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의 이유 있는 넘버원

2019-04-29     고형승 기자

대한민국 골프장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지난 10년간 늘 익숙하게 봐오던 ‘C’로 시작하는 이름이 아닌 ‘W’로 시작하는 이름이 ‘1’이라는 숫자 옆에 놓인 것을 보는 게 무척 생소했다. 골프다이제스트 편집팀은 최종 집계된 이 놀라운 순위표를 받아 들고 우리의 최고 골프장이 ‘1’과 잘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아주 합당하고도 이유 있는 결과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2013년 개장한 웰링턴컨트리클럽 그리핀 코스와 그로부터 2년 후 모습을 드러낸 와이번 코스의 조합은 화룡점정이다. 이 환상적인 두 개의 코스로 웰링턴은 2017~2018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3위로 신규 진입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더니 2년 후엔 드디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00여 명의 코스 평가 위원이 개장한 지 갓 6년(그리핀 코스 기준)밖에 지나지 않은 이 골프장을 왜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장으로 선정했을까? 우리의 전문가 집단이 평가한 코멘트를 살펴보면 공통으로 반복되는 단어가 눈에 띈다. 그것은 바로 ‘완벽한 조화’다.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

웰링턴이 높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샷 가치’와 더불어 바로 ‘심미성’과 ‘디자인’이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페어웨이와 A러프(세미 러프), B러프 그리고 C러프(헤비 러프)로 구분되는 입체적인 선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티 샷을 한 다음 페어웨이로 걸어가면서 그린을 바라보면 마치 악보에 그려진 오르락내리락하는 음표처럼 다채로운 높이의 잔디를 볼 수 있다.  

잔디 길이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명문 골프장일수록 잔디 면에 의한 선형을 다층으로 만든다. 다양한 선형을 만든다는 건 잔디의 밀도가 정말 좋아야 가능하다. 소위 이빨 빠진 곳이 한 군데라도 있으면 보기 흉하기 때문. 따라서 코스 관리에 자신 있는 골프장만 그런 다층의 잔디를 선보일 수 있다.  

골프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함께한 권진영 코스팀장은 “그린과 페어웨이의 주변 선형에 의해 코스 난도는 다양한 조합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형 관리에 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심미성이 확실히 뛰어난 코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완벽한 비율과 비례를 찾기 위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웰링턴은 명문 프라이빗 골프장임에도 불구하고 콧대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인공미를 철저히 배제한 겸손한 골프장이다.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코스 관리 

지금의 넘버원 코스로 탄생한 것은 지난 2년간(베스트 코스 3위에 오른 2017년 이후) 권팀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직원이 기울여온 창조적인 사고와 노력에 기인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가며 한국 잔디(중지)의 페어웨이 전체에 서양 잔디(라이그래스)를 함께 생육하는 데 성공했다. 난지형 잔디인 중지와 한지형 잔디인 라이그래스의 생육 특성에 따른 극명한 차이를 집중과 조화를 통해 유지하고 있다.  

중지는 5월 중순부터 생육이 급격히 이뤄지고 8월까지 왕성하지만 라이그래스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 말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7~8월 사이에는 생육을 멈추고 겨우 숨을 붙인 상태로 버틴다. 이때의 밀도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 버티컷(Verticut : 수직 깎기)이나 코어링(Coring : 뽑아내기) 작업을 지속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업을 웰링턴은 매년 2~3회씩 시행하며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배수도 공사 초반부터 신경을 쓴 부분이다. 페어웨이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원활한 배수를 위해 엄청난 양의 암거(배수용 수로) 작업과 평균 15cm의 모래 포설을 통해 어떤 종류의 잔디에도 적합한 환경을 먼저 만들었다. 결국 페어웨이에 라이그래스 파종을 선택하는 데 문제가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른바 괜찮은 골프장의 조건이라고 한다면 그린 스피드를 빼놓을 수 없다. 웰링턴은 그린 스피드를 연중 10ft(3m) 이상으로 유지한다. 10ft가 그렇게 빠른 스피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중’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골프장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략적이고 재미있는 코스 세팅 

웰링턴이 개장 이후 고민해온 것 중 하나가 협소하다고 지적받아온 티잉 그라운드였다.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 확장 공사를 했다. 그리핀 7번홀과 와이번 2번홀 그리고 와이번 5번홀 티잉 그라운드를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넓히거나 뒤로 연장했다.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얼굴을 완전히 바꾸는 코스가 있다. 웰링턴 역시 같은 홀이라도 다양한 공략 루트를 가지고 있다.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루트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공략해서 좋은 스코어를 내야 하는 루트도 있다.  

웰링턴은 낙구 지점의 폭을 넓게 만들어 플레이 지역을 충분히 확보했다. 다만 플레이 지역 내 어떤 곳에서는 어렵게, 어떤 곳에서는 쉽게 플레이할 뿐이다. 실력이 좋은 골퍼는 어렵게 느껴지고 초보 골퍼에게는 쉽게 느껴진다. 또 실수한 골퍼에게는 충분한 벌이 주어지고 모험에 성공한 골퍼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준다.  

파5인 와이번 5번홀은 그린 주변을 계류와 연못이 둘러싸고 폭포가 운치를 더하고 있어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이글을 노려볼 수 있는 홀로 골퍼에게는 플레이 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제격인 아름다운 홀이다.  

그리핀 6번홀(파5)도 다양한 전략을 세워 플레이할 수 있다. 페어웨이 왼쪽에 연못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벙커도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홀의 난도를 높인다.   

인간미 느껴지는 최고의 서비스 

웰링턴은 효성이 소유한 골프장이다. 효성이 서비스업에 손을 댄 건 웰링턴이 처음이었다. 결국 이인호 대표를 비롯해 이주은 총괄 매니저와 김기웅 식음팀장, 권진영 코스팀장 등 골프장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만 불러 모았다. 직원 수는 캐디 포함 166명(정직원만 67명)에 불러 모았다.  

골프장 문을 열면서부터 그들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골프장으로 인정받는 것.  

웰링턴은 2017년 베스트 코스 3위에 오른 이후 세 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임직원 모두가 숙지했다. 그것은 바로 ‘경청’, ‘친절’, ‘겸손’이다. 골프장 현관을 지나면서부터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모든 직원의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외부 고객을 응대하는 골프장 직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웰링턴은 내부 고객(직원)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직원의 불평과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골프장을 방문하면 직원의 제스처가 아주 자연스럽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다음에 라운드 약속이 잡히면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그들은 항상 낮은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몸짓과 행동이란 걸 알아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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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조화. 우리의 코스 선정 위원들이 웰링턴을 표현하는 데 왜 그토록 ‘조화’를 강조했는지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가. 웰링턴은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미를 갖춘 골프장이다. 가식적이지 않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골프장이다. 아주 겸손한 골프장이다.  

웰링턴이 1위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프로 골퍼 출신 이주은 총괄 매니저가 한 말이다.  “제가 몸담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 1위로 선정됐다는 게 선수로 따지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이런 곳이 1위가 됐지?’라는 말이 절대 나오지 않게끔 전 직원이 노력할 거예요.”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