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X] 잘 들어, 노친네가 솔직하게 말할 테니까

2019-06-04     인혜정 기자

 

나는 PGA투어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극소수의) 45세 이상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데 48세의 나이에도 놀라운 실력을 자랑하는 필 미컬슨을 제외하면 우리 같은 노장은 이름도 모를 것이다.

내가 처음 투어 카드를 획득했을 때에는 사진으로만 봐오던 베테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제는 36~37세만 돼도 늙은 축에 속한다. 나이 어린 선수가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주니어와 대학 골프가 발전하면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수가 많다. 그들은 투어에 합류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거둔다. 무엇보다 그들은 신체적, 기술적 발전이 돋보인다. 특히 비거리가 길어서 7400야드 코스에서도 드라이버, 웨지로 파4홀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파5홀에서는 2온이 우스운 일이다. 대표적인 선수인 저스틴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경의를 표한다.

투어에서 우리와 같은 노친네가 줄어든 것은 비단 경쟁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부상의 영향도 크다. 우리는 언제 부상을 당할 것인지 두려워하며 지낸다. 당연히 50개에 달하는 대회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출전하는 대회 수를 줄이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상위 30위권에 드는 선수가 아니고서야 부상을 피하기 위해 대회를 결장하지는 않는다.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분명 상금 랭킹이 내려가고 다음 시즌이 문제가 된다. 50위 밖으로 밀려나면 더 이상 일정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골프를 쉬고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투어 일정은 우리 같은 노친네에게 등골을 빼먹는 일이다. 항상 낯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장거리 비행도 끊이지 않는다. 이 일을 쉽게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일부 스타를 제외하고 프로 골프는 점차 스태미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 누가 쉬지 않고 매주 한결같이 탄탄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스템은 탄탄한 체력에 근거해 보상하도록 디자인된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그다지 멘토의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젊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돈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힌트를 주곤 한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고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은 아니다. 25세에 100만 달러(약 11억원)는 세상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쳐야 한다. 더욱이 5년 이내에 선수 생명이 끝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만일 웹닷컴투어로 내려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나이트클럽을 드나들고 다이아몬드 피어싱을 받느라 계약금을 한 달 만에 날려버린 미식축구나 야구 선수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에 비하면 스포츠 선수 중에서 골프 선수는 비교적 성숙한 자세를 유지하는 편이다. 젊은 선수들, 우리가 활동하는 투어를 이끌어가는 그들이 성숙한 자세를 유지하길 바란다.

글_미스터 X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