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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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10.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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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가장 어려우면서 속이기 쉬운 게임이다. 유혹의 천국에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는 악마의 속삭임과 같다. 당신은 이 지독한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신사의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에서 당신은 과연 신사 숙녀 여러분인가. 

◇ 유형 #1 알까기파

OB나 페널티 구역으로 사라진 공.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되뇌인다. 카트로 이동 중에도 캐디와 동반자들에게 나갈 공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때마침 동반자들과 동떨어졌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내 공은 없다. 로스트 볼을 우연히 발견했다. 심지어 내 주머니에서 다른 새 공을 꺼내 아무도 모르게 인 플레이 상황으로 떨어뜨린다. 혹은 OB 라인 밖에 떨어져 있는 공을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공을 찾는 척하며 발로 툭툭 공을 차 스스로 구제한다. 나는 이렇게 외친다. “여기 공 찾았어!”

>>>유혹 

흔히 ‘알까기’라고 말하는 오구 플레이(잘못된 볼)는 심각한 규칙 위반이다. 투어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골퍼가 가장 유혹에 빠지기 쉬운 속삭임이다. 2벌타를 받아야 하지만 속임수가 들통나면 ‘어글리 골퍼’로 낙인찍혀 평생의 동반자를 잃을 수 있다. 오구 플레이는 2벌타, 다음 홀 스트로크 전 혹은 마지막 홀에서는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 잘못을 시정하지 않으면 실격이다.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프로비저널 볼(잠정구)을 치겠다는 의사를 동반자에게 알리고 샷을 하는 것이 속 편하다.  

◇ 유형 #2 비양심파

티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경사가 심한 트러블 샷 상황에 놓였다. 혹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크게 벗어나 내리막을 타고 깊은 러프에 빠졌다. 모든 동반자들과 멀어진 상황이다. 연습 스윙을 몇 차례 한 뒤 어드레스를 취하고 힘껏 스윙한다. 아뿔싸, 헛스윙이다. 심지어 공도 살짝 움직였다. 고개를 절대 들지 않고 연습 스윙을 한 것처럼 최대한 태연한 척 한 차례 더 연습 스윙을 한다. 그러고는 다시 처음인 것처럼 샷을 한다. 두 번이나 샷을 했으니 이번엔 굿 샷이다. 힘겹게 탈출한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그린으로 향한다.

>>>유혹

머릿속이 온갖 권모술수로 가득 차 인간이 간사해지는 순간이다. 페어웨이에서도 수차례 헛스윙 실수를 하는 초보자는 동반자의 배려로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양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동반자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스윙 의도성을 파악하는 매의 눈을 가졌다는 것을 명심하자. 공을 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면 한 타를 추가해야 한다. 동반자는 알고 있다.

◇ 유형 #3 개선파

잘 맞은 티 샷이 하필이면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공 뒤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수북하다. 공을 찾는 척 헤집어 깔끔한 컨디션을 만든다. 여기서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더니 백스윙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정성스레 가지치기도 한다. 벙커에서도 기지를 발휘한다. 벙커에 깊숙이 박힌 공 바로 뒤 모래를 반질반질하게 문지른다. 벙커 턱에서 스탠스가 나오지 않아 두 발로 열심히 비벼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다. 모래가 무너져도 상관없다.

>>>유혹

골퍼라면 누구나 라운드 도중에 수없이 맞닥뜨리는 상황이고 경험한 일일 것이다. 골퍼가 가장 손쉽게 동반자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모든 행위는 라이 개선을 위한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아야 한다. 코스 상태를 개선하는 행동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라거나 붙어 있는 자연물은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뜨리면 안 된다. 여전히 오해하고 있는 행위 중 하나는 벙커에서 공 앞뒤 모래에 클럽이 닿거나 건드리는 행동이다. 백스윙을 하면서도 모래에 클럽이 닿으면 안 된다. 벙커에서 휴식이나 균형을 잡기 위해 클럽에 기대 있거나, 클럽이나 장비를 벙커에 놓아두는 것은 가능하다.  

◇ 유형 #4 미필적 고의파

티 샷 이후 페널티 구역으로 공이 사라졌다.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해야 하는 상황. 공을 있는 힘껏 던져 라이가 평평한 페어웨이 방향으로 구르도록 한다. 페널티를 받았으니 누구보다 당당하다. 두 번째 샷은 투 그린이 있는 홀에서 사용하지 않는 그린으로 공이 떨어졌다. 공을 집어 최대한 홀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 드롭한다. 이 정도면 퍼팅을 해도 좋을 위치다. 동반자의 눈총은 잠시 잊는다. 그린 위에 오르니 홀까지 거리도 애매하고 라인도 어렵다. 볼 마커를 성의 없게 툭 던진다. 홀에서 더 가까이 라인이 완만한 쪽으로.

>>>유혹

공을 집었다가 다시 놓는 상황에 처하면 더 나은 코스 상태에 대한 유혹에 시달린다. 이런 행위는 모두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를 한 경우이기 때문에 오소 플레이에 해당하는 규칙 위반으로 각 2벌타를 받는다. 페널티 드롭은 두 클럽 이내, 무벌타 드롭은 한 클럽 이내 드롭이 원칙이다. 단, 홀과 가깝지 않은 방향으로 무릎 높이에서 드롭을 해야 한다. 투 그린 홀에서 지정된 그린이 아닌 잘못된 그린에 공이 있으면 반드시 드롭을 해야 한다. 이때 공이 정지한 동일한 구역의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홀에 가깝지 않도록 한 클럽 이내 드롭을 해야 한다. 그린에서는 공이 정지한 지점이 아닌 다른 곳에 마크를 하고 리플레이스를 한 뒤 홀아웃을 했다면 역시 오소 플레이로 인한 2벌타가 부과된다.

◇ 유형 5 구라파

몸이 풀리지 않은 첫 홀은 상쾌하게 ‘일파만파’로 시작한다. 오늘따라 경기가 안 풀린다. 가벼운 내기도 걸려 있지만, 내 사전에 ‘양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일단 캐디에게 “난 양파를 정말 싫어해요”라고 일러둔다. 파5홀에서 미스 샷의 연속이다. 동반자들은 앞으로 멀찌감치 나갔다. 캐디도 정신없어 내 스코어를 셀 수 없는 수준이다. 힘겹게 그린에 올라 다행히 투 퍼트로 마무리했다. 캐디가 복기하기 전에 큰 소리로 외친다. “아우, 겨우 트리플 보기로 막았네.” 캐디도 동반자들도 의아해하지만 목소리 크게 우기는 데 장사 없다.  

>>>유혹

스코어를 속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스코어에 집착해서 유혹에 넘어간 적도 있겠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반자에 따라 적당한 오기를 묵인해야 할 때도 있다. 또 스코어를 알고도 속이는 경우도 있고, 벌타 계산 착오로 타수를 착각하기도 한다. 오염된 스코어카드를 들고 만족감을 느끼는 건 사실과 다른 인지 부조화의 일종이다. 이런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를 하면 홀마다 스코어를 속일까 신경 쓰여 플레이에 집중하기 어렵다. 스코어를 속이는 골퍼는 기피 대상 상위권임을 명심하자. 투어 대회에서도 스코어 오기는 흔히 나오는 실수다. 다만 대가가 크다. 해당 홀의 실제 타수보다 적은 타수가 기입된 스코어카드에 서명을 한 순간 실격 처리된다. 

◇ 뛰는 룰 위에 나는 룰

골프백이 내려오는 동시에 골퍼의 나이, 경력, 핸디캡을 70% 이상 맞힐 수 있다는 20여 년 경력 캐디의 증언.

“아마추어 골퍼는 그들만의 룰이 존재한다. 골프 규칙 위에 로컬 룰이 있고, 그보다 앞서는 것이 팀 룰이다. 대부분 골퍼들은 편하게 치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 스코어를 속이는 건 흔한 일이다. 숲속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서 공을 찾았다는 골퍼도 많지만 캐디들은 바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도 모른 척 침묵해야 한다. 괜한 다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롭을 제대로 하는 골퍼는 1% 정도에 불과하다. 치기 좋은 곳에 던져놓고 치는 건 당연하고, 벙커에서도 옆에 살짝 올려놓고 친다. 동반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에 걸리거나 어려운 라이에 공이 있으면 십중팔구는 자연스럽게 공을 빼고 친다. 단, 속임수를 절대 쓸 수 없는 팀이 있다. 큰 금액의 내기 골프를 하는 팀이다. 팀 룰을 철저하게 지킨다. ‘알까기’는 있을 수 없다. 공이 OB 구역으로 나가면 잠정구를 치고 마커를 동반해 공을 찾을 정도니까.”

사진_게티이미지(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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