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의 '극적인 놀이터'…'더그로브23' 코스 엿보기

2020-05-15     서민교 기자
게임의

“저쪽에 평지가 보이죠?” 

보비 위드는 멀리 수목한계선에 맞닿아 있는 수십만㎡의 초원을 가리킨다. 

“여기가 내 바다예요.”

미국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자신의 고객 마이클 조던을 위해 건설하는 최고급 골프 코스 더그로브23(The Grove XXIII). 위드는 거의 완공을 앞둔 클럽하우스 외부에 서서 시네콕힐스가 어떻게 이 코스의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예전에 감귤밭이었던 호브사운드 인근의 땅이 전형적인 사우스플로리다 평원이자 의심할 여지 없는 내륙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우선 클럽하우스가 있는 땅을 서서히 높이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코스를 관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여기서는 모든 걸 다 볼 수 있습니다.” 광활한 땅 그리고 홀 사이 모래와 풀로 뒤덮인 공간은 위드와 동료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몬티에게 롱아일랜드의 유명한 US오픈 대회 장소를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직감을 점검하기 위해 시네콕을 방문한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확증했다.

그 말이 맞았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더그로브23의 홀은 개발되지 않은 넓은 초지의 바다를 배경으로 감아 돌고 다시 풀려나간다. 유명한 스탠퍼드 화이트의 목조건물을 대체하는 현대식 디자인의 클럽하우스는 골프 코스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결코 시야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더그로브23(시카고 불스 시절 조던의 등 번호 상징)은 네 가지 9홀+9홀 조합을 만들거나 더 짧은 3~6홀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발한 두 개의 나선형 루트를 따라 꼬여 있다. 이러한 유연함의 비결은 그린과 티의 조합 그리고 4·13번홀 이후 배치된 교차형 통로에 있다.

예를 들어 4번홀 그린을 벗어나면 5번홀에서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도 있고 14번홀로 경로를 바꿔 반대 방향에서 라운드를 마칠 수도 있다. 이렇게 각각의 9홀을 구획별로 쪼갤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부 순환로를 따라 홈으로 돌아오지 않고 플레이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가능해 연장이나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홀의 임시변통 수단을 보강해준다. 

건축가는 자연의 끊어진 선이나 불규칙한 모양을 활용해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화려함을 보기 어렵다. 각각의 홀은 위드가 습지 서식지로 변모시킨 일련의 호수에서 끌어온 물로 둘러싸이고 다듬어졌다. 조던은 극적인 경기를 만들 수 있는 특징을 지닌 빠르고 단단한 코스를 원했다. 조던의 요구는 움푹 파인 구멍과 습지 너머 펼쳐진 넓은 페어웨이에 양보하고 낮게 깔린 그린에 녹였다. 위드는 골퍼들이 20야드 밖에서 퍼트를 하거나 7번 아이언으로 그린 위에 볼을 올리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낄낄거린다. 

새로 문을 열거나 리모델링하는 거의 모든 코스가 자연미 혹은 인공적으로 창출한 역사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데 비해 더그로브23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감각, 짧게 다듬은 풀, 세련미를 모두 꿰고 있다. 많은 구멍과 저지대, 샷을 끌어모으는 얕은 벙커가 가득한 위드의 ‘컬렉션 디자인’은 중력의 구심력을 유감없이 활용한다. 

15·16번홀은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는, 평온함과는 거리가 먼 홀이다. 파3 15번홀은 흙으로 다져진 둔덕을 가로질러 일부분이 가려진 그린으로 이어지고 그린은 모든 것을 오른쪽으로 튕겨내 깊이 파인 곳에서 칩 샷을 해야만 하는 구덩이로 몰아넣는다.

16번홀은 레귤러 티로부터 단 260야드 거리이지만 볼록하게 튀어나와 칩 샷이나 퍼팅한 볼을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보내버리는 퍼팅 그린과 홀로 향하는 루트를 분리해버리는 중앙 벙커의 선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비록 어떤 면에서는 제한을 받고 있지만 이 옛 농경지는 북쪽과 동쪽 경계에 접한 두 개의 깊은 관개 운하의 모습으로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제공한다.

야생

위드는 미국 골프에서는 가장 보기 드문 특징인 운하를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돌담과는 반대되는 버전의 길고 곧은 해저드 라인으로 사용하고 그 맞은편 둑 위에 좁은 티를 올려놓았다.

몬티는 “우리는 운하 너머 볼을 치도록 하는 것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라며 “하지만 일단 운하를 건너고 보니 차라리 반대편이 더 나았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코스 설계가의 최고 규칙은 그곳에 있는 것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완벽한 풍경으로 야생 풀, 모래 등성이, 그리고 멀리 작은 만이 보이는 시네콕힐스가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초원 사이로 운하가 흐르는 플로리다의 감귤 재배 지대가 그렇다. 

[글_데릭 덩컨 /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