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골프이야기 [Feature :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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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골프이야기 [Feature : 1703]
  • 김기찬
  • 승인 2017.03.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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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골프이야기 [Feature : 1703]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의 근원을 찾은 영화 <토미의 영광>.

올드 톰 모리스와 그의 아들 영 톰은 현대 골프의 여명기에 존재했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새 영화 <토미의 영광>을 통해 이들의 관계가 스크린에서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영화는 1800년대 후반기의 골프가 어땠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당시의 플레이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제 코스에서 촬영하는 대신 스코틀랜드 해안가의 목초지에 2홀을 건설했다. 눈 위에서의 플레이를 위해 빨갛게 칠해진 짧은 사각형의 철제 깃대와 골프공을 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물론 골프 팬들에게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제작진은 현재의 풍화된 회색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색깔을 지닌 영국왕립골프협회(R&A) 클럽하우스의 외형을 위해 아예 건물을 새로 지었다. 이들은 모든 장비의 제작을 위해 세인트앤드루스골프회사를 고용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로 시카고 투자회사의 설립자이자 콘웨이팜스골프클럽 회원이기도 한 키스 뱅크는 “세트에 배우들의 의상을 보관하는 트랙터 트레일러만도 세 대나 필요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우리는 세세한 점까지도 시대적 배경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기를 원했거든요.”

R&A의 명예 프로인 짐 파머가 주연 배우들(영 톰 역할은 ‘잭 로던’이, 올드 톰 역할은 ‘피터 뮬란’이 맡았다)의 훈련을 꼼꼼하게 지도했다. 파머는 “둘 다 골퍼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일을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고쳐야 할 어떠한 버릇도 없었기 때문이죠.”라고 전했다. “히커리 클럽을 들고 제대로 스윙을 하는 동작은 현대 골프의 스윙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두꺼운 가죽손잡이는 열 손가락 모두를 사용해 쥐어야 했고 샤프트가 워낙 무거웠기 때문에 헤드의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엄청나게 큰 몸통의 이동이 필요했고 골퍼가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기회를 얻기 위해 일관성이 없는 팔꿈치의 브레이크도 있어야 했습니다. 각각의 히커리 클럽은 저마다 두드러지게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골퍼의 체격과 스윙에 따라 특별하게 깎아 맞춰야 했지요. 볼은 거의 당구공 크기였어요. 아직 볼록한 표면이 똑바로 때려내기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 전이어서 정확히 중앙을 맞히지 않는다면 볼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죠.”

파머는 두 명의 로 핸디캐퍼 친구를 데리고 와서 조명을 설치하는 동안 ‘스윙 장면을 맡을 대역’으로 수배해 왔다. 하지만 연기에 어려움을 겪는 배우를 위해 ‘그럴듯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이들이 필요해지는 순간은 결국 오지 않았다.

파머는 특히 로던을 꼭 집어서 칭찬했다. “잭은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4~5시간이 지나자 바로 플레이하는 장면을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2007년 USGA 최고의 도서 상을 받은 케빈 쿡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이슨 코네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뱅크와 함께 공동 제작을 맡은 짐 크루이처가 코네리를 감독으로 지명했는데 그가 스코틀랜드 전통에 익숙하고 골프를 좋아하는 데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설적인 배우이기도 한 숀 코네리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라운드를 소화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제이슨은 <토미의 영광>을 사실상 골프 영화라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큰 잘못은 골프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골프를 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 때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는데 말이죠. 우리는 골프 경기의 결과가 메인 드라마가 되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사실, 영화 속의 많은 긴장 관계는 가족 간의 일인 동시에 외부 사람들과의 문제였다. 골프의 역사는 올드 톰과 영 톰이 통틀어 12번의 디오픈챔피언십 중 8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식으로 두 사람을 엮고 있지만 그들의 태도는 완전히 상반됐다. 올드 톰은 클럽 메이커이자 그린키퍼였고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 대해 확실히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영 톰은 타이거 우즈였다. 그는 장타자였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는데 대해 큰 보상을 받아냈다.

코네리는 “바로 프로 골프의 시작이었던 겁니다. 물론 관련 인물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유산을 남기게 될 것 인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도시에는 저마다의 최고수가 있었고 이들은 마치 권투선수들처럼 나섰습니다. 수천 명이 일을 마치고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나왔고 내기를 하고 싸움을 벌였죠. 시대물이 보통 역사적인 사건의 재현 장면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바깥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경향을 보이는 데 반해 우리는 역사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찍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골프 역사에 아주 중대한 의미를 지닌 몇몇 순간에 대한 묘사도 포함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골프백의 발명이다. 모든 클럽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던 영 톰이 활을 쏘는 궁사를 상대로 서커스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던 중 감정의 흔들림에 관한 단순한 논리를 깨닫는 장면도 있다. 영화 속에서 갤러리 로프를 최초로 사용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노스버릭에서 파크 형제를 상대로 벌였던 유별나게 떠들썩한 경기 도중 임시방편으로 첫선을 보인다.

<토미의 영광>은 오는 4월12일 미국내 30개 도시에서 개봉하고 골프 채널은 2019년 이후 이 영화의 판권을 확보, 방송할 수 있다. 꼭 챙겨 보시길 바란다.

* 천재의 탄생

영 톰 모리스(잭 로던 분)는 24세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디오픈챔피언십에서 네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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