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에 글 기고한 유소연…“날 움직이는 원동력 우승 아니란 것 배워”

2020-06-25     주미희 기자
한국여자오픈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30)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Drive on' 캠페인에 참여하며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유소연은 "날 움직이는 원동력은 우승이 아닌, 타인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24일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글에 따르면, 유소연은 "어렸을 때, 나는 무엇을 선택하든 세계 1위가 되고 싶은 의욕이 있었다. 부모님은 특정한 길 대신 모든 종류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나는 음악, 미술, 요리, 스포츠 등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건 음악과 골프였다. 선생님은 부모님께 나와 여동생이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여동생 소명이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나도 잘하긴 했는데 그 정도로 잘했는지는 모르겠다"며 글을 풀어냈다.

유소연은 "나는 학교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우리가 홀 혹은 원에 퍼팅, 치핑으로 공을 넣는 등의 기술에 성공하면 햄버거를 주셨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했기 때문에 골프에 끌렸고 그 과정에서 내가 꽤 잘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골프를 시작한 다소 귀여운 계기를 공개했다.

골프와 음악 사이엔 많은 유사점이 있다. 유소연은 "둘 다 반복적인 동작의 강도 높은 연습이 필요하고, 장비의 숙달, 순차적인 움직임, 예술성과 상상력은 물론, 자신감과 확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둘 다 사랑했지만 유소연 인생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유소연은 골프를 선택했다. 음악보다 골프를 더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유소연은 그 이유를 "골프의 성공은 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라고 돌아봤다.

유소연은 "골프는 버디를 잡고 낮은 타수를 쓰면 우승한다. 숙련도와 기술은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음악에서의 성공은 큰 행운과 좋은 타이밍, 또 관객들의 변덕스러운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골프는 그 반대다. 스코어보드에는 '댓글' 섹션이 없다. 내 커리어를 좌우할 만한 평론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소연은 "하지만 10년 이상 전문적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 지금, 나는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우승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유소연은 지난 21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US 여자오픈 등 5개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우승했다. 또 2017년 박성현(27)과 함께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런 유소연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우승이 아니라니?

유소연은 "오해하진 말라. 경기 때마다 우승에 집중한다. 매주 티오프할 때 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LPGA 투어 5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고 언젠가는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고 싶다. 매일 내가 연습하며 꾸는 고매한 꿈들이다. 그러나 우승은 영혼의 동요를 일으키진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유소연은 "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한다. 돈은 물질적인 안정만을 제공한다. 골프에서 나는 일주일 동안 우승자, 1년 동안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러나 내가 마이어 푸드 뱅크, 호주 산불 구호, 코로나19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과 관련해 골프가 다른 사람의 삶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지속한다. 그것이 내게도 영감을 주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코로나19 관련 기금으로 기부할 계획이고, 2018년 마이어 LPGA 클래식 우승 때 상금도 마이어 푸드 뱅크에 기부했다. 올해 초 ISPS 한다 빅 오픈과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 상금 일부 역시 호주 산불 구호 기금을 전달했다.

LPGA는 "놀랍게 보일 수도 있지만 유소연으로선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유소연은 대중에게 발표하는 기부금보다 사적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며 유소연의 기부 활동을 호평한 바 있다.

유소연은 "엄마가 내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내 선택을 허락해줘서 고맙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선택에 자신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또 부모님은 다른 사람을 욕심 없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게 오늘날 나를 움직이는 것이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