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인 듯 초짜 아닌? [Digest :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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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인 듯 초짜 아닌? [Digest : 1612]
  • 김기찬
  • 승인 2016.1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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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인 듯 초짜 아닌? [Digest : 1612]

일러스트_이지오



초짜인 듯 초짜 아닌? 머리를 올리러 나간다고? 모든 게 어렵고, 낯설어 어리바리하다가 18홀이 끝나기 십상. 필드를 시종일관 웃음바다로 만든 초짜 티 팍팍 나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글_전민선

  1 손이 부끄러운 정산 티오프 시각은 오전 7시 55분. 우리는 7시에 만나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아침밥을 해결하기로 했다. 네 명의 아침 식사는 우거지 해장국으로 통일됐다. 쓰라린 속을 푸는 데 이만한 메뉴는 없으므로. 든든한 한 끼를 이렇게 챙겨 먹고는 얼른 아부성 멘트를 날려본다. “오늘 잘 부탁해. 머리 올리는 날이니까 오늘은 내가 쏜다!” 그리고 부리나케 계산대로 달려갔다. 신용카드를 내밀자 직원 왈. “회원님, 정산은 라운드 끝나고 하시면 됩니다. 티오프 몇 시세요?” 이를 지켜본 친구들은 뒤에서 벌써부터 초짜 티 낸다며 재밌다고 낄낄대고 있다.

  2 무식한 용감성 그린 위에서 동반자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들은 자신의 볼을 집어 마크하고 캐디에게 볼을 건네거나 스스로 라이를 보고 다시 볼을 내려놨다. 다음 홀 그린에서는 스스로 터득한, 고수 같아 보이는 이 행동을 해보리라 다짐했다. 드디어 다음 홀 그린! 동전을 활용해 볼 마크 후 캐디에게 볼을 주려는 찰나 한 동반자가 정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봐, 마크할 땐 볼 앞이 아니라 볼 뒤에 볼 마커를 놓아야 한다고! 페어플레이 정신 잊지 마.”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넘겼지만 정말 민망했다.

  3 자진 서비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구불구불한 업힐을 올라 탁 트인 전망의 골프장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웅장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클럽하우스. 이곳에 최대한 가까운 주차 공간이 어디 있나 매의 눈으로 살핀다. “저기다!” 여자들이 한눈에 반할 만한 완벽한 후진 주차를 해내고 트렁크에서 캐디백과 보스턴백을 꺼낸다. 한 손에는 캐디백, 다른 한 손에는 보스턴백을 들고 클럽하우스 출입문으로 향하려는 순간! 백 보이가 헐레벌떡 나를 향해 뛰어온다. “회원님, 가방 주세요. 차 이곳에 대시면 저희가 내려드릴 텐데.” 재빨리 출입문 주변을 둘러봤다. 하나같이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연다. 자연스럽게 백 보이가 캐디백과 보스턴백을 내린다. 그제야 차 주인은 유유히 주차장으로 사라진다. 도저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4 하염없는 기다림 첫술에 배부른 성적을 거둘 수는 없는 법. 열에 한 번 나의 볼이 동반자보다 멀리 날아갈까 말까였다. 첫 티 샷이 핀으로부터 가장 먼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그게 문제였다. 핀으로부터 먼 사람이 먼저 쳐야 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티잉 그라운드에서 친 순서대로 다음 샷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이 룰은 1번홀에서 배웠다. 3번 타자였던 내가 세컨드 샷 지점에서 1, 2번 타자가 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친구들이 크게 호통을 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야, 인마! 안 치고 뭐해? 벌써 티 박스에 다음 팀 대기하고 있잖아!”

  5 용감함 녀석 오랜만에 철퍼덕거리지 않고 그린에 볼을 올렸다며 뿌듯해하려는 찰나, 한 동반자가 외친다. “남의 집으로 보내면 어떻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투 그린이라는 것을. ‘그럼 그렇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터벅터벅 걸어 남의 집에 올라섰다.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어프로치 샷을 구사했다. 결과는? 핀에 가까운 내 집 그린에 안착. 당연히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얼굴이 하얗게 질린 동반자들과 캐디가 보였다. “야! 그린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면 어떻게 해? 캐디님, 정말 죄송해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죄인 같은 느낌이었다. 그 일이 벌어진 후, 온화하고 친절한 캐디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다.

  6 더없이 귀한 물

몇 홀 전부터 눈에 거슬린 게 있었다. 바로 카트 뒤에 매달린 물이 가득 차 있는 바스켓 때문. 전날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아이러니하다 싶었다. 한 홀 건너 양파를 기록하며 캐디의 진을 빼놓아 미안하던 찰나에 ‘착한 척’ 하기에 이만한 건 없지 싶어 다음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캐디님, 여기에 왜 물이 한가득이죠? 제가 비워드릴게요!” 그러고는 잽싸게 그 물을 잔디에 쏟아부었다. 그러자 캐디를 포함, 모두는 예상 밖의 리액션을 보였다. 하나같이 황당한 표정에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그 물은 땅이나 잔디, 모래와의 마찰로 지저분해진 웨지 그루브 등을 닦기 위한 물이라는 걸 그때까지는 몰랐다.

  7 아이언도 드라이버도 아닌??? 나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는 1번홀 티 박스에 서있다. 지인들의 배려로 마지막 타자로 등장했지만 긴장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캐디가 건네준 드라이버를 잡고 레슨 프로에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배운 에이밍이라는 것을 해본다. 그리고 왼발 안쪽에 볼이 오게 서고, 그립을 잡는다. 이제 클럽을 휘두르는 일만 남았다. 그때 한 친구가 놀란 눈을 하고는 “진짜 생초보네. 티를 꽂고 볼을 올려야지. 티 없어?”라며 “설마 스크린 골프에 익숙해 티가 절로 올라올 줄 알았던 건 아니지?”라고 망신을 줬다. 너무나 창피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8 참혹한 순간 첫 라운드에 대비해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5,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롱 티를 챙겼어야 했음을 알게 됐다. 다행히 캐디가 준비해둔 티를 내줘 무사히 첫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그리고 마주한 파3, 5번홀. 캐디에게 피칭 웨지를 요청해 건네받고 어드레스를 취했다. 1온을 목표로 연습 스윙을 시도했다. 그때 한 동반자 왈, “이봐! 롱 티 꽂고 아이언 샷 하려고? 쇼트 티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부랴부랴 쇼트 티를 꺼내 건넨다. 창피한 마음에 서둘러 티를 꽂고 급하게 샷을 했더니 토핑이 났다. 그때의 상황을 ‘참혹했다’는 표현으로 묘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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