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에 세워진 인공 벽…이미림 칩인 이글의 ‘일등 공신’

2020-09-14     주미희 기자
이미림이

18번홀(파5)에 세워진 인공 벽이 이미림(30)의 메이저 대회 제패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18번홀(파5).

이미림은 두 번째 샷을 그린을 넘겨 그린 뒤쪽과 호수 사이에 세워진 인공 벽을 향하게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자리엔 인공 벽 대신 갤러리 스탠드가 있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열려 갤러리가 출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갤러리 스탠드를 없앴다. 대신 갤러리 스탠드가 있던 자리보다 더 앞당겨 이 인공 벽을 세웠다.

인공 벽이 없었다면 투온을 노리는 많은 선수가 그린 뒤쪽 물로 공을 빠트렸을 가능성이 컸지만, 인공 벽이 생기면서 18번홀은 두 번째로 쉬운 홀로 플레이 됐다.

이미림은 연습 라운드를 돌아보고 이 인공 벽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이미림은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18번홀에서 그린 뒤로 넘겨 어프로치로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연습 라운드 때 그 연습을 했고 그 공간을 활용하는 건 계획된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버디할 요량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기고 어프로치 샷을 했는데 이게 컵으로 쏙 들어가면서 칩인 이글을 잡아낸 이미림은 이 칩인 이글 덕분에 극적으로 연장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미림뿐만 아니라 브룩 헨더슨(캐나다) 역시 두 번째 샷으로 투온을 노렸다가 공이 인공 벽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는데 구제를 받은 뒤 어프로치 샷을 핀 1m 거리에 붙영 버디를 추가하고 연장전 진출에 성공했다.

김세영(27)도 "필요하다면 뒤쪽 벽을 쳐서 공이 튕겨 나가게끔 이용하려는 전략도 세웠다. 연습 때도 캐디와 핀 포지션에 따라서 벽을 맞혀도 되겠다고 얘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골프닷컴은 "ANA 인스피레이션 스폰서 로고를 위해 이 부자연스러운 방해물을 세웠다"고 지적했지만 결국 이 벽이 메이저 우승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넬리 코르다(미국)는 앞서 "솔직히 벽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이 그린을 둘러싸고 있어 아일랜드 그린처럼 멋진 모양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은 "인공 벽이 세워져 있어 조금 놀랐지만 스폰서 로고를 붙이기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