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의 지혜로운 생존법 [People :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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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의 지혜로운 생존법 [People : 1702]
  • 김기찬
  • 승인 2017.02.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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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의 지혜로운 생존법 [People : 1702]


우월한 골프 유전자를 지닌 이민지가 지난해 LPGA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변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통통 튀는 매력의 낙천주의자 이민지. 그녀가 털어놓는 투어 생존법에 대해.

지난해 12월 이민지가 LPGA투어 시즌을 마치고 한국을 찾았다.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참가 이후로 두 달 만의 방문이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계 교포인 이민지에게 한국은 특별한 곳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태어난 곳으로 그녀에겐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국에 오면 가장 즐거운 일이 한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어제도 한식 코스 요리를 먹었습니다.”

우리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뉴욕에서 열린 맨해튼클래식이 끝난 직후다. 당시 명랑하고 개구진 소녀의 모습으로 어딘가 엉뚱하고 독특해 보였다. 지금은 마음도 외모도 한층 성숙한 모습이다.

올해 프로 3년 차에 접어든 그녀는 매년 한 계단 한 계단씩 오르며 성장하고 있다. 데뷔 첫해 킹스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며 실력을 뽐냈다. 그해 29개 대회에 참가해 24개 대회에서 메이드 컷 했고, 일곱 번이나 톱10에 진입하며 상금 랭킹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는 2승을 추가하며 LPGA 상금 랭킹 12위로 완벽하게 투어 적응을 마쳤다.

그녀가 투어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경험’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주니어 시절 화려한 경력을 쌓으며 강심장을 키워왔다. 16세인 2012년에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과 2013년, 2014년에 호주여자아마추어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듬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투어 오츠빅토리안오픈에서 우승을 거뒀고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는 24위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녀는 말한다. “경험을 통해 지식보다 지혜를 얻는다고 하잖아요. 매 대회에서 노하우를 터득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면서 스스로 성숙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도전이 두렵지 않죠. 앞으로 더욱 단단하고 겸손한 민지가 될 겁니다.”



이번 촬영은 어땠나?

오랜만에 롤러스케이트를 신어봤는데 정말 식은땀이 났다. 운동신경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거의 골프웨어를 입고 촬영하는 편인데, 이렇게 예쁜 일상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색다르다. 지난해 4월 호주 골프다이제스트의 표지를 장식했는데 그때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변화된 내 모습을 지켜보는 건 항상 재미있다.

데뷔 첫해까지 거처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지난해 거주지는 정했는가?

첫해에 투어 활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의 집에서 지낸 적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미국 댈러스에 집을 렌트해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어머니와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최고다.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물론 가끔 말다툼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지 않은가. 심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된다. 나는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투어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혼자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독립? 글쎄. 아직 독립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자동차 렌트, 운전, 숙소 예약, 요리 등을 스스로 능숙하게 잘할 수 있을 때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2년 만에 통산 3승을 거뒀다. 우승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컨디션이 크게 좌우한다. 한 주 성적은 꼴찌를 기록할 수 있고 다음 한 주는 우승할 수도 있다. 매번 상황은 달라진다. 얼마나 코스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LPGA투어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투어 분위기는 뜨겁다. 서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내 성적이 향상되는 비결이라고도 하겠다.

주니어 시절부터 다양한 코스를 경험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가 있는가?

아무래도 우승했던 대회의 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블루베이LPGA가 열렸던 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의 지안레이크 블루베이골프클럽과 롯데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하와이 주 오아후의 코올리나골프클럽을 꼽을 수 있다. 두 코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골프 코스이고 버뮤다 잔디를 사용한 점이 비슷하다. 모든 코스는 항상 색다른 경험을 가져다준다. 나는 코스를 통해 아직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지난해 우승한 대회 이외에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스윙잉스커츠. 대회장이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머세드골프장이었는데 2012년 US여자아마추어대회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내가 우승했던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또 5월26일에 열린 LPGA볼빅챔피언십. 5월27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 주 내내 경기를 치렀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있는가?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하와이는 바다를 끼고 있어 휴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올해 하와이를 찾는다면 좀 더 일찍 가서 수영도 하고 여행을 즐길 작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을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대회장으로 바로 이동하느라 제대로 둘러볼 여유가 없었지만 다양한 컬러의 독특한 집이 멋스럽게 늘어서 있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지난해 3월에 열린 기아클래식 3라운드에서 ‘앨버트로스 홀인원’을 했는데 에피소드가 있는가?

아비애라골프코스 16번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인원을 했다. 그것도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것. 파4, 275야드의 홀이었는 데 5번 우드로 때린 티 샷이 그린을 향해 날아갔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그린이 보이지 않아 바로 확인하지는 못했고 그린에 도착했을 때 알아챘다. 얼떨떨했다. 태블릿 PC를 선물로 받았는데 우승한 것만큼이나 기뻤다.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코스는?

KPMG우먼스PGA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사마미시의 사할리컨트리클럽. 아주 유서 깊은 코스인데 양쪽으로 나무가 늘어서 있어 페어웨이가 비좁은 듯한 착시 현상을 유발했다. 티 샷 전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 홀이 많았다. 성적은 12위였지만 만족한다. 이곳에서 페이드 구질로 공략하거나 완전히 똑바로 쳐야 샷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올해 이곳에서 대회가 열리지 않아 다행이다.(웃음)

어떤 샷 구질을 선호하는가?

드로 구질을 좋아한다. 물론 페이드 구질도 구사할 수 있다.



평균 퍼트 순위가 2015년 23위, 지난해는 5위로 향상되었다. 비결이 있다면?

퍼트 기술이 특별히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퍼트를 잘하기 위해 기술적인 것 이외에 몇 가지를 시도했다. 평소에 스트로크를 빠르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감각이 떨어지더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가볍게 치려고 노력했다.

현재 신경 쓰고 있는 스윙 포인트가 있다면?

힙 회전이 빠른 편이다. 회전 속도를 조금 더 낮추고 싶다.

캐디 제이미 영과 올해도 함께 투어 생활을 하는가?

그렇지 않다. 올해부터 레스 루악(Les Luark)과 경기를 한다. 지난해 마지막 네 개 대회도 레스와 함께했다. 제이미와는 US오픈까지 호흡을 맞췄고 1년 반 정도 함께 생활하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레스를 만나게 되었다.

동생인 이민우가 US주니어오픈에서 우승을 거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아마추어 시절 우승했던 US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민우도 우승하다니. 남매가 나란히 우승한 일은 드물 것이다. 동생이 자랑스러웠다. 또 민우의 이름 앞에 항상 ‘이민지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아쉬웠다. 나는 동생이 그냥 ‘이민우’로 불리길 바랐는데 이번 기회로 민우의 이름을 알리게 돼 기쁘다. 트로피는 동생과 아주 잘 어울렸다.

동생과 어떤 부분이 닮았는가?

솔직히 얼굴은 많이 닮았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동생은 친구도 잘 사귀고 나보다 더 활발하다. 실력 부분에서는 한번 잘하면 그 기세를 쭉 타고 나가는 편이다. ‘줄버디’가 가능하다고 할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호주나 미국에서 한국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한 뒤 호주로 이민을 떠나 나를 낳았다.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직접 지어준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영어 이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올림픽에서 8언더파 276타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올림픽에 참가한 소감은 어땠나?

리우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다. 코스의 느낌이 좋았다. 러프가 없고 모래가 베이스로 깔린 코스 환경은 호주와 아주 비슷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메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아쉬웠지만 4일 동안의 노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스타일 포인트?

깔끔하면서 피트하게 떨어지는 코디를 선호한다. 옷을 잘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당당함이 생기는데, 이는 경기 때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올 시즌 목표는?

상금 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것. 그리고 메이저 대회에 집중할 예정이다. 내 스폰서 대회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 고향에서 주최하는 호주오픈, 어릴 때부터 로망이었던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LEE MINJEE 이민지 : 호주 퍼스 출생 / 1996년 5월27일생 /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소속 통산 3승 ( 블루베이LPGA(2016), 롯데챔피언십(2016), 킹스밀챔피언십(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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