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유연한 곡선을 이루는 곳, 곶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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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유연한 곡선을 이루는 곳, 곶과 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12.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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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사이프러스포인트클럽 16번홀. ‘미국 100대 코스’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 코스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사이프러스포인트클럽 16번홀. ‘미국 100대 코스’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 코스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

골프는 티잉 에어리어부터 시작해 그린 위 홀까지 이동해 한 홀이 마무리되고 각기 다른 모양의 18개 홀을 공략한 뒤 끝이 나는 게임이다. 골프가 샷 기술만 가지고 18홀을 돌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매우 단순한 스포츠로 전락할 것이고 그리 재미있는 경기도 아닐 것이다. 또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골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도 못할 게 분명하다.

교과서 같은 스윙이 아닌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골프 스윙으로도 18홀이 끝난 뒤 상대적으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퍼도 부지기수다. 그런 이유는 다양하다. 월등한 타격 기술을 갖고 있거나 탁월한 쇼트 게임 능력, 특별한 퍼팅 기술 그리고 뛰어난 게임 운영 능력 등을 갖고 있는 경우다. 그중에 기술적인 능력이 비슷하다면 게임 운영 능력이 우수한 골퍼가 가장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

적절한 게임 운영은 코스의 설계와 설계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가능하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생소한 곳에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골프 코스도 그렇다. 우수한 코스 설계자는 코스 내에 수많은 정보를 남겨놓는다. 이를 골퍼가 얼마나 찾아내는지는 각 골퍼의 인지 능력이며, 이를 골프의 지적 감각이라고 하겠다.

또 좋은 설계자는 우수한 감각의 골퍼가 많은 정보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적절한 힌트와 포인트를 제공한다. 단순히 공을 때려 그린에 올리면 되는 게 골프가 아니란 말이며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설계하지도 않는다.

골프 중계를 보면 유연한 곡선으로 페어웨이를 깎아 코스마다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좋은 코스에 가면 각 홀이 반듯한 사각이 아니라 여인의 아름다운 라인처럼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쪽이 튀어나와 있으면 한 부분은 깊숙이 들어가 있어 사뭇 해안의 곶(Point)과 만(Bay)처럼 되어 있다.

골프 설계에서 이런 곶과 만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별히 티잉 에어리어에서부터 그린에 이르는 스루 더 그린(Through the green)의 구성에서는 이 만곡이 필수다. 페어웨이 커팅 역시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이 곶과 만에 어울리도록 유연한 곡선을 이룬다. 그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골퍼가 공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다. 만약 직선으로만 만든 코스라면 공이 날아간 부분을 골퍼가 3차원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튀어나온 부분이나 파인 부분이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리 정보를 알려준다. 그린 앞 100야드 지점이 튀어나와 있거나 50야드 지점이 파이는 등 거리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티잉 에어리어에서는 공격 루트의 방향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코스는 수많은 정보를 숨기고 있다. 이렇게 숨겨놓은 정보를 되도록 많이 찾아내 사용하는 골퍼가 골프의 지적 감각이 뛰어나고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으며 스코어도 좋게 나온다. 이렇듯 코스는 골퍼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을수록 좋은 코스이며, 이를 골퍼가 100% 사용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코스 세팅 및 관리를 하는 곳이 좋은 코스다. 

* 강명식은 외과 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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