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처음 골프채 잡는 박세리 “오거스타 시타 때 설레더라”

2019-07-03     주미희 기자

여자골프 전설 박세리(42)가 은퇴 후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는다.

박세리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설해원 레전드 매치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은퇴 후 처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박세리는 오는 9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에서 개최되는 설해원 레전드 매치에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줄리 잉스터(미국) 등 여자골프 레전드, 박성현, 렉시 톰슨(미국), 이민지(호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현역 선수들과 함께 자선 경기를 펼친다.

2016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뒤 약 3년 만에 필드로 돌아오는 것이다.

박세리는 "은퇴한 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첫 시타를 했을 때 선수 때의 긴장감, 설렘이 한 번에 와닿았다. 특히 소렌스탐, 오초아 등 현역 때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한 선수들과 같이 티샷 하다 보니까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골프에 무관심했던 게 설렘으로 인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돌아봤다.

박세리는 "골프채를 다시 잡으면 선수 때만큼의 욕심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행사는 좋은 의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선, 기부 행사가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또 은퇴한 선수가 현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자리가 많지 않는데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은퇴 후 골프채를 잡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골프 선수로서 후회 없을 때, 은퇴하고 나서도 미련 없을 때 그만두겠다고 생각하고 은퇴했다. 내 본업에 충실했고 모든 걸 쏟아부었고 은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골프가 그립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그동안 모든 걸 골프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까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역 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한 박세리는 "은퇴 후에는 클럽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감 찾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선수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하다 보니까 코스 공략이 많이 다르다. 선수 땐 항상 긴장하고 실수에 민감했다. 지금은 선수가 아니어서 그런 마음이 적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세리는 "현재 레전드 선수들이 골프 발전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기부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모아서 이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고, 또 현역 선수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의논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설해원 레전드 매치는 첫째 날인 21일엔 레전드 4인과 현역 선수 4인이 각각 한 명씩 2일 1조로 짝을 이뤄 포섬매치로 승리 팀을 가린다. 22일 둘째 날엔 레전드의 시타식을 시작으로 현역 선수 4인이 펼치는 스킨스 게임으로 진행된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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