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엘 강 “2017년에 입스 겪고 선수 인생 접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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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강 “2017년에 입스 겪고 선수 인생 접을 뻔"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1.12.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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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은 열두 살 때 플레이를 시작해 1년 반 만에 US여자오픈 예선전을 통과했다. 2010년과 2011년에 US여자아마추어에서 우승한 후 프로로 전향했다. 그 후로 골프에 대한 애정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지만 2017년 메이저 대회인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드라이버 입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부치 하먼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섰다. 올해 스물아홉 살인 대니엘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다음은 대니엘과 나눈 대화다. 의미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약간의 편집을 거쳤다. 

●●● 지금도 어릴 때처럼 골프를 사랑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골프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실력이 뛰어났을 뿐이다. 오빠인 앨릭스가 골프를 했다. 오빠랑 놀고 싶은데 그러려면 같이 연습을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내가 좋아한 건 이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골프를 좋아하는 게 힘들었다. 왜냐하면 열에 여덟, 아홉은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US여자오픈에 참가한 건 좋았지만(열네 살 때) 골프 자체보다 관심을 받는 게 좋았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이 이걸 계속하는 추진력이 되었다. 투어에서 더 일찍 우승을 했어야 했지만 첫 승까지 5년이 걸렸다. 골프에 대한 그런 마음이 3~4년 전에 바뀌었다. 이제는 골프를 사랑한다. 그 과정을 사랑한다. 실력을 연마하는 것, 샷을 연습하고 그걸 토너먼트에서 실현하는 걸 사랑한다. 필요한 순간에 퍼트를 성공시키는 게 너무 좋다. 심지어 모든 걸 제대로 하더라도 여전히 실패할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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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프로 골퍼가 되고 싶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연예계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픽사에 들어갔으면 정말 근사했을 것 같다.
●●● 타투를 많이 했다. 
맞다. 서로 매치되는 것이 많다. 친구들에게 도안을 받는다. 제일 의미 있는 타투는 오른손 손바닥에 있는 ‘abba’이다. 이건 한국어로 아빠를 뜻한다. 아버지가 (2013년에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쓰셨던 편지에서 아빠의 손 글씨를 가져왔다. 나랑 악수를 하면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를 만나는 셈이다.
●●● 재미로 플레이를 하기도 하나?
나는 골프를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정식으로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예를 들어 야간 골프나 미니 골프 같은 건 재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규 골프 코스에서 하는 플레이는 늘 경쟁이다. 우리는 내기를 건다. 승부를 걸고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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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플레이를 하는 상대는 누구인가? 
오빠인 앨릭스다(앨릭스는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항상 오빠와 플레이를 한다. 나는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있는데 거기서 다른 골퍼들과 팀 대항을 할 때도 있고 맞대결도 한다. 돈을 걸거나 저녁 내기를 한다. 내가 이기는 날에는 보통 시내로 나간다. 카본이나 옐로테일에 간다. 나는 초밥을 좋아하고, 옐로테일의 주방장과도 친하다.
●●● 앨릭스는 당신의 캐디를 했다.  
한 번은 그린을 읽어달라고 했더니 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농담해? 1.8m짜리야. 내가 그걸 누가 읽어줘.” 오빠가 맞다. 1.8m 거리는 읽을 줄 알아야 했다. 이런 솔직함은 우리 집안의 내력이다. 나는 게임과 관련된 모든 걸 오빠한테 털어놓는다. 오빠는 내가 잘하면 잘한다고, 연습이 부족한 것 같으면 그렇다고 말해준다.
●●● ’아이스하키 전설’ 웨인 그레츠키 집안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웨인은 ANA와 LA 대회에 왔다. 그 프로암 대회에서 함께 플레이했다. 어려서 캘리포니아에서 살 때 집이 가까웠다. 웨인과 그의 부인 재닛, 아들 타이와도 어릴 때 웨인이 회원으로 있는 셔우드컨트리클럽에서 플레이를 많이 했다. 두 번째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기분이 저조해서 응원의 말이 필요할 때면 재닛에게 전화를 건다. 재닛에게는 그런 열정이 있다. 재닛이 뭘 하라고 하면 그걸 하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나더러 더스틴 존슨을 많이 만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가 부치에게 나를 소개시켜주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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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가 PGA투어 선수들과 작업을 조금씩 줄여나가던 시기에 당신은 그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더스틴은 4년 전부터 그를 만나보라고 얘기했다. 나는 마침내 그를 찾아갔다. 함께 연습을 하기 시작한 후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부치는 아직도 자신을 찾아오기까지 왜 그렇게 꾸물거렸냐며 야단을 친다. 그러기 싫었던 건 아니고 그때는 다른 코치가 있었던 데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드라이버 입스가 생기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컷 탈락이 이어졌다.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때 더스틴이 “부치를 만나고 싶냐”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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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스가 있었나?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는데, 그랬다. 2017년과 2018년에 있었다. 심각했다. 그게 선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은행 대회에서는 15번홀 티잉 에어리어에서 울었다. 오른쪽에 해저드가 있었는데 도저히 스윙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몇 분 만에야 간신히 샷을 했다. 캐디인 올리 브렛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계속 격려해주었다. 그래도 그 대회에서 어찌어찌 3위를 했다. 가끔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게 지겨워서 OB로 샷을 해버릴 때도 있었다. 올리는 그런 내 옆을 지켜줬다. 아홉 개 대회에서 여덟 번 컷 탈락을 했던 것 같다. OB도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필사적이었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치는 멘탈을 되찾아주고 기술적인 걸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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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치와 계속 함께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내 삶의 한 부분이고 모두가 만나봐야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골프와 관련해서는 말릴 수가 없다. 그는 한 번에 일곱 개의 스윙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퍼팅 그린에 있는데 연습장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크게 주목하지도 않은 채 이렇게 말하는 거다. “저건 이렇게 하면 고칠 수 있을 텐데.” 그는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없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그의 문제를 고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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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PMG부터 시작해 통산 5승을 거뒀다. 어떻게 달라진 건가? 
첫 승이 안도감을 줬다. 오랫동안 추구했던 목표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진정한 우승자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면 한 번 더 우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에 다시 집착을 하게 되었다. 이듬해에 우승을 했는데도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렸다는 것에 화가 났다. 2019년에 세 번째 우승을 했을 때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사람들의 말이나 생각은 상관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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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투어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후 연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최고 순위에 올랐다. 랭킹 2위가 됐다. 
나는 1위가 되는 것에 아주 집착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초심을 잃었고 그것에만 집착하느라 실력이 하락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나 자신과 씨름을 했고 거기서 패배했다. 가끔은 그렇게 모 아니면 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다. LPGA투어의 동료인 박인비는 그걸 이루지 못하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다음 기회가 있고, 다음에는 더 쉬워질 거라고. 덕분에 마음에 평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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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들려준 최고의 조언은 무엇이었나?
퍼팅 레슨을 해줬다. 그러고 나서 6개월 동안 기록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그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 비밀이다. 내가 말해주기 싫어서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인비에게 그걸 물어봤지만 인비는 알려주지 않았다. 인비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 부치는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었나? 
부치는 현실적이다. 빈말을 하지 않는다. 본인은 자신이 엄격하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는 그렇지 않다. 사탕발림을 한 적은 없어도 늘 괜찮다고 얘기해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바로잡을 수 있어. 해법을 찾을 거야. 이번 대회는 잘 풀리지 않았을 뿐이야.” 내가 토너먼트에서 패하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까운 패배였어.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늘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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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선수들도 PGA투어 선수들만큼 거리를 늘이고 싶어 하나? 
나도 한동안 집착했다. 드라이버 샤프트도 긴 것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제 포기했다. 내 체격 조건에 비하면 비거리가 많이 나는 편이다. 게다가 샷도 곧기 때문에 그런 집착에서 벗어났다. 나는 퍼트 성공률을 높이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166cm). 체중도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는다. 브라이슨처럼 체중을 늘리고 근육도 키우려고 노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40야드를 늘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5야드의 차이가 나를 세계 랭킹 1위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샷을 멀리 날리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연습장에 가면 네트 뒤쪽을 맞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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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에서 늑장 플레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모두가 선 채로 기다린다면 문제다. 준비하고 있다가 바로 플레이를 하는 이른바 ‘레디 골프’가 게임의 기본이어야 한다. 어떤 샷은 시간이 더 걸린다. 누가 시간을 더 쓰더라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명상을 하든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나는 책을 한 권 가지고 다닌다. 주로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쓴 책이다. 가볍기 때문에 올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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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에서 시도하는 늑장 플레이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레이저는 반대다. 아마추어들은 그걸 사용해야 하지만 걸음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판단하는 것도 프로 게임의 일부다. 그게 좋은 캐디와 좋지 않은 캐디를 가른다. 레이저는 늑장 플레이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여전히 걸음으로 거리를 잰다. 그건 깃대를 그대로 꽂아두는 것과 같다. 누구는 그대로 두고 누구는 뽑아 든다. 캐디들이 그걸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그런 식의 변화로는 플레이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골프는 여전히 4시간 반에서 5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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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들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컷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지만 PGA투어의 경우 어느 정도는 컷 탈락을 하더라도 여전히 꽤 많은 돈을 번다. 금전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하지만 매주 거액의 상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기회를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돈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TV 시청률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팬들의 관심을 높여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PGA투어에 투자하면 수익을 얻는다. 우리 투어에 투자해도 그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관중이 즐기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토너먼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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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신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게 일반화되어야 한다. 나는 도움을 받았다. 스포츠 심리학자와 상담가를 찾아가 얘기해야 할 것들을 얘기했다. 친구들에게도 많이 의지한다. 문제가 크건 작건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야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깨끗하게 비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를 안은 채로도 실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웠다. 코스에서 박스 호흡(숨을 들이마시면서 넷을 세고, 숨을 참고 넷을 센 다음 숨을 내쉬면서 넷을 세고, 다시 반복하는 호흡법)도 많이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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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그림을 좋아해서 집에 있을 때는 그림을 그린다. 즉흥적인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멀리 사는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그냥 비행기를 타고 실행에 옮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책을 읽는다. 제일 좋아하는 책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이다. 밤에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리멤버 타이탄(Remember the Titans)>도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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