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은 평소 웃음기 없는 매력의 소유자지만, 쩔쩔매는 선수들과 달리 이토록 편안해 보일 수 있을까. 이정민이 여유 넘치는 ‘베테랑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이며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정민은 18일 베트남 호찌민시 북부 빈즈엉성에 위치한 트윈도브스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PLK퍼시픽링스코리아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마지막 날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이정민은 3라운드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하며 6언더파 2위 최예림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민은 지난해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2개월 만에 챔피언에 오르며 우승 상금 1억2600만원을 손에 넣었다.
이정민은 이번 우승으로 KLPGA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KLPGA투어에서 개인 통산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건 이정민이 14번째, 현역 선수로는 8번째다.
이정민은 올해 톱10에 단 한 차례밖에 들지 못하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날 우승으로 단번에 아쉬움을 씻었다. 특히 이날은 1, 2라운드와 달리 거센 바람이 몰아쳐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이정민을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무더위와 강풍은 이정민이 10승 고지에 오르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정확한 아이언 샷을 앞세운 이정민은 퍼트까지 안정을 찾으면서 편안하게 우승했다.
최예림, 고지우와 챔피언 조로 나선 이정민은 1~4번홀(이상 파4)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다 5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으며 보기를 기록한 최예림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이정민의 독주가 시작됐다.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전반에 2타를 줄인 이정민은 후반 11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그린 밖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최예림을 4타 차로 따돌렸다.
기세를 잡은 이정민은 12번홀(파4)에서도 약 3m 버디 퍼트에 성공해 5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사실상 우승 쐐기를 박았다. 13번홀(파4)에서는 이정민이 파를 지킨 반면 최예림과 고지우가 나란히 보기를 기록해 6타 차까지 더 벌어졌다. 이정민은 14번홀(파3)에서 티 샷이 그린을 살짝 벗어났고, 공격적인 어프로치가 홀을 지나치며 아쉽게 첫 보기를 기록했다. 이후 흔들리며 15, 16번홀(이상 파4)까지 3연속 보기를 범했으나 우승 전선에는 이상이 없었다. 이정민은 막판 고지우에게 2타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잡아내며 자축했다.
프로 데뷔 이후 준우승만 네 차례 기록한 최예림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기회를 놓쳤다. 최예림은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잃어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2타를 줄인 서어진이 5언더파 3위를 차지했다. 고지우는 17번홀(파3) 칩 인 버디로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18번홀 티 샷에 이어 세 번째 샷도 페널티 구역에 빠지며 마지막 역전 기회를 놓쳤다. 결국 고지우는 이 홀에서 쿼더러플보기로 무너지며 이날 5타를 잃고 3언더파 공동 7위로 떨어졌다.
지난주 2023시즌 싱가포르 개막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러 기대를 모았던 이소영은 홍정민, 허다빈과 함께 4언더파 공동 4위, 박현경은 2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두 대회 연속 해외 개막전으로 치러진 KLPGA투어 2023시즌은 이 대회를 끝으로 휴식기에 돌입한 뒤 내년 상반기 첫 대회로 시즌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