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투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샤프트 '4대 천왕'

2023-08-02     김성준 기자

 

골프의 매력 중 하나는 투어 선수와 똑같은 장비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골퍼라도 원한다면 투어 선수와 같은 헤드와 샤프트 그리고 그립까지 사용할 수 있다.

투어 선수들은 높은 스윙 스피드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적절한 탄도와 낮은 백스핀을 만들 수 있는 프리미엄 샤프트를 사용한다. 프리미엄 샤프트는 더 좋은 재료와 최신 공법으로 프로 골퍼와 상급 아마추어 골퍼에게 어필한다.

현재 투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샤프트는 후지쿠라의 벤투스 시리즈, 트루템퍼의 해저더스 시리즈, 미쓰비시 케미컬의 텐세이 프로 시리즈, 그리고 그라파이트디자인의 투어AD 시리즈다.

이 샤프트들은 투어에서뿐만 아니라 완성 클럽에서 프리미엄 샤프트를 원하는 골퍼들이 선호하는 스페셜 오더 클럽과 애프터마켓 피팅 시장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샤프트다.

하지만 높은 성능을 가진 프리미엄 샤프트도 오해와 편견이 있다. 투어 선수들이 사용하는 샤프트로 명성을 얻다 보니 막연하게 ‘나에게는 너무 무겁거나 강한 샤프트’ 또는 ‘슬라이스를 더욱 악화시키는 샤프트’라는 편견을 갖는다. 물론 아마추어가 이런 편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부분의 투어용 프리미엄 샤프트는 샤프트의 팁이 단단하며 저탄도, 저스핀 샤프트라고 광고하며 스톡 샤프트와 프리미엄 샤프트에 똑같이 ‘스티프 플렉스(stiff flex)’로 표시되어 있어도 실제 강도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골퍼들은 제조사가 제시하는 대략적인 정보를 통해 샤프트의 스펙을 유추해야 한다. 골프 클럽 시장에 통용되는 표기는 표준화된 수치가 아니다. 

따라서 A라는 제조사에서 높은 탄도 샤프트라고 광고해도 B라는 제조사가 만드는 중간 탄도를 보이는 샤프트와 비슷한 론치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프리미엄 샤프트가 같은 조건에서 서로 어떤 론치 컨디션을 보여주는지 궁금했고 인천 송도에 위치한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에서 프리미엄 샤프트 4개(해저더스 블랙 GEN4, 벤투스 블랙 TR, 텐세이 오렌지 프로 1K, 투어AD CQ)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김광혁 선임연구원 주도하에 로봇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는 각 샤프트의 우열을 가리는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샤프트별 비거리와 분산도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테스트에 사용한 샤프트는 모두 60g대 스티프 강도로 표시된 모델(해저더스 샤프트는 6.0으로 표기)이며 헤드는 T사의 10도 로프트를 가진 드라이버 헤드를 사용했다. 스윙 스피드는 95마일과 102마일 두 가지로 테스트했으며 각 샤프트 제조사의 스티프 플렉스 권장 스윙 스피드의 평균을 고려해서 선정했다. 데이터 수집은 포어사이트 GC쿼드 론치 모니터를 사용했으며 각 샤프트와 스윙 스피드별로 5회씩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샤프트별 론치각에서는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102마일 테스트에서는 해저더스 블랙 GEN4 샤프트와 투어AD CQ샤프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론치각(각각 13.1도)을 보였다.

해저더스 블랙 샤프트는 전통적으로 매우 낮은 론치각을 만드는 강한 설계의 샤프트로 알려졌지만 4세대로 진화하면서 조금은 탄도를 높이는 설계로 변경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 그라파이트디자인 투어AD CQ 샤프트의 경우 그라파이트디자인이 제시하는 샤프트 성향 차트에서 높은 탄도 계열의 샤프트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높은 탄도를 예상할 수 있었다.

최고점에서도 투어AD CQ와 해저더스 블랙 GEN4 샤프트가 가장 높은 높이를 보였다. 또 95마일에서 102마일로 스윙 스피드를 높였을 때 최고점 차이는 투어AD CQ 샤프트가 가장 컸으며(6.2m) 벤투스 블랙 TR 샤프트가 가장 작았다(4.9m).

투어 선수들이 선호하는 샤프트답게 모든 샤프트의 백스핀은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95마일에서 102마일로 스피드를 올릴 경우 투어AD CQ 샤프트와 텐세이 오렌지 1K 샤프트의 백스핀이 비교적 높게 상승(투어AD CQ는 275rpm, 텐세이 오렌지 1K는 249rpm 증가)했으며 해저더스 블랙 GEN4와 벤투스 블랙 TR 샤프트는 140rpm대의 작은 상승을 보였다.

타깃 라인을 벗어난 정도를 말해주는 오프라인 수치에서는 모두 마이너스 값이 나오며 드로 성향이 나타났다. 이에 관해 김 연구원은 “테스트용으로 사용된 헤드는 드로 성향이 강한 헤드다. 샤프트도 구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헤드의 무게중심에 따라 구질 성향이 더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스윙 스피드에 따라 오프라인 수치의 차이가 가장 큰 샤프트는 텐세이 오렌지 프로 1K 샤프트였다. 95마일 스피드일 때 -15.8m를 기록했고 102마일로 스피드를 올렸을 때 -36.2m를 기록했다. 투어AD 샤프트 제조사 그라파이트디자인이 제시하는 샤프트 성향 차트에 따르면 투어AD CQ 샤프트는 드로 성향의 샤프트로 나와 있었지만 95마일 테스트에서 -12.8m, 102마일에서는 -30.8m를 보여 다른 샤프트에 비해 드로 구질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오히려 페이드 성향의 샤프트로 알려진 벤투스 블랙 TR 샤프트와 텐세이 오렌지 프로 1K 샤프트는 102마일 테스트에서 각각 -37m, -36.2m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은 드로 구질이 나타났다. 

로봇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볼 때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와 예상 밖의 결과가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팁과 버트가 매우 강해 저탄도 샤프트로 분류되는 벤투스 블랙 TR 샤프트와 텐세이 오렌지 프로 1K 샤프트는 4개의 샤프트 중에서도 특히 저탄도, 매우 낮은 스핀을 보여주었으며 해저더스 블랙 GEN4 샤프트와 투어AD CQ 샤프트는 비교적 높은 론치각과 최고점 그리고 낮은 백스핀을 보여주었다.

프리미엄 샤프트 중에서도 매우 낮은 스핀과 탄도를 보여주던 해저더스 블랙 시리즈 샤프트의 달라진 설계 방향을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페이드 성향으로 알려진 벤투스 블랙 TR 샤프트와 텐세이 오렌지 프로 1K 샤프트의 오프라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물론 골퍼는 로봇이 아니다. 로봇처럼 일정한 스윙으로 반복된 임팩트를 만들 수 없다. 또 로봇은 골퍼들의 전환 동작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는 만큼 실제로 샤프트를 사용했을 때 로봇이 보여주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골프 산업에서 표준화된 정보가 없는 만큼 제조사가 제시하는 한정된 정보만을 믿고 샤프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윙 로봇을 통해 프리미엄 샤프트의 성향을 테스트해본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다양한 정보를 필터링할 줄 알아야 한다. 광고 문구에 “팁이 강하고 낮은 탄도를 만드는 샤프트”라고 되어있더라도 편견의 늪에 빠지지 말고 다양한 샤프트를 직접 테스트해보며 최적의 론치 컨디션을 찾아보자. 

 

 사진_김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