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단골 코스’ 오크힐의 변화 [PGA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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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단골 코스’ 오크힐의 변화 [PGA챔피언십]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5.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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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까지 이어지는 시야. 2019년 이스트 코스를 리모델링하기 전까지는 2번홀(전면)과 3번홀, 그리고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시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올해 PGA챔피언십 개최를 맞아 이 유서 깊은 코스의 리모델링을 맡은 사람은 지금 최고 상종가를 달리는 신진 골프 코스 설계가다. 글_데릭 덩컨(Derek Duncan)

 

이제 5월이 되면 뉴욕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오크힐은 네 번째 PGA챔피언십을 열면서 지난해 개최지인 서던힐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를 많이 개최한 곳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선수들이 올해 보게 될 코스에서는 PGA챔피언십도, 그 어떤 메이저 챔피언십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코스는 사라졌다. 

2019년 골프장 측은 단기간에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코스 설계가로 부상한 45살의 앤드루 그린에게 이스트 코스를 거의 전체적으로 재단장하는 작업을 의뢰했다. 도널드 로스가 설계한 이스트 코스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면서 미국 공원 스타일 코스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활엽수들 사이를 지나는 튼튼한 통로 같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밝은 흰색 벙커들 사이에서 솟구치는 경사진 그린 등은 이곳의 특징이었다. 

오크힐은 독립적으로 두드러지는 홀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채로운 나무와 무성한 잔디, 그림자와 빛의 조화, 높이 솟은 퍼팅면 등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1989년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2년 연속 US오픈 챔피언으로 등극하던 순간이나 1995년 라이더컵에서 미국 팀의 가슴 아픈 패배, 2003년 PGA챔피언십에서 숀 미킬이 18번홀에서 놀라운 7번 아이언 샷을 5cm 앞까지 보내 우승을 쟁취한 순간에도 변함없이 푸른 배경으로 남아 있었다.

앤드루 그린은 오크힐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는 모든 그린 콤플렉스와 페어웨이, 그리고 착지 지역을 리모델링해 로스의 오리지널 코스가 지녔던 특징들, 그리고 70년이라는 세월과 설계의 변경에 따라 의도적이거나 의도치 않게 사라졌던 이스트 코스의 널찍한 공간을 부활시켰다. 

로스가 거의 허허벌판에 가까운 농지에 골프 코스를 만들었을 때(하지만 나무가 몇 그루 없던 그때 당시에도 이미 이 부지는 오크힐이라 불렸다) 홀은 널찍했고, 그린은 구획이 분명하면서도 주변이 넓었으며, 벙커는 깊고 자연스러웠다. 그린의 리모델링은 페어웨이 너비를 되살려서 오크힐의 이런 모습을 다시 이끌어냈고, 수천 그루의 참나무와 느릅나무, 단풍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를 제거함으로써 여기서 마지막으로 열린 PGA챔피언십 당시에 제이슨 더프너가 짐 퓨릭을 물리친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세 홀을 새로 만들었고, 티잉 에어리어를 확장할 200야드의 공간을 찾아내서 챔피언십 티의 길이를 7400야드에 근접한 수준으로 늘려놓았다.

고고학적인 발굴. 앤드루 그린은 현장에서 빛을 발하며 자료 조사도 철저히 하는 코스 설계가로 알려져 있다.
고고학적인 발굴. 앤드루 그린은 현장에서 빛을 발하며 자료 조사도 철저히 하는 코스 설계가로 알려져 있다.

오크힐은 리모델링을 했다기보다 거의 역설계(逆設計) 작업을 통해 시청자들과 대부분 선수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전 대회에서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드라이버 샷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구사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페어웨이 벙커와 수직에 가까운 높은 턱을 피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높은 탄도의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벙커와 물을 넘어가는 것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진입 부분을 대체로 낮추고 페널티 에어리어(워터해저드)는 측면으로 분산했다. 더 극적인 변화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옛날의 사진을 참고해서 복원한 코스의 외관이다. 공격적이고 가파른 벙커들은 확연히 노출된 퍼팅면과 수평선에 그림자를 드리워 극명한 명암의 대비를 이룬다. 

“우리의 작업에는 어느 정도 거칠고 대담한 요소가 있는데, 그건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약간의 위압감을 안겨주고 까다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린은 말했다. “벙커들은 확실히 깊고 가파르며, 만약에 빠질 경우 볼을 타깃까지 보낼 수 없는 페어웨이 벙커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곳들은 몇몇 선수를 전략적인 고민에 빠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크힐은 많은 이가 메이저 챔피언십 코스의 전형으로 여겼던 곳인데, 왜 이렇게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했을까?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100대 코스 랭킹에서 11위와 27위 사이를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온 코스를 왜 바꾸려고 한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1968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해에 리 트레비노는 오크힐에서 총 275타로 US오픈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어려운 골프가 높이 평가되고, 너무 쉬운 코스로 낙인찍힐 경우 유명한 클럽의 관계자들이 밤잠을 설치던 시절이었다. 투어에 진출한 지 겨우 2년 차였던 트레비노는 US오픈 최저타뿐만 아니라 1~4라운드에서 모두 60대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그때까지 아무도 달성한 적 없는 엄청난 업적이었다. 

앞으로 메이저 대회 개최 명단에서 이스트 코스가 제외될 것을 염려한 오크힐은 선수에서 설계가로 변신한 조지 파지오와 그의 조카이자 파트너였던 톰 파지오에게 이스트 코스의 난도를 높여줄 것을 의뢰했다. 그때가 1976년이었다. “오크힐이 최고의 선수들에게 제시하지 못한 한 가지가 바로 스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아주 위협적인 홀이었다.” 그 당시에 한 클럽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보기는 어느 홀에서나 나올 수 있지만, 더블이나 트리플 보기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홀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스코어카드에 트리플 보기의 위협을 더하기 위해 파지오 팀은 오크힐의 레이아웃 순서를 조정하고 몇 홀을 새로 만들었다. 6개의 벙커가 에워싸고 있는 형국의 독특한 파3홀이었던 로스의 6번홀이 혼잡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1968년 US오픈에서 배제되고 4번홀의 그린 위쪽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끄트머리의 더 길지만 평범한 파3홀로 대체됐다(이곳은 5번홀이 됐다). 

그리고 파지오 팀은 다시 10년 전에 대체됐던 파3홀을 폐기하고, 로스의 긴 파4인 6번홀(당시의 번호)을 두 홀로 나눴다. 중간 길이의 파4인 5번홀은 앨런 개울이 휘어지는 지점에 높이 솟은 작은 그린이 특징이며, 중간 길이의 파3인 6번홀도 높이 솟은 작은 그린이 같은 개울을 향해 왼쪽으로 길게 내려간다. 두 사람은 파3인 15번홀을 새로 만들고 그린을 한참 오른쪽으로 옮긴 다음 연못을 추가했으며, 18번홀의 그린은 클럽하우스에서 멀리 앞쪽으로 옮겼다. 

이런 변화 덕분에 오크힐은 1980년 PGA챔피언십을 유치할 수 있었고, 그들이 요구했던 대로 이스트 코스는 더 가혹해졌지만, 잭 니클라우스에게만은 그렇지 않았는지 그는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하며 7타 차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새로 조성된 홀들은 나머지 디자인과 어우러지지 못했다. 대부분의 회원은 그 홀들이 코스의 품격을 저하시켰다고 생각했다. 

재결합. 긴 파4 6번홀을 도널드 로스가 원래 의도했던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다.
재결합. 긴 파4 6번홀을 도널드 로스가 원래 의도했던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다.

그럼에도 오크힐은 그 상태를 계속 유지했지만, 2013년 PGA챔피언십에서 낙후된 그린의 상태가 노출되면서 다시 한번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파지오 팀이 만들었던 홀들의 개선도 작업 명세서에 포함됐다. 골프장은 1988년 PGA챔피언십 우승자이자 로체스터 출신으로 이스트 코스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제프 슬러먼에게 재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 설계위원회에서 최고의 설계가와 리노베이션 전문가들의 제안서를 검토했고, 슈퍼인텐던트인 제프 코코랜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코스 건설업체 맥도널드&선즈에 근무하다가 독립한 비교적 무명의 설계가인 그린도 면접을 봤다. 젊은 설계가에게 오크힐의 프로젝트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그린은 열정을 불태웠다. 

“그린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설계검토위원회 앞에서 선보인 프레젠테이션 때문이었다.” 1980년대 초부터 이곳의 회원으로 활동해온 제임스 메이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의 제안서는 단순히 잃어버린 홀을 부활하고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그는 예전의 사진들 그리고 로스가 남긴 현장 메모와 도표 등을 이용해 각각의 홀이 이스트 코스의 원래 의도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 보여줬다. 

오크힐은 로스가 가장 야심 차게 작업한 코스였고, 인접한 웨스트 코스까지 36홀을 다양한 구성과 조합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이곳을 짓는 과정도 당시로는 획기적인 도전이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165명의 인부, 수십 마리의 말, 6대의 트랙터와 2개의 증기 삽을 동원해 언덕을 깎고 땅을 다졌다. 그린은 그런 창의력과 예술성이 (그리고 심지어 몇몇 해저드까지) 울창한 나무에 가려졌으며, 반복적인 사용으로 그린과 벙커가 얼마나 훼손되었는지를 보여줬다.  

그 결과 세월이 흐를수록 반복적이고 그저 참고 견뎌야 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코스가 되고 말았다. 로스의 근본적인 특징을 복원하겠다는 그린의 로드맵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심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 사람이 우리가 찾던 그 사람이라고.” 메이슨 박사는 말했다.

스타 탄생. 앤드루 그린은 단기간에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코스 설계가로 급부상했다.
스타 탄생. 앤드루 그린은 단기간에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코스 설계가로 급부상했다.

오크힐 프로젝트는 2019년에야 시작됐다. 그 사이에 역시 로스가 설계한 메이저 챔피언십 코스인 오하이오주의 인버네스도 그린에게 작업을 맡겼다. 로크힐처럼 인버네스도 1970년대 말에 조지와 톰 파지오의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클래식한 레이아웃에 현대적인 홀 몇 곳이 섞여 있는 형태가 됐다. 인버네스는 원래 기본적인 벙커 리노베이션만 생각했지만, 그린이 클럽 관계자들에게 코스의 나머지 부분과 겉도는 파지오의 홀들을 로스의 스타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요청하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확대됐다. 

“그 당시에도 그린이 여러 직원 중에서도 더 영리하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맥도널드&선즈의 사장이자 CEO인 존 맥도널드 2세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형태, 추구하는 철학까지 상상할 수 있고, 그걸 도면으로 그려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갖지 못한 또 한 가지 점은 기계에 올라타서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능력이다.”

그린은 설계가들 중에서도 홀을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비까지 운전할 수 있는 부류에 속한다. 굴착기와 불도저, 모래를 다지는 샌드프로까지 뭐든 운전할 수 있다. 그와 일해본 사람들은 그의 효율성과 조직성, 기술적인 전문성을 칭찬하지만, 설계가가 자신이 구상한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모습을 직접 보면 그에 대한 클럽 관계자들의 믿음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오리지널 코스를 설계해서 지어본 적은 없지만, 그는 자신에게 작업을 의뢰한 골프장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심지어 인터뷰 중에도 회원들조차 몰랐거나 잊어버린 그곳의 역사를 거론한다. 그 코스의 위대함을 종종 회원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주는 그의 포괄적인 시야는 그가 이 정도로 중요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을 수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가장 탁월한 능력은 그런 열정을 통해 골프장 관계자들이 자신의 코스를 이전보다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 가장 겸손했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여기에 국보를 갖고 있다고. 그게 땅에 묻혀 있으며, 자신은 그걸 발굴할 수 있도록 돕고자 여기에 와 있다고.” 

그린이 오크힐만큼이나 방대한 작업을 진행했던 사이오토의 회원으로, 그를 고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크리스 브룩스는 말했다. “그에게는 그 작업이 거의 고고학적 발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가 얘기를 나눠본 다른 설계가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그는 누구보다 역사에 관심을 기울였고, 로스가 의도했던 것을 되살리려 했다.” 

“코스 설계에 대한 그의 애정, 최종 결과물에 대한 애정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맥도널드는 말했다. “골프 코스에 대해 말할 때면 그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변가가 되고, 건방지거나 허세를 부린다는 느낌 없이 듬직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사이오토나 인버네스, 또는 콩그레셔널처럼 역사가 깊은 골프장을 상대로 현재의 배치를 바꾸고 사실상 새로운 뭔가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하려면 자신감뿐만 아니라 직관적인 능력도 필요하다. “그는 땅 한 뼘까지도 소중히 여겼다.” 콩그레셔널의 리모델링 작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은 나무가 울창하고 US오픈을 세 번이나 개최한 이곳의 블루 코스를 복원적인 상상력을 통해 구릉진 초원이 펼쳐지는 1920년대 이전의 풍경으로 되돌렸다. “10번홀을 지금의 위치로 옮길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들을 연결한다는 건 그가 아닌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린은 오크힐에서 작업을 할 때 세월이 흘러가면서 코스에 일어나게 되는 일, 특히 현대의 프로 게임과 엘리트 아마추어 게임의 속도를 따라가려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개조해온 코스에 벌어지는 일을 감안했다. “이 부지가 올스타급이고, 로스의 오리지널 레이아웃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린은 말했다. “그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지형을 활용해서 흥미로운 샷을 이끌어낼 수 있는 멋진 코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레이아웃을 대부분 복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작업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변형됐던 홀들을 원래대로 재현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로스의 짧은 파3 6번홀이 있었던 위치는 통로로 사용하는 데다 다른 홀과 너무 가까워서 사용할 수 없었다(그린은 현재 7번홀의 티잉 에어리어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린은 로스의 도면을 참고해서 1968년 오픈에 맞춰 만들었다가 없어진 파3홀 자리에 그 홀을 재현했다(클럽은 이스트 코스의 그쪽 가장자리를 쇼트 게임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로 완성된 매력적인 180야드의 홀은 5번이 됐고, 여러 층의 고원 같은 그린을 4개의 벙커가 에워싸고 있다. 

깊고 가파른 벙커. 구릉진 파4 12번홀에서는 오크힐의 벙커가 지닌 치명적인 위험을 실감할 수 있다.
깊고 가파른 벙커. 구릉진 파4 12번홀에서는 오크힐의 벙커가 지닌 치명적인 위험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운 5번홀을 추가했다는 건 로스의 예전 5번홀, 파지오가 그걸 2개로 쪼개기 전까지 미국 최고의 파4홀로 손꼽혔던 그 홀을 재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린은 파지오가 만든 5번홀의 퍼팅면을 파3인 6번홀의 그린이 있었던 예전의 위치까지 확장하고 로스의 형태대로 재구성했다. 500야드의 건장한 파4로 탈바꿈한 새로운 6번홀도 앨런 개울이 그린 앞의 75야드 지점(바로 앞이 아닌)의 페어웨이를 가르고 왼쪽을 따라 이어졌던 로스 시절의 플레이 요소를 비슷하게 복원했다. 파3 15번홀 그린을 1925년의 위치(현재의 자리에서 25야드 왼쪽)로 옮길 수는 없었지만, 로스의 그린과 비슷하게 2개의 벙커가 앞쪽을 지키고 또 하나는 퍼팅면의 왼쪽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형태로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연못은 메웠다. 움푹한 그 자리에서는 이제 높이 솟은 그린을 향해 까다로운 칩 샷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오크힐의 파70인 이스트 코스를 대표하는 것은 앞으로도 별자리처럼 이어지는 매력적인 파4홀들의 향연이 될 텐데, 그중에서도 복원된 6번홀과 마무리를 담당하는 긴 16번과 17번, 그리고 18번홀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짧으면서도 흥미로운 파4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르막 2번홀은 깊은 참호 같은 벙커 위로 좁은 그린을 향해 블라인드 어프로치 샷을 시도해야 하며, 12번홀에서는 길쭉한 벙커들 사이로 뾰족한 언덕 중턱에 놓은 퍼팅면을 공략해야 한다. 극적인 320야드의 오르막 14번홀은 그린을 향해 드라이버 샷을 시도하라고 골퍼들을 유혹하지만 길이가 짧을 경우 퍼팅면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벙커에 빠지게 되고, 그린을 넘어간 샷은 아예 코스 밖으로 굴러나갈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오크힐은 이전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코스가 됐고, 더 공격적인 티 샷을 허용하면서도 그린 주변에서는 보다 신중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코스로 탈바꿈했다. “내 생각에 오크힐은 드라이버 사용자를 위한 코스인 것 같다. 페어웨이 너비가 일반적으로 26~28야드이며, 웬만큼 흔들리지 않고는 러프에 빠지지 않는다.” 슬러먼은 이스트 코스에서 열린 2008년 시니어PGA챔피언십에서 최종 우승자인 제이 하스와 함께 마지막 조로 플레이를 했었다. 그해 우승 스코어는 7오버파였다. “이제는 왼쪽에서 오른쪽, 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샷을 받아줄 공간이 더 넓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드라이버 샷을 아주 곧게 날려야 한다.” 

마지막 단계. 운명을 결정짓는 오크힐의 까다로운 18번홀.
마지막 단계. 운명을 결정짓는 오크힐의 까다로운 18번홀.

 

그린은 퍼팅면 안쪽의 굴곡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지만, 면적은 대부분 로스가 의도했던 대로 되돌렸다. 1번과 3번, 8번 그리고 11번홀 그린은 가장자리와 튀어나온 부분, 옆에 이어진 부분을 교묘하게 처리해 예전에 비해 깃대를 배치할 만한 지점이 더 늘어났다(하지만 몇몇 그린은 벙커와 너무 근접해 홀의 위치가 단 두세 군데로 줄기도 했다). PGA에서 챔피언십을 관장하는 케리 하이가 원할 경우(그리고 5월의 로체스터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그런 기상 조건에 따라) 좁은 틈이나 벙커 가까이에 깃대를 꽂아서 선수들에게 모험을 유도할 수도 있다. 

“9번홀의 경우 왼쪽 앞에 핀을 꽂으면 오르막 샷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어려운 샷이 될 것이며, 수평에서 보더라도 볼이 그린에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슬러먼은 말했다. “선수들이 핀을 직접 공략할 경우 보기가 속출할 것이다.” 

새로운 역동성을 확보한 오크힐의 회원들은 다양한 전략과 리커버리 샷을 시도할 여지가 늘었다. 힘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프로들에게도 흥미로운 테스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리모델링 작업으로 이스트 코스에서 니클라우스와 트레비노, 케리 미들코프(1956년 US오픈 챔피언)처럼 다 합쳐서 27개의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우승자를 다시 한번 배출하게 된다면 USGA나 PGA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이상 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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