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인생의 낭비? PGA투어 선수들의 선넘은 트윗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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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인생의 낭비? PGA투어 선수들의 선넘은 트윗들 ①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1.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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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즐거운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도덕적인 훈계처럼 들릴지 몰라도 이제부터 소개할 골프 관련 트윗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논란이 되었던 글들은 비교적 순수한 내용부터 심각하게 어리석은 것과 지나치게 무신경한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만약 이 사례들을 관통하는 교훈이 있다면 이게 아닐까 싶다. 제발 전송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1. 그레이슨 머리와 케빈 나의 설전

배경 설명: 골프채널 기자인 챈털 매케이브가 2022년 소니오픈 기간에 트위터에 쓴 가벼운 글이 시작이었다. “걸어서 퍼트를 재는 케빈 나의 버릇은 늙지도 않는다.” 그러자 논란과 친숙한 머리가 댓글을 달았다. “그 퍼트를 하는 데 3분씩 걸리는 케빈 나는 늙는다.”

느린 플레이로 유명한 케빈 나를 꼬집은 것이었다. 케빈 나는 “컷 탈락하는 당신도 늙어가네요!” 거의 아홉 달 동안 주말에 플레이를 하지 못한 머리로서는 매우 뼈아픈 말이었다.

“하하하 좋아하시네, 땅꼬마! 내 면전에서는 말도 못할 게.” 머리는 이렇게 맞받아쳤다가 트윗을 삭제했다. 그러고는 케빈 나에게 PGA투어에서 늑장 플레이로 경고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두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된 이유: 처음에는 선수 두 명이 그저 사소한 모욕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케빈 나는 거의 넉 달이 지나 멕시코오픈 연습장에서 만난 머리를 ‘허세꾼’이라 부르면서 들이받았고, 온라인의 설전이 현실로 확산되었다.

머리는 나중에 케빈 나가 욕설을 섞어가며 자신을 비난했으며 연습장을 선택한 건 그곳이 ‘안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빈 나는 둘이 말을 주고받은 건 사실이지만 머리가 잘못 받아들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벌어진 상황은 그것과 다르지만 나는 이제 이 문제를 정리했고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케빈 나는 말했다. 몇 주 후 케빈 나가 PGA투어를 떠나 LIV골프에 합류하자 머리는 이런 트윗을 올렸다. “나가다가 문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 

총평: 이런 게 재미있을까? ‘베벌리힐스의 위기의 주부들’ 스타일이라면 또 모를까. 골퍼 두 명이 마초 기질을 다스리지 못하고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재미도 없을뿐더러 시간이 아깝다.


2. 푸시카트 때문에 뭇매 맞은 골퍼
배경 설명: 2018년 NCAA챔피언십 기간에 투어에서 4승을 기록 중인 해리스 잉글리시는 이런 트윗을 올렸다. “나는 아직도 이 풀카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어디서나 눈에 띄는 푸시카트에 대한 언급이었다.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말이었지만 LPGA투어의 스타 플레이어인 브리트니 린시컴이 한마디 거들었다.

“동감이에요. 깔깔깔. 특히나 남자들이, 하하.”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말이 아니었는데 잉글리시는 뭇매를 맞았다. 그의 글에는 ‘푸시카트를 이용하는 게 그렇게 큰 혜택이냐, 모든 사람이 투어 선수들처럼 캐디를 이용하는 사치를 누리는 게 아니다’ 등의 답글이 빼곡히 달렸다. 

심지어 바스툴 스포츠의 블로그에는 “골퍼들이 푸시카트를 이용한다고 화를 내는 건 멍청이”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그건, 조금 심했다.

논란이 된 이유: 좋은 질문이다. 특히 잉글리시가 투어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골퍼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아마 골프계의 사다리에서 제일 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나머지 골퍼들이 즐기는 게임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은 태도가 화근이 된 것 같다. 약간의 무시, 또는 허세로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총평: 아! 2018년, 그때는 순수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를 논란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닥칠 태풍의 위력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3. 필 미컬슨의 어설픈 유머 
배경 설명: 2019년 말, 필 미컬슨이 피닉스오픈을 포기하고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사우디인터내셔널을 선택할 거라는 보도가 나오자 트위터에서는 그런 결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완 머리라는 유럽의 기자는 미컬슨이 그렇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싶다면 정권의 돈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방문한 김에 플레이를 하고 대회에 나갈 기회가 있는데, 당신의 제안을 따른다는 건 어리석은 짓 같군요.” 미컬슨이 말하자 머리가 다시 답글을 달았다. “인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미컬슨은 케빈 하트라는 코미디언의 말을 인용했다. “너는 울어라, 나는 내 갈 길 갈 테니.”

논란이 된 이유: LIV골프로 넘어간 선수들은 인권유린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와 연루된 것에 대해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유머를 방패로 삼으려는 건 조금 무신경해 보일 수 있다. 

총평: 지금 돌이켜보면 미컬슨은 아무도 LIV골프에 대해 몰랐을 때 이미 LIV골프에서 활동할 뜻을 비쳤던 것 같다.

4. 교묘한 방법으로 디섐보를 조롱한 켑카
배경 설명: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섐보의 갈등이 시작되던 초창기에 2020년 로켓모기지클래식에서 디섐보가 한 카메라맨과 날카로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내가 벙커에서 나와서 그린에 올라갈 때까지 그는 그야말로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디섐보는 나중에 그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 저를 그렇게 오래 지켜보실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본 것뿐이다.” 디섐보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완전히 달라진 몸으로 티 샷 비거리를 20야드 이상 늘인 후에 처음 거둔 우승이었다.

하지만 켑카는 <이스트바운드 앤 다운>이라는 시트콤의 등장인물인 케니 파워스가 카메라맨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장면을 트위터에 올려서 그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내가 스테로이드 복용한 거 아니라고 말했잖아!”(디섐보는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을 부인했다.)

논란이 된 이유: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선수인 켑카가 골프계 최고의 뉴스 메이커를 향해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당히 자극적인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총평: 켑카의 조롱 수준은 천재적이었다. 디섐보라는 이름은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누굴 저격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카메라맨에게 호통을 치는 사람에게는 동정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건 논란이라기보다 적수를 제대로 겨냥한 한 방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5. 제임스 한 vs. PGA투어 일정
배경 설명: PGA투어가 지난해 8월 1일에 2022-2023시즌 스케줄을 공개하자 제임스 한(한재웅)은 가을 일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새로 발표된 PGA투어의 스케줄을 보면 선수들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본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거쳐 버뮤다에 이어 멕시코로? 시청자들이야 리모컨만 누르면 간단하지. 우리는 스무 시간씩 이동을 해야 하고 수만 달러의 경비가 든다.”

제임스 한은 투어가 ‘버뮤다나 푸에르토리코’가 아닌 NFL이 열리는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이유: 이건 부분적으로 진실성이 떨어진다. 가을에 연속으로 다섯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제임스 한은 작년 가을에 딱 한 번 그렇게 했고, 그 이전 시즌에는 한 번도 없었다.

LPGA투어의 몇몇 선수는 PGA투어의 일정이 마음에 안 든다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자신들의 스케줄을 한 번 살펴보라고 제임스 한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제임스 한에게 쏟아진 비난의 핵심은 큰돈을 버는 부자들이 플레이를 하러 전 세계를 누비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걸 대중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총평: 이동하는 건 힘이 들 수 있고 먼 곳의 큰 시장을 찾아가는 것이 투어 입장에서는 이익일 수 있지만, 프로 골프계에 골이 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임스 한의 발언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6. 이언 폴터, 그렇다고 팬을 고자질해? 
배경 설명: 2016년 발스파챔피언십을 보러 갔던 한 골프팬은 자신이 이언 폴터에게 야유를 퍼부었더니 폴터가 발끈하더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폴터는 트윗을 보고 그 팬의 고용주에게 그의 행동을 알렸다. 그 결과 그 남자는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쉽지 않은데, 그해 말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홍콩토너먼트에서 폴터가 카메라맨을 비하하는 모습이 포착된 후, 또 다른 팬이 폴터에게 자동차를 가져다준 후에 겪은 일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라이더컵에서 스타로 부상한 폴터는 이번에도 그 남자의 사장에게 트윗을 보냈다. 그러자 사장은 그 남자를 본사로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이유: 미국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악명이 자자하지만 억만장자가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평범한 소시민을 일러바치는 건 정말 꼴사납다.

총평: 폴터에게는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고 우리도 야유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팬의 비판은 비록 어쩌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없지 않더라도 선수로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건 발끈한 수준을 넘어 힘의 남용에 해당된다. 폴터는 스타의 인지도를 이용해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글_조엘 빌(Joel Beall)
일러스트_히트앤런(Hitand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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