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솔직함 뒤에 가려진 하나

2021-11-09     서민교 기자
사진=김시형

장하나는 솔직하다.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이 당당하다. 그래서 더 유니크하다. 

“개인 휴대전화으로 직접 연락 달라고 하네요.“

매니지먼트사 없이 투어 활동을 하고 있는 장하나의 인터뷰 요청을 위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예상은 했다. 그래도 설마? 역시 화끈했다. 보통 남자 선수들과 달리 대부분 여자 선수들은 개인 사생활 노출에 민감하다. 개인 휴대전화 넘버 공개를 꺼린다. 적어도 친분이 없다면. 투어 일정이 빼곡한 시즌 도중 인터뷰 섭외도 만만치 않다. 이동일까지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고작 월요일 하루다. 거두절미하고, 장하나는 시작부터 장하나스러웠다. 시원시원하고 ‘쿨’했단 얘기다.  

장하나를 그리면서 이미지를 떠올렸다. 조용한(?) KLPGA투어에서 당당하게 시끄러운 이슈 메이커, 머릿속에 지나가는 수많은 키워드 중 덜컥 잡힌 건 ‘걸 크러시’다. 그와의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여성스러운 스타일은 집어치웠다. 뉴욕 42번가 같은 어느 계단에 걸터앉아 스왜그를 뿜어냈다. 강남 역삼동 뒷골목 빈티지 건물 앞에서는 힙하게 포즈를 취했다. 골프장에서 보던 모습과 달랐던 건 하나다. 낯선 사람이 지나갈 때 고개를 숙이며 보인 수줍음이다. 그와 촬영을 이어가며 문뜩 궁금해진 건 그 안에 숨은 진짜 장하나의 모습이었다.

◇ 레이디 가가처럼

프로 무대는 냉혹하다. 투어에서는 라운드마다 성적표를 받는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성적순으로 나열되는 리더 보드는 잔혹하다. 무빙 데이에 코스가 아닌 집으로 가는 짐을 싸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매주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투어 선수들에게 여유란 없다. 그들에게 이미지 관리는 어쩌면 사치다. “웃으며 이미지 관리를 하고 즐기면서 한다고? 웃기지 마라. 코트는 전쟁터다. 난 항상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농구를 했다.” 과거 현역 시절, 지금은 방송인이 된 서장훈이 했던 말이다. 유독 안티팬이 많았던(지금은 그 수많은 안티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꺼낸 건 우리가 몰랐던 장하나를 꺼내 보이기 위함이다.  

장하나는 분명 매력적인 선수다. 골프 코스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화려한 샷에서 나오는 플레이는 화끈하다. 우승 후 세리머니는 더 후끈하다. 플레이 도중 터져 나오는 제스처는 과할 정도로 거침없다. 덕분에 열렬한 팬도, 지독한 안티팬도 많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선수라고 할까. 장하나도 알고 있다. “물론 안다. 안티가 없으면 스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고 느꼈기 때문에 괜찮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에 내상을 입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장하나는 언젠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안에서 솔직하고 싶은 자신을 찾았다. “‘너희들은 내가 특별해서 별나서 비웃지만 난 너희들이 특별하지 않고 별나지 않아서 비웃는 거야.’ 이 문구가 정말 좋다. 100% 공감한다. 세리머니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쟤 왜 저렇게 나대?’라고 느끼며 안티 글을 쓰시는 것 같다. 그런 분들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 않다. 열 명의 안티가 있고 나를 좋아해주는 분이 한 명 있다면 그 한 분을 위해 지금처럼 하고 싶다.”

프로 선수의 이미지는 때론 만들어진다. 최근 스포츠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쇼트트랙 스타 심석희나 배구 스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속아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장하나는 오히려 반대다. 골프 코스에 들어가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오직 경기에 몰입해 집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예민할 뿐이다.

“골프 선수도 사람이다. 감정을 억지로 숨기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한테 그러더라. 골프장에서 모습은 뭔가 많은 병사를 거느린 독단적인 개선장군 같은 느낌인데 골프장을 나오면 세상 여자 같다고. 감정 표현에 대한 자유를 추구하는 편이라서 골프장에서 세게 보일 뿐이지 진짜 내 모습은 잘 모른다. 난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운동선수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보수적인 골프계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어가 연달아 취소되다 세계 최초로 재개한 KLPGA투어가 주목받던 시기의 일이다. “스포츠 경기는 물론 공연도 모두 취소됐을 때다. 투어에 예쁘고 몸매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서 이슈가 됐다. 그때 연예부 기자들이 70명 이상 취재 문의를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덕분에 KLPGA투어가 더 알려졌다. 투어에는 골프 잘하는 선수만 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옷을 잘 입든지, 키가 훤칠하든지, 얼굴이 예쁘든지, 몸매가 좋든지, 나처럼 세리머니를 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든지. 다른 이미지의 선수들이 많으면 골프를 보는 재미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김연경 선수도 경기에 집중하다 욕도 하지 않나? 그런 게 인간적인 면인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먼저 비치는 한국 문화가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골프도 충분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장하나는 어머니의 여장부 같은 성격을 쏙 빼닮았다. 대학 동문이나 지인들 모임에서도 남들이 귀찮아하는 총무 일을 나서서 맡는다. 하지만 골프장 안 팎에서 그의 행동은 180도 다르다. 그와 친한 선수들은 “진짜 하나 언니는 프로페셔널하다. 골프장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 성격이 완전히 반대로 바뀐다”고 혀를 내두른다.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왁자지껄 떠들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회 기간에는 알코올을 입에도 안 대고 술자리에서도 맥주 한두 잔이 주량의 전부다. 낯선 사람은 불편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친한 사람 두셋이 모여 노는 걸 즐긴다. 새로운 사람 앞에서 말없이 앉아 있으면 기분이 언짢은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그런 불편한 상황이 생기는 게 싫단다.

“골프장에 있으면 뭘 해도 어색하지 않다. 골프 선수니까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골프장을 나오면 오히려 말도 없고 숫기도 없어진다. 골프 선수가 아닌 사람 장하나는 잘 모르니까, 행동에 더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나를 알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다르지?’ 싶을 정도로 정반대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세 개 계정을 사용하는 장하나는 세 가지 모습이다. 화장하는 걸 좋아해 메이크업 관련 이미지를 올린다. 메이크업 반전 틱톡으로 끼를 발산하기도 한다. 또 동물을 사랑해 강아지와 고양이를 올리는 계정이 따로 있다. 현재 강아지 다섯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포토그래퍼로 변하는 계정도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장비로 감각이 뛰어난 작품이 수두룩하다.

“요즘은 자기 PR를 많이 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한다. 양파 같은 매력이 있다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주더라. 옛날보다 훨씬 나에게는 좋은 시대인 것 같다(웃음).”  

그에게 다시 물었다. 진짜 장하나는 누군가? “솔직한 사람. 골프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나도 솔직하다. 그래서 팩폭(팩트 폭력)도 잘한다(웃음). 어떻게 보면 솔직함이 좋지 않은 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좋지 않은 것보다는 좋은 면이 더 많은 것 같다. 난 솔직함이 좋다. 가식 없는 삶, 그게 장하나다.” 그는 골프로도 인간적으로도 ‘솔직함이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슬며시 속삭였다.    

사진=김시형

◇ “아빠, 짐 싸서 가자”

2017년 5월. 장하나가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에 나서 눈물을 글썽였다. 약 2년 반의 짧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활동을 정리한 뒤 국내 복귀를 공식 선언한 날이다.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15년에 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6년 개막전인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LPGA 사상 최초로 파4홀 홀인원을 기록하더니 그해 3승을 수확했다. 이듬해 2월에도 우승을 추가해 LPGA투어 통산 4승을 쌓았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그가 불과 우승 3개월 만에 국내 복귀를 선언한 건 이례적이었다. 당시 그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세계 랭킹 1위를 하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더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더 즐거운 골프 인생을 살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의 선택은 진정한 행복이었다.

이후 4년이 훌쩍 지났다. 그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고민은 복귀하기 전해 12월부터 했다. 엄마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는 걸 겨울에 들었다. 엄마가 ‘괜찮다,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셨다. 그때 당장 한국으로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엄마가 더 힘드실까 봐 그냥 미국에 남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난 진짜 한국 돌아가도 괜찮다. 요즘 한국 투어도 대회가 많아졌다”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그럼 그래라.”

그는 고민도 없이 바로 유턴을 결정했다. 로레나오초아매치플레이가 열리던 때였다. “아빠, 짐 싸서 가자. 아예 정리해서 들어가자.” 당시 장하나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았다. 외로움 탓이었다. 어머니는 서울 반포에서 고깃집을 크게 했다. 직원도 18명이나 됐다. 외동딸인 장하나가 미국행을 결정하고 아버지가 동행했다. 어머니는 사업을 정리하고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했다. 혼자였다. “새로 이사한 집 주변이 다 숲이다. 장사만 40년을 하셨는데 강아지와 숲만 보고 집에만 계시니까 우울해지셨다. 연세 때문에 허리도 안 좋으셨다. 그런 엄마 때문에 돌아왔다.”

그의 결정에 후회는 없었을까. 장하나는 인생 좌우명을 꺼냈다. “항상 나 자신에게 말한다. ‘네가 결정한 일에 토 달지 말고 후회하지 마라.’ 인생 좌우명이기도 하다. 언제나 모든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 우승을 못해본 것도 아니고 세계 랭킹 상위권에도 올랐다. 충분히 만족하며 돌아왔고 후회는 없다.”

한국 생활이 만족스러운 건 미국 생활의 공허함도 한몫 거들었다. 그 역시 외로웠다. “미국에서는 워낙 이동 시간이 길어 일요일 우승을 하고 바로 그날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우승을 해도 우승한 느낌도 없다. 대회 또 대회만 기계적으로 하니까. 우승하고 숙소에 들어오면 공허하다고 해야 할까. 향수병처럼 오더라. 한식보다 양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난 그런 게 없을 줄 알았다. 마음의 공허함은 어쩔 수 없나 보더라.”

한국에서는 하루의 여유를 벌었다. 그가 바란 행복의 시간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는 일요일 우승하고 그날 저녁 친구들과 밥도 먹을 수 있고, 엄마와 함께 웃으면서 우승 축하 건배도 할 수 있으니까 좋다. 20대 중반에는 몸이 지쳐도 밀고 나가는 게 있었는데 이젠 월요일에 쉬지 않으면 너무 힘들 정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있다. 그런 하루의 여유가 더 소중한 것 같다. 엄마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다. 우울증은 거의 없어지셨다(웃음).”

국내 복귀 후 KLPGA투어를 평정할 것 같던 그는 그해 우승 없이 지나갔다. 복귀 첫해는 우승이나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사이 KLPGA투어 분위기도 달라졌다.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치다가 점점 더 지치더라. 어린 선수들과 나이 차도 많이 나고. 몸도 지치고 부상도 빨리 왔다. 이 선수들을 이기려면 내가 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2018년부터는 우승보다 행복을 생각하며 골프를 했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니까.”

이후 그는 4년 동안 KLPGA투어 7승(메이저 1승), LPGA투어 1승을 커리어에 더했다. 말 그대로 화려한 복귀다. 가장 달라진 건 노련함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다. 7년 동안 함께한 코치와 작별하고 지난해 12월 새롭게 출발했다. 운동 스타일부터 달라졌다. 무거운 웨이트 훈련도 줄였다. 스윙은 조금 더 심플하고 콤팩트하게 수정했다. “예전만큼의 스윙 스피드는 아니지만 그 정도 파워를 낼 수 있도록 조금씩 바꾸고 있다. 예전에 매 홀 90~100% 힘을 다 썼다면 지금은 딱 70% 힘으로만 툭툭 치는 것 같다. 샷이 편하고 쉬워졌다. 집중을 해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구분하니까 큰 실수도 줄었다.”

장하나에 대한 오해가 또 있다. 호쾌한 장타만 치는 선수라는 각인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언 샷이 뛰어난 선수다. 그를 만든 샷, 가장 자신 있는 무기가 궁금했다. 그는 ‘골프 센스’라고 했다. 샷에서도 ‘똑바로 치는’ 틀에 박힌 것을 거부했다.

“골프를 잘하는 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골프 센스가 좋다는 것이다. 7번 아이언으로 150야드만 치는 선수가 있고, 140야드와 160야드를 칠 줄 아는 선수가 있다. 똑같은 클럽으로 20야드를 조절해 치는 건 굉장히 힘들다. 그런 샷을 자유자재로 다양한 구질로 칠 수 있는 선수는 솔직히 몇 안 된다. 코치님이나 캐디 오빠들이 ‘구질을 만들어내는 샷 메이킹은 네가 진짜 원 톱’이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난 퍼터로도 드로와 페이드 구질을 다 만들 수 있다. 똑같은 언더파를 쳐도 힘들게 했는지, 치고 싶은 대로 쳐서 했는지 그런 게 샷을 만들어내는 능력인 것 같다.” 그는 장하나를 떠올리면 모든 클럽으로 모든 구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로 기억하길 바랐다.  

그의 골프는 지금 행복할까. “선수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골프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골프 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거다. 골프는 하루를 다 쓰는 스포츠다. 또 나흘 동안 이어진다. 너무 외롭고 고되다. 그런 골프장에서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나로 인해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재미있어 하는 거지 골프가 재미있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난 갤러리 흐름을 많이 타는 선수 중 한 명이고 갤러리가 있을 때 집중을 더 잘하는 편이다. 갤러리가 없어서 재미가 없어졌다. 굿 샷을 해도 모르겠고 갤러리 반응이 없으니 앞뒤 조 상황도 몰라 흐름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아쉽게 2위를 많이 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내년에 다시 갤러리가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더 좋은 성적도 나오지 않을까?”

사진=김시형

◇ 결혼은 인비 언니, 예능은 세리 언니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또 다른 인생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자로서. 장하나는 계획이 다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마무리되고, 또 새로 시작하는 계획. 마음먹은 대로 실천에 옮길 것 같은 그의 얘기를 들으며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는 현재 남자 친구가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혼 계획은 세웠다. “주변 사람들이 거의 결혼하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아서 나도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 서른셋?” 미래의 남편상도 정했다. 외모는 듬직한 마동석 스타일에 무인도에서도 그냥 살 수 있을 것 같은 김병만을 섞어놓은 것 같은 남자다. 가정적이고 아이를 낳으면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또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아는 장하나처럼 감정 표현에 솔직한 스타일이 더 끌린다고. 너무 순진하거나 ‘츤데레’는 특히 사절이다.

그가 꿈꾸는 결혼 생활도 살짝 엿들었다. 소박한 미래다. “진짜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같이 먹고사는 것만 걱정하지 않는 정도? 나도 벌고 있으니까 맞벌이로 월 300만원씩만 서로 벌어도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 내가 치킨을 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도 치킨을 사 들고 와서 서로 머쓱해하며 웃겨서 빵 터지는 그런 소박한 생활을 하고 싶다. 즉흥적으로 인천 앞바다에 가서 회도 먹고 오는 그런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사신다. 정말 웃기다.”  

그토록 설레는 결혼 생활을 그리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던 순간, 그는 “결혼하고 1년 정도만 딱 투어를 뛰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후 투어 1년을 뛰고 싶은 이유는 박인비 때문이다. “인비 언니가 정말 부럽더라. 형부가 워낙 착하고 인비 언니한테 헌신적이라는 소문이 많이 나 있기도 하지만,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함께 치는 것을 보면서 ‘와, 진짜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로서 저런 삶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그는 직장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에 넘어와 주말 갤러리로 참석 한 남편과 지역 맛집을 다니는 상상을 더했다. 그리고 다시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골프 인생을 길게 보고 싶지는 않다. 목표는 서른넷이다. 그해에 3승을 해도 떠날 것 같다. 만약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 해에 우승을 한다면 그 대회 인터뷰에서 이 우승을 마지막으로 끝이라고 딱 말할 거다. 그때 가서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지금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미국 투어를 접고 국내에 복귀한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현역 은퇴 후에도 장하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다. 골프장과 TV에서 둘 다. “가장 하고 싶은 플레잉 코치다. 주니어나 아마추어 골퍼보다는 투어 선수를 코치하고 싶다. 코스에 나가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상황별 레슨을 해주고 싶다. 또 (박)세리 언니처럼 방송도 하고 싶다. 해설이나 방송 레슨은 안 맞는 것 같다. 한번 해봤더니 말을 조심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예능 프로그램이 체질일 것 같다(웃음).” 흥과 끼를 발산한 세리머니에 일가견이 있는 장하나의 <세리머니 클럽> 시즌 2 예약이다. 

+나이_만 29세

+프로 데뷔_2010년

+후원_BC카드

+성적_프로 통산 20승(LPGA투어 5승, KLPGA투어 15승(메이저 4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