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고군분투, “감을 거의 되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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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의 고군분투, “감을 거의 되찾은 것 같아요”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1.12.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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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희은(49비주얼스튜디오)

올해 7월 제대한 이형준이 복귀전에서 쓴맛을 봤다. 불안한 상황에도 해법을 찾아 용감하게 싸우는 그의 월동 준비 비법을 들어봤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형준을 만나기 위해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그의 연습실을 찾았다.

상가 3층에 자리한 연습 공간은 스크린 골프, 다양한 헬스 기구, 샤워실까지 갖춘 완벽한 훈련장의 모습이었다. 벽면 곳곳은 아내와 함께 5승을 합작하며 찍은 추억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형준은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 하루 2시간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연습장 귀퉁이에 쌓인 단백질 보충제 봉지가 눈에 띈다. “늘린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틴을 매일 두 잔씩 마시고 있어요. 하루 한 끼는 육류를 섭취합니다.”

현재 그의 체중은 78kg으로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달성했다. 가장 체중이 적게 나갈 때가 66kg이었다고 하니 10kg 이상 차이가 난다. 그가 체중에 신경 쓰는 이유는 비거리 때문이다. “같은 동작에 체중이 늘어나면 스윙 때 힘이 더 전달돼 비거리를 늘이는 데 효과적이더라고요.”

몸 관리 비결은 ‘턱걸이’
그는 늘어난 체중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튜브로 운동법을 독학했다. 하루는 상체 운동, 하루는 하체 운동을 병행하며 근력을 강화하고 있다. 운동 전후에 20분가량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건 필수라고 강조한다. 가장 즐겨 하는 운동은 ‘바벨 스쿼트’와 ‘턱걸이’다. 바벨 스쿼트는 바벨 중량을 이용해 하체 전체 근력을 키우는 운동법이다.

“대퇴사두근과 둔근 강화에 효과적이에요. 햄스트링, 내전근, 척주기립근, 복근 단련에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80kg 중량으로 스쿼트를 했어요. 최고 중량은 100kg 정도 들어요.”

턱걸이는 그가 몸을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등 근육인 광배근을 강화하고 어깨와 팔 근육도 균형감 있게 발달시킵니다. 복근, 악력, 손목 힘까지 키우는 최고의 맨몸 운동이죠.” 그가 턱걸이를 시작하게 된 데는 에피소드가 있다.

“후원 의류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의 광고 모델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함께 촬영한 선수들의 몸이 다들 아주 좋은 거예요. 그때는 몸에 근육도 없었고 엄청 왜소했거든요. 턱걸이가 단기간에 상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지금은 비거리 증가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죠.” 

최근 그는 등산에 재미를 붙였다. 집 근처 석성산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른다. “용인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으로 가파르면서 짧아요. 왕복 2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하체가 탄탄해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형준의 개인 연습 공간

바뀐 스윙으로 쓴맛을 보다
입대 전 그는 최고의 기량을 보였다. 2019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추가하며 통산 5승을 거뒀고 스윙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입대 전 참가한 마지막 대회인 더CJ컵에서 PGA투어 선수들과 경기를 치른 뒤 스윙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상근 예비역 기간에 퇴근 후 틈틈이 스윙을 교정했다. “더CJ컵에서 만난 PGA투어 선수들의 공략 방식이 우리와 다르더라고요. 비거리에서 차이를 느꼈어요. 비거리를 늘이기 위해 업라이트한 스윙을 플랫하게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기존 스윙은 업라이트한 편이라 거리에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윙을 기존보다 플랫하게 만들어 비거리를 늘였고 복귀 준비를 마쳤다. 

18개월간 복무를 마친 이형준은 7월 19일 전역해 사흘 만에 투어에 복귀했다. 복귀와 함께 좋은 일도 따랐다. 2018년부터 메인 스폰서였던 웰컴저축은행과 다시 손을 잡으며 든든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야마하·아너스K 오픈을 시작으로 총 8개 대회에 참가했다.

하반기 두 개 대회에서 각각 17위, 15위에 이름을 올린 게 최고 성적이니 부진했다. “처음에는 잘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초반 몇 개 대회에서는 적응이 덜 됐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을 치는 성적에 확신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는 마지막 대회에서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자신 없이 경기에 임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회복할 수 있을까?’라며 초조한 마음이었어요.” 경기 때 샷 컨트롤이 힘들었다. 교정한 스윙이 복병이었다. 거리를 늘이는 데 효과는 있었지만 일관성이 떨어졌다. “예측하고 샷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했어요. 또 저를 믿고 후원한 스폰서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예전 스윙으로 자신감 되찾기 프로젝트
예전 스윙은 거리는 덜 나갔지만 드라이버 샷 정확도가 높았다. “제가 원래 슬라이스 구질이라 왼쪽으로 볼이 날아가는 건 아예 생각하지 않아요. 왼쪽에 해저드가 있고 오른쪽 OB가 있으면 오른쪽만 견제하면 되는 게 장점이었어요. 그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큰 장점입니다.” 

하반기 시즌을 마친 뒤 그는 예전 스윙으로 돌아가는 데 힘썼다. “감을 거의 되찾은 것 같아요. 최근 나간 라운드에서 샷감을 확인했는데 느낌이 좋습니다. 경기 때도 똑같이 적용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1월에 태국 북쪽 치앙라이로 아내 홍수빈 씨와 동계 훈련을 떠난다. 동계 훈련에서는 샷을 전반적으로 다듬으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평소 연습장에서 하지 못한 쇼트 게임과 퍼팅도 신경 써서 연습할 계획이에요. 예전엔 주특기가 어프로치였는데, 이제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팁을 줄 수 없을 정도예요(웃음).” 

45일간 떠나는 훈련으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승아와 승기는 부모님이 봐주시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저보다 부모님을 더 많이 따릅니다. 그래서 훈련을 떠나도 안심이 돼요. 부모님의 도움으로 연습에 집중할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년에도 아내 홍 씨가 그의 백을 멘다. 홍 씨는 5월 딸 승아를 출산하고 백일이 지나자마자 남편의 복귀전을 도왔다. 이형준은 올해가 아내의 잔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해라고 한다. “라운드 중간중간 웃으면서 잔소리를 하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못 치는 걸 수빈이는 몇 번 못 봤어요. 헤매는 모습을 보니 걱정도 되고 답답해서 하는 소리였을 거예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내년에도 수빈이와 함께할 예정이에요. 아내가 몰던 수동 카트를 전동 카트로 새로 교체해줬어요.”

그는 새 시즌의 목표에 대해 “자신감을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목표를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우승을 다퉈보고 싶어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습니다.” 

이형준
나이 : 만 29세
소속 : 웰컴저축은행
우승(5승) :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2014),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2015),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2016),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2017),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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