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대니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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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대니엘 강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4.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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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대니엘 강.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침없이 풀어갈 것 같은 여장부다운 그녀가 직접 소개하는 대니엘 강에 대하여.

 

“시즌 시작이 좋다고? 올해 그 말을 처음 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힐튼그랜드베케이션스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공동 12위를 기록하고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를 차지했건만, 주위 사람들은 대니엘에게 시즌 시작이 평소보다 더디다고 했단다. 그는 타인의 지적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평소에 시작이 좋고 중간에 더디다 마지막에 잘 막았다. 올해 시작이 좋지 않아 보인다면 중반쯤 날아오르겠지.”

 

주도적인 그녀

●○● 올해 퍼터를 직접 커스텀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개막전 때 내가 그렇게 골프를 잘할 수가 없었다. 정말 공이 다 잘 맞았다. 하지만 퍼트를 다 놓쳤다. 거기서 그동안 내가 쌓였던 것까지 다 터지고 말았다. 대회를 마치고 3일 동안 새벽 4~5시까지 잠도 안 자며 퍼터란 퍼터는 다 조사했다. PGA 쇼에도 갔는데 거기서 스코티 캐머런을 만났다. 캐머런 은 내가 원하는 퍼터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아하면서 ‘오늘 샌디에이고에 가서 바로 몰딩을 만들 테니 다음 주에 만나자’고 했다. 캐머런을 다시 만나서 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가 넘을 때까지 7시간 동안 퍼터만 만들었다. 밥도 안 먹고 물도 거의 안 마셨을 정도로 집중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퍼터 3개를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이 정말 좋았는데, 캐머런은 그 퍼터에 ‘DK 스페셜’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 퍼터가 다른 사람에게도 잘 맞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신체 구조에 맞게, 내 손 움직임에 따라 만들었고 특히 스코티 카메론 퍼터라 정말 좋다. 내가 12등, 30등을 할지라도 내 퍼팅은 기대할 만하다.

●○● 퍼터 제작 외에도 골프에서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퍼터를 만들 때 정말 뿌듯했다. 내 계산이 맞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게 기뻤다. 그다음으로는 옷을 만들고 싶다. 나는 골프 선수다 보니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옷을 어떻게 만들면 골프할 때 도움이 되겠다, 예쁘겠다’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해서 의류 제작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다.

●○● 퍼터 외에도 의류, 캐디 등 올해 유독 변화가 많은데 이유가 있을까.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걸 계속하면서 더 나아지길 바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무섭게 여기지 말고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었다. 캐디도 바꿨고 퍼터도 바꿨다. 골프화도 달라졌고 의류도 데상트 골프를 새롭게 입는다. 내가 한국 스타일에 어울릴까, 한국 옷이 잘 맞을까 걱정했는데 편하고 퍼포먼스도 잘 나와서 마음이 놓인다.

●○● 데상트 골프의 첫인상은 어땠나.

대회에 나가면 옷도 중요하다. 걸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진 않는지, 퍼팅할 때 베스트가 크면 걸리적거리기도 한다. 야디지북을 넣어야 하니 주머니도 있어야 한다. 혹은 지퍼가 신경 쓰일 때도 많다. 하지만 데상트골프는 내가 생각하는 부분이 잘돼 있어서 감동했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졌다.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때 내가 입은 바지는 사실 트레이닝복 바지였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입었는데 전혀 트레이닝 팬츠처럼 보이지 않지 않았나. 데상트 골프웨어의 특징인 것 같다. 편하지만 스타일리시하고 차려입은 것같이 보여 골프의 매너를 지킬 수 있다.

●○● 골프웨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만의 골프웨어를 만든다면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나는 애슬레틱하게 스포츠인처럼 입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골프는 젠틀한 스포츠이지 않나. 골프의 전통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고 예의 없어 보이지 않으나 운동하러 온 것처럼 입고 싶다. 예쁜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프를 잘하는 게 우선이니까.

 

변화가 두려워?

●○● 평소 성격은 어떤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은 마음대로 한다. 나는 좀 멋대로다. 먹어보라고 하는 건 다 먹어보고,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한다. 궁금하지 않나?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웃음) 주도적이다, 적극적이고. 매사에 그렇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 골프에서만큼은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골프에서는 변화를 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는 변화해보려고 마음먹었으니 이것저것 시도하긴 했다. 아람코사우디레이디스인터내셔널과 혼다LPGA타일랜드 때는 볼 테스트 중이었다. 하지만 새 공이 잘 안 맞더라. 드로도 잘 안 걸리고, 뒷바람에 공이 타질 않았다.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 때는 원래 쓰던 공으로 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날아갔다. 아, 혼다LPGA타일랜드 때는 웨지도 테스트했는데 결국은 다 처음 쓰던 것으로 돌아왔다.

●○●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까.

똑같은 실수를 또 하게 되더라. 최근에도 그랬다. 캐디와 합을 맞춰가는 과정인데,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 때 캐디가 ‘여기선 무조건 길어야 해. 핀보다 짧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짧았다. 왜냐면 내가 너무 핀에 붙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캐디는 내가 왜 이러나 싶었을 것이다. 캐디 입장에선 짜증 날 법도 했다. 하지만 내가 ‘나는 성격이 이렇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바뀔 수 없다’고 했더니, 캐디가 말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하더라. 최종 라운드 때 어떤 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하려고 했는데, 캐디가 ‘벙커에 빠지면 벌금 내’라고 했다. 그래서 6번 아이언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웃음)

●○● 그래도 변화를 감행한 덕분일까. 개인 최저타를 경신했다. (HSBC챔피언십 2R 9언더파 63타)

맞다. 그동안 8언더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너무 화가 났다. 그놈의 8언더파. 연습할 때는 10언더파도 기록해봤는데 대회만 하면 8언더파더라. 근데 9언더파를 적어낼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그런 것 같다.

●○● 골프만큼은 변화를 싫어하고 완벽주의자다. 스트레스도 클 것 같은데 어떻게 해소하나.

그냥 잔다. 사실 잘 안 풀린다. 근데 지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바꿨다. 예전에는 골프로 스트레스받을 때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이렇게 연습하면 더 잘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 외 다른 것을 생각한다. 보통 밥을 먹는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그럼 골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내 삶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더라.

 

강인한 대니엘

●○● 지난해 뜻밖의 휴식기를 가졌는데 투어에 복귀하기까지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처음에는 정말 좋지 않았다. 골프를 접어야 하나 싶다가도 울다가 화도 나다가 우울했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엄마가 어느 날 내게 ‘너 골프 안 하면 다른 거 못하냐?’고 물으시더라. 아니. ‘골프가 전부야?’ 아니. 그럼 안 하면 어때. 엄마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나는 골프 외에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 후로 ‘골프를 접게 되면 그런 거지’ 생각하고 넘어갔다. 이후에는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쉬는 것까지 루틴을 다 바꿔서 일상을 보냈다.

●○● 어느 새 투어 12년 차다.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은 어떤가.

나는 선수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대회에 나가서 4일 동안 골프를 해야 하는데 선수 한 명만 이긴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골프에는 경쟁자가 없다. 누구는 ‘네 자신을 이겨야 한다, 경쟁자는 네 자신이다’ 이런 말을 하는데 나는 아니다. 왜 나와 싸워야 하지? 잘 쳐도 디봇에 빠지질 않나, 퍼팅을 잘해도 홀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걸 다 참아내야 한다. 골프와 싸우는 것이다. 골프와의 전쟁이다.

●○● 골프를 이기기 위해 꾸준히 지키는 나만의 루틴이 있나.

몸 관리. 다른 사람은 스킨케어 할 동안 나는 바닥을 구른다. 폼롤러, 밴드 같은 걸 늘 갖고 다니며 아침에 스트레칭을 한다. 잘 때는 베개도 신경을 많이 쓴다. 골프가 이런 내 사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먹고 자고 뛰려면 준비를 잘해야 한다. 골프 클럽을 잡고 공을 치지 않아도 내 몸 관리는 늘 잘해야 한다.

●○● 워라밸(Work Life Balance) 지키는 방법도 있는가.

12년 차 정도 되니 대회 스케줄을 참 잘 짠다. 시간이 날 때는 엄마와 강아지를 보고 친구와 만나는 게 좋다. 지금도 집에 안 간 지 4주 정도 됐다. 집에 있을 때만큼 연습은 당연히 못 하지만 이틀 연습 안 해도 골프는 똑같다. 엄청나게 죽어라 해도 결국 똑같이 치더라. 그래서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많이 바뀐 것 같다.

●○●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세계 랭킹 1위. 계속 말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근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게임 자체가 정말 안정적이라고 할까. 나도 그런 걸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일어나자마자 내 뜻대로 골프가 되는 그런 안정감.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고 아니고는 나만 아니까. 여자 골프는 비거리가 많이 나간다고 되는 게 아니니 다른 강점을 살리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할 수 있다. 

 

사진_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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