 핸디캡 스트로크 홀은 그렇게 허술하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홀별 핸디캡을 결정하는 데는 별도의 기준과 공식이 있다. 예를 들어, 홀마다 핸디캡의 순번을 부여할 때 아웃 코스는 홀수로, 인 코스는 짝수로 해야 하며 시작과 마지막 홀에는 낮은 핸디캡을 지정하지 않는다. 골프장이 임의로 만들어놓은 핸디캡 스트로크 홀 때문에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골퍼에게까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핸디캡 스트로크 홀과 의미를 자주 혼동하는 것이 바로 ‘코스 핸디캡’이라는 용어다. 코스 핸디캡은 해당 코스의 난이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A라는 골프장에서 플레이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골퍼의 핸디캡 인덱스에 A골프장의 슬로프 레이팅을 적용한 수치를 가리켜 코스 핸디캡이라고 한다. A골프장의 난이도에 따른 해당 골퍼의 변환된 핸디캡이다. 따라서 같은 골퍼가 다른 골프장에서 플레이할 때는 그 코스에 맞게끔 자신의 코스 핸디캡이 재설정된다.

그럼 ‘조정 스코어’란 무엇일까. 조정 스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형평 타수 제한’이라는 용어를 알아야 한다. 형평 타수 제한은 골퍼의 수준에 맞게끔 타수를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크린 골프에서 일정 타수 이상을 기록할 때 다음 플레이어에게 순서가 넘어가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파4홀에서 평소 보기나 더블보기 정도만 기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특정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비정상적인 스코어를 기록했을 때 적정한 타수로 제한하는 것이다. 조정 스코어는 이런 형평 타수 제한에 의해 나온 스코어를 뜻한다.

앞서 핸디캡은 잠재적인 실력까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잠재적인 실력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조정 스코어다. 미래의 실력까지도 평가한다는 데서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이라 하겠다.

코스 핸디캡의 치트키

지금까지 생소한 용어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쓰느라 머리가 지끈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코스 핸디캡 산정 방식에 대한 셈법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골프를 하느니 수학자가 되겠다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에디터 역시 이과 출신은 아니기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게임에도 다양한 치트 키가 존재하듯 골프에도 골퍼들의 편의를 위한 치트 키가 존재한다.

그럼 이 치트 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테니 주변에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 이것은 요즘에 골퍼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흔해빠진 핸디캡 산정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다. 메이드 인 USGA의 ‘진(GHIN : 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진은 핸디캡 관리 프로그램으로 골퍼 자신이 직접 스코어를 등록함으로써 공인 핸디캡을 산출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나 자신의 핸디캡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 골프장에서의 코스 핸디캡으로 변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진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약 6000만 명의 골퍼가 스코어를 등록하고 있다. 6000만이라고? 그런데 우리는 왜 이 프로그램을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걸까? KGA가 USGA와 계약을 맺고 핸디캡을 산출하는 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부터다. 물론 KGA가 코스 레이팅과 관련한 시스템을 USGA로부터 받아들인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진 프로그램은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주로 이용해왔다. 현재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도 골프장 내장객의 핸디캡을 진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최근 들어 휴대폰으로 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골퍼의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진 프로그램은 공인 핸디캡 카드를 별도로 출력하지 않고 휴대폰 등 인터넷 접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골프장의 난이도에 맞게 자신의 목표 스코어(코스 핸디캡)를 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핸디캡 추이나 각종 데이터를 받아볼 수도 있어 유용하다. 무엇보다 월드 핸디캡 시스템(World Handicap System)이 2020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으로 핸디캡 산정이 가능하다.

현재 KGA의 회원사 골프장 중 코스 레이팅을 의뢰해 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골프장은 모두 198곳(올해 8월 기준)이며 그중 88곳이 유효값을 가지고 있다. 회원사 골프장은 아니지만 KGA에 코스 레이팅을 의뢰한 골프장도 10곳이나 된다. 일단 코스 레이팅이 이뤄진 골프장 중 진 프로그램의 사용 계약이 체결된 회원사 골프장을 통해 자신의 핸디캡을 발급받고 관리할 수 있다. 현재는 국내 19곳 정도가 진 프로그램을 시행해 핸디캡을 관리하고 있다.

KGA에서 회원사 골프장을 지원하고 핸디캡과 코스 레이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안형국 과장은 “진을 쓰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핸디캡 시스템의 보급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USGA 핸디캡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골프장은 늘고 있지만 아직 그 방법을 몰라 주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골프장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일반 골퍼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면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코스 레이팅이 필요한 이유

KGA는 골프장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코스 레이팅 전문 인력을 파견해 측정 및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춘천의 라비에벨컨트리클럽 듄스 코스는 KGA에 코스 레이팅을 요청했다. 코스 레이팅이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는지 지켜보기 위해 동행했다.

이른 시간부터 KGA 핸디캡분과위원회 전한진 부위원장을 비롯해 우영찬 사업처장, 전현지 전 국가 대표 코치 그리고 안형국 과장 등이 코스 레이팅에 참여했다. 그들은 각자 다른 티잉 그라운드에서 거리를 체크하며 코스의 난이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코스의 워터해저드나 나무, 각종 장해물 등이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메모하고 체크했다. 벙커의 위치나 깊이, 그린의 경사나 빠르기 등도 매서운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코스 레이팅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들이며 USGA의 핸디캡 시스템 기준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다. 습도가 무척 높은 더운 날씨였지만 그들이 카트에 앉아 이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코스에 대한 평가가 치밀하고 세밀하게 이뤄졌다.

KGA는 이날 평가를 바탕으로 며칠 후 골프장 측에 다양한 자료를 전달한다. 거기에는 코스 레이팅 및 슬로프 레이팅 산정 결과와 함께 코스 세팅에 대한 일반적인 보완 사항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USGA 코스 레이팅 시스템에 의해 측정이 시행된 공인 코스임을 알리는 인증서가 전달된다.

KGA에서는 신생 골프장의 경우 코스 레이팅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보고 있다. 5년이 지나고 다시 코스 레이팅을 진행하면 그때는 10년간 유효하다. 그렇다고 마냥 10년간 코스가 유효값을 유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사이에 코스의 레이아웃이 바뀌면 다시 코스 레이팅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

코스 레이팅을 반드시 받아야만 체육 시설 관련법에 의거해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코스 레이팅을 요청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는 건 어떤 이유일까.

안 과장은 “골프장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코스 레이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코스 레이팅을 왜 받아야 하고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궁극적으로는 핸디캡 문화를 정착시켜 누구나 동등하고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골프의 대중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 굳이 멀리서 해답을 찾을 필요도 없다. KGA가 골프장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코스 레이팅과 진 프로그램의 보급이야말로 골프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부디 골프장마다 이 핸디캡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지해 빠른 시간 안에 널리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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