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컵] 美 스트리커 단장이 유럽을 물리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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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 美 스트리커 단장이 유럽을 물리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9.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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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스트리커 단장
스티브 스트리커 단장

오는 24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헤이븐의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미국과 유럽의 남자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이 열린다. 1927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골프 전쟁. 올해로 43회째를 맞는 라이더컵 역대 전적은 미국이 26승 2무 14패로 앞섰다. 그러나 최근 10번의 대회에서는 유럽이 미국에 7승 3패로 크게 앞선다.

미국은 라이더컵 랭킹으로 콜린 모리카와(24), 더스틴 존슨(37), 브라이슨 디섐보(28), 브룩스 켑카(31), 저스틴 토머스(28), 패트릭 캔틀레이(29)와 스트리커 단장 추천으로 토니 피나우(32), 잰더 쇼플리(28), 조던 스피스(28), 해리스 잉글리시(32), 대니얼 버거(28), 스코티 셰플러(25) 등 12명으로 대표를 구성했다.

최근 열세를 이겨내기 위한 미국 팀의 스티브 스트리커(54) 단장이 유럽 팀을 물리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했다.

스포티비골프앤헬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라이더컵 전 라운드를 단독 생중계한다.

불협화음: 할 서튼은 2004년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을 한 팀으로 묶었지만, 이들이 두 번의 매치에서 모두 패하면서 오히려 유럽 팀의 사기만 높여주었다.
불협화음: 할 서튼은 2004년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을 한 팀으로 묶었지만 이들이 두 번의 매치에서 모두 패하면서 오히려 유럽 팀의 사기만 높여주었다.

1. 현명하게 선택할 것

단장으로서 제일 먼저 직면하게 될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포인트 시스템이 제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여섯 명으로 늘어난 단장 선발 선수를 정한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안쓰럽다. 레이먼드 플로이드가 단장을 맡았던 1989년 이전에는 단장 선발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었고, 폴 에이징어가 2008년에 네 명을 요구한 건 정말이지 정신 나간 짓이었다고 생각한다.

성격을 고려한 점에서는 에이징어의 공이 크지만, 심리적인 접근법을 처음 도입한 건 1991년 키아와 대회 때의 데이브 스톡턴이었다. 그는 심리학자인 데버라 그레이엄(Deborah Graham)과 함께 팀의 성향과 기질을 분석한 후 잘 어우러질 만한 선수를 선발했다. 선수마다 최소한 한 명의 잠재적인 파트너가 있도록 팀을 구성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선수가 포인트로 팀에 합류했다면 그를 참아줄 만한 누군가를 뽑는 데 와일드카트를 쓰는 게 좋다. 

유럽 팀과 달리 미국에는 우승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음으로, 개최 코스와 스타일이 잘 맞는 선수를 선택한다. 간단한 얘기 같지만 2018년에 짐 퓨릭은 이걸 하지 못했다. 그는 무작정 최고만을 지향했다(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 토니 피나우, 브라이슨 디섐보). 그들이 플레이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건 미국 스타일 코스에서의 얘기였다. 페어웨이의 폭이 호텔의 복도 정도에 불과한 프랑스에서는 피나우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맥을 못 췄다. 차라리 플레잉 부단장으로 맷 쿠처와 잭 존슨은 활용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파트너를 정할 때는 할 서튼처럼 위압적일 거라는 생각만으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두 명의 슈퍼스타를 함께 묶어서는 안 된다. 타이거와 필의 팀은 유럽 선수들의 투지에 불을 붙였고, 만약 그 팀이 패배할 경우에는 상황이 아주 난감해진다. 선수들에게 누구와 플레이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성격 차이를 조정하는 게 좋다. 2012년에 존슨은 제이슨 더프너가 너무 말이 없어서 힘들어했고, 결국 데이비스 러브 3세가 더프너에게 말 좀 하라고 말해야 했을 정도였다. 그들은 대회에서 2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대진표는 싱글 매치에서 가장 중요하다. 2012년에 러브 3세는 버바 왓슨와 웨브 심프슨이 빠른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제일 먼저 내보냈다. 그들은 긴장했고 출발이 좋지 않았으며, 유럽 팀은 놀라운 역전극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먼저 내보내야 한다.

깃발을 휘날리며: 앤서니 김이 발할라에서 열린 2008년 대회에서 미국 팀의 16½-11½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깃발을 휘날리며: 앤서니 김이 발할라에서 열린 2008년 대회에서 미국 팀의 16½-11½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 선수들의 기질을 파악할 것

올해 팀을 구성하는 12명의 선수들은 예전 팀보다 뭐랄까, 더 까다로울 것이다. 요즘은 선수마다 대규모의 수행원을 대동한다. 캐디, 스윙 코치, 퍼팅 코치, 멘탈 코치, 에이전트, 샌드위치 조리사, 그리고 '피지오'까지. 이건 유럽에서 사용하던 말이지만 '트레이너'보다 더 근사하게 들려서 그런지 요즘은 다들 이렇게 부른다. 이렇듯 선수들은 자신만의 무대에서 스타로 군림한다. 그럴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 몇 년 동안 "그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라이더컵에서는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자의식은 저마다의 저택에 놓아두고 팀의 역동성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프리마돈나들에게 한 주 동안만 자신을 두 번째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공통의 취지가 필요하다. 에이징어가 2008년에 네이비실의 모델을 적용해서 만든 '소모임' 시스템이 천재적이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선수들의 프로필을 정리한 후 성향에 따라 네 명씩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공격형, 지속형, 그리고 단순형으로 나눈 그룹별로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공격형인 앤서니 김에게 "좀 기다려봐!"라고 차분하게 말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는 아마 됐다고 할 것이다. 에이징어는 발할라의 14번홀에서 그를 직접적으로 도발했다. "자네가 오늘 나에게 뭘 좀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쥐뿔도 보여주는 게 없군!" 그 말에 앤서니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하지만 지속형인 벤 커티스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아마 멘탈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할 것이다. 선수들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끼는지도 알아야 한다. 2010년의 잭 존슨처럼 연습 시간을 1시간 더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렇게 해준다. 웨이트트레이닝룸을 준비한다. 개인 피지오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준다. 그리고 요즘 선수들은 음식에 민감하다. 예전에는 그냥 뷔페만 준비하면 끝이었다. 이제는? 다들 자기만의 식단이 있다. 우즈는 마늘을 싫어한다. 디섐보는 프로틴 셰이크를 원할 것이다. 스피스는 과카몰레를 좋아한다. 날생선은 피해야 한다. 위스콘신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위험 요소가 높은 것을 굳이 시도할 이유가 없다.

선수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쉬지 말고 얘기해주어야 한다. 단장은 치어리더이지 비평가가 아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첫 번째로 출전시킬 때는 그가 가장 플레이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떤 선수에게 대기하라고 말할 때는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팀의 에이스를 100% 미만의 컨디션으로 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첨꾼이 된 기분이겠지만 그것도 단장이 할 일이다.

모든 건 카우보이의 덕?: 할 서튼 단장은 2004년 매치 첫 날 이런 모습으로 등장했고 대회는 18½-9½로 유럽 팀의 완승이었다.
모든 건 카우보이의 덕?: 할 서튼 단장은 2004년 매치 첫 날 이런 모습으로 등장했고 대회는 18½-9½로 유럽 팀의 완승이었다.

3. 의상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곤란하다

실내용 우비를 따져보자. 2010년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물론 그해 웨일스는 60cm 두께의 강철 큐브로도 쏟아지는 비를 막지 못했겠지만, 우비의 용도는 한 가지이다. 그걸 입은 사람을 젖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그해의 우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끔찍해 보였다. 의상의 그 총체적 난국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라이더컵의 의상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75년에 아널드 파머는 유럽 선수들이 너무 볼품없는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전원에게 새 풋조이 골프화를 선물했다. 미국 선수들은 라커마다 미디움, 라지, 또는 엑스트라 라지의 의상이 준비되어 있으면 그걸 입곤 했다. 딱 맞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즈의 바지는 항상 너무 컸다.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가느다란 다리의 소유자이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그냥 웃어넘겼다. 이제 그건 농담거리가 아니다. 요즘 선수들은 맞춤 의상에 익숙하다.
 
라이더컵 주간에 입을 옷은 몇 달 전에 미리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게 좋다. 랄프로렌의 훌륭한 직원들이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옷을 수선해주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미루지 말고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 

디자인은 단순할수록 좋다. 1999년에 미국 팀이 입었던 액자 무늬의 희한한 옷 같은 건 우승을 해야만 상징성을 갖는다. 패하면 그냥 망신살이다. 적-백-청은 아주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2019년 프레지던츠컵 팀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들은 단색 위주의 옷을 입었고 아주 근사했다. 

단장의 스타일에서는 서튼의 예를 피해야 한다. 그는 2004년 금요일의 첫 티잉 에어리어에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타났고 그 자리에서 유럽 팀을 단합시키는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다. 맥주를 들이켜며 입담배를 씹고 말을 타는 양키라는 캐리커처가 탄생했다. 참고로 미국 팀은 그날 6½-1½로 뒤진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것도 홈그라운드에서.

승리는 우리의 것: 미국 팀은 1991년에 이른바 “해안의 전투”에서 유럽 팀을 14½-13½로 눌렀다.
승리는 우리의 것: 미국 팀은 1991년에 이른바 “해안의 전투”에서 유럽 팀을 14½-13½로 눌렀다.

4.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는 게 있다—그걸 활용할 것
 
물론 관계자들은 라이더컵의 코스 셋업이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눈 한 번 꿈쩍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아마 그들은 잠을 자느라고 프랑스의 마지막 매치를 못 봤거나, 르 골프 내셔널(Le Golf National)의 관리자가 페어웨이 폭을 3야드로 줄이고 러프를 무릎까지 올라오게 한 것도 단순한 우연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팀에게 유리하도록 코스에 손을 대는 것(전력을 보면 미국은 샷이 더 길지만 휘어지는 편이고, 유럽은 짧고 곧은 편이다)은 절대적으로 완벽하게 공정한 게임이다. 미국은 다만 이 소식을 유럽보다 늦게 접했다. 예전의 어느 미국 팀 단장이 토니 재클린에게 단장 시절에 셋업을 조작했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당연한 걸 왜 물어!"

2008년에 미국의 장난이 조금 심했을 때 관계자들은 단장 합의서에 막판의 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토너먼트 주간 전 주 월요일, 그러니까 첫 번째 샷을 하기 11일 전에 주최 측 단장의 통제권을 빼앗기로 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는 "코스 준비와 관련해서 일상적인 모든 결정, 잔디 깎는 빈도와 잔디의 길이, 티와 홀의 위치를 포함한 모든 결정을 매치 위원회에서 일임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토너먼트 전 주 월요일까지는 단장이 통제권을 갖는다는 얘기로만 들린다. 그리고 그렇다면  단장의 의도를 사랑스러운 코스 관리인에게 전달하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그가 좋아하는 버번 한 병을 들고 가서 술잔을 기울이며 코스에 대한 비전을 논의하는 것이다. 아예 절친한 친구가 되는 것도 좋다.

2008년에 에이징어는 발할라의 베테랑 관리인인 마크 윌슨과 어찌나 가까워졌는지, 윌슨은 나중에 자신의 개에게 징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그 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한다). 에이징어는 약체인 미국 팀의 우승을 노리려면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뜻을 대회 몇 달 전에 윌슨에게 슬며시 얘기했다. 

그해에 미국 팀에는 샷을 이를테면 302야드까지 보낼 수 있는 선수가 여섯 명이었다. 그래서 에이징어는 어떻게 했을까? 302야드의 비거리로 벙커를 넘어갈 수 있는 위치에 티잉 에어리어를 조성했고 그 반대쪽에는 러프를 없앴다. 심지어 J.B. 홈스의 인생을 수월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뭇가지도 두 개나 잘라냈다. 준비 완료.

데이비스 러브 3세도 2016년에 헤이즐틴에서 똑같은 시도를 했지만, 천성이 그런 탓에 노골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셋업 책임자인 케리 하이(Kerry Haigh)에게 핀 위치에 관해 수월한 쪽으로 치우치는 편이 좋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그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버디를 하고 싶다. 상대 팀도 버디를 하며 맞대응을 하더라도 관중이 버디에 흥분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팀에게 긍정적이다. 모두가 포워드 티에서 플레이하지 않는 이상 버디가 쏟아지는 게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이지만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일단 페어웨이의 폭을 넓히는 게 좋다. 러프는 잘라내고. 핀의 위치는 쉽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1999년 라이더컵 마지막 날 미국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팬들이 18번홀로 쏟아져 나왔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1999년 라이더컵 마지막 날 미국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팬들이 18번홀로 쏟아져 나왔다.

5. 대회의 의미를 더 크고 원대하게

젊은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라이더컵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때가 있었다. 1977년에 톰 와이즈코프는 대회 출전 대신 사냥 여행을 택했다. 미국의 골프 팬들이 이 대회를 진지하게 여기기 시작한 건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의 홈 코스인 뮤어필드 빌리지에서 석패한 1987년부터였다. 1991년의 이른바 '해안의 전투'는 열기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 그리고 이제는 골프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되었고 선수들에게 그 의미를 더 크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단장의 역할이다. 그래야 1등 상금으로 200만 달러가 걸리지 않았는데도 전심전력을 다 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수들에게 주는 선물을 포함해서, 모든 건 최고급이어야 한다. 스튜어트 싱크는 아직도 2006년에 톰 레먼에게서 받은 자전거를 언급한다. 지금까지 저명인사들이 워낙 많이 선수들을 찾아왔기 때문에 올해는 누가 올까 기대하고 있을 테고, 그 점도 대회를 더 웅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얼핏 떠오르는 최고의 순간은 마이클 펠프스가 응원을 왔던 2016년이다. 그때 쿠처가 앞으로 나가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선수가 이렇게 응수했다. "어이 마이클. 쿠처가 딴 건 동메달이라고 해." 그때 펠프스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걸 하나 딴 것 같은데, 계영에서." 

올림픽 농구팀 감독을 지낸 마이크 시셰스프키(Mike Krzyzewski)가 팀 룸을 찾았을 때는 늘 차분하던 더스틴 존슨마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레먼은 헤이즐틴 당시에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을 섭외했다. 톰 브래디가 팀 동료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선수들에게 억만금을 주고도 못 배울 귀중한 수업이 되었다. 러브 3세는 아버지와 아들 부시를 모두 초대했고, 에이미 미컬슨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마이클 조던은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흔쾌히 와줄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특정 선수나 저명인사의 계획된 연설이 아닌 자연스러운 라이더컵의 동료애에서 나온다. 1993년에 벨프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톰 왓슨은 선수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은 이제 각자의 선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골프 모험을 떠나게 될 걸세." 이 단순한 한 마디가 선수들의 가슴에서 메아리쳤다. 선수들은 어떤 역경이라도 돌파할 준비가 되었고, 그때를 마지막으로 미국 팀은 유럽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설사 현장에는 없더라도 우즈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그는 돕는 걸 좋아하고, 선수들은 그를 우상으로 여긴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선수들의 힘을 북돋워 줄 것이다. 이걸 유념하기 바란다. 아, 그리고 팀 룸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탁구대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필수품이다.

전쟁은 이제 그만: 마크 오메라, 페인 스튜어트, 데이브 스톡턴, 그리고 코리 페이빈이 1991년에 키아와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쟁은 이제 그만: 마크 오메라, 페인 스튜어트, 데이브 스톡턴, 그리고 코리 페이빈이 1991년에 키아와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6. 이외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

라이더컵에서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 팬들이 이 대회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조로운 72홀의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에서는 관중이 예의 있게 박수를 치고, 선수들은 모자를 살짝 기울여 답을 하는 게 고작이니까.

가장 어이없는 경험을 한 건 아마 1991년의 데이브 스톡턴일 것이다. 매치 시작 이틀 전에 스티브 페이트가 리무진 사고를 당했고, 대회가 시작하고 나서는 에이징어와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난투극 직전까지 가더니, 이어서 레이 플로이드와 세베도 난투극 직전까지 갔다. 데이브는 '해안의 결투'라는 표현을 싫어했지만 실제가 그랬고 예측을 벗어난 이런 일들은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혼란을 가라앉히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갈등이 일어나면(예를 들어 패트릭 리드가 스피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브룩스와 DJ가 난투극을 벌인다든지) 언론이 알아차리기 전에 정면으로 부딪쳐서 해결을 봐야 한다. 트위터에서 일이 터지면 좋을 게 없다. 

유럽의 게시판에서 끓어오를 화젯거리를 던져주면 안 된다. 1991년 대회 전날 두 편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다. 미국 팀의 영상은 20분 길이였다. 유럽 팀 영상은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유럽 선수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2016년에는 대니 윌릿 덕분에 미국 쪽 팬들이 들고일어났지만 그러자 유럽 팬들도 더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인터뷰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 팀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제 세베 같은 선수와 싸울 일은 없지만 세르히오 가르시아나 이언 폴터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골프에 집중해야 한다. 2014년 이후 태스크포스(이 용어가 금기되었다는 사실도 우습다)에서 정확하게 지적한 점은 PGA가 선수들을 매일 밤 행사에 끌고 다니며 지치게 했다는 것이었다. 대회 기간 자신들의 골프 루틴이 바뀌었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이 원할 경우 관중과의 소통을 권장하되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분위기가 아무리 시끄럽고 거칠어지더라도 이건 골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일깨워준다. 코스에는 수비수가 없고 8번 아이언 샷을 60cm 앞까지 보내는 걸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짜릿한 승리: 저스틴 레너드가 브루클라인의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1999년 매치의 마지막 날 17번 그린에서 롱 퍼트를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짜릿한 승리: 저스틴 레너드가 브루클린의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1999년 매치의 마지막 날 17번 그린에서 롱 퍼트를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7.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수긍할 것

단장이 되면 가장 안 좋은 게 선수로 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샷도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매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 위에서 내가 지적한 점들을 모두 따르면서 화기애애한 팀을 유지해도 여전히 패할 수 있다. 1997년에는 톰 카이트가 모든 비난을 받았지만 우즈와 저스틴 레너드, 그리고 미컬슨까지 한 주 내내 도무지 퍼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에 유럽 선수들은 자기 팀 단장을 못 견뎌 했지만 그런데도 세베에게는 리더십이 훌륭하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우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2018년에 그는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라이더컵에 참가한 최고이자 가장 일관된 선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매치 전주에 그는 5년 만에 첫 승을 거뒀고,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좀비와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건 단장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플레이를 잘하던 선수들이 벽에 부딪히고 고전하던 선수들이 날개를 펼친다. 그런 의외성이 이 게임의 묘미이다. 유럽 선수들의 퍼트는 백발백중인데 미국 선수들의 퍼트는 홀 가장자리를 돌아 나오는 걸 보고 있으면 무기력한 마음이 들 것이다. 어느 해든 첫 티 샷이 날아가고 나면 단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차분히 앉아서 최선의 결과를 희망하는 것뿐이다.
 
단장의 역할은 자신의 팀을 우승할 수 있는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모든 게 리더의 탓이다. 그게 리더의 몫이다. 하지만 이기든 지든 매 순간을 즐기기 바란다. 이건 일생일대의 영광이니까.

글_대니얼 라파포트(Daniel Rapa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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