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실험실] 드라이버는 진짜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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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 실험실] 드라이버는 진짜 진화했나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7.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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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시형
사진=김시형

사상 최대 관용성과 비거리 드라이버의 탄생.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나오는 클럽 브랜드 광고 문구다.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클럽업체에서 배부하는 신제품 보도 자료는 ‘영끌’ 미사여구로 가득하다. 온갖 수식어를 거둬내고 보면 ‘더 멀리 더 똑바로 보내는 클럽’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요지다. 사실일까.

골프 장비는 첨단 과학의 발달로 비약적인 진화를 되풀이했다. 특히 드라이버는 변천사가 뚜렷하다. 헤드 소재로 퍼시먼(감나무)을 깎아 만든 우드를 사용하던 드라이버는 1979년 메탈 헤드가 개발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화의 첫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1982년 카본 헤드, 1990년 티타늄 헤드로 진화를 거듭하며 헤드 크기는 더 커지고 페이스는 더 얇아졌다. 지금도 티타늄은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지 못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드라이버 헤드 디자인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반원의 틀을 깬 사각 헤드 시도는 혁신적이었고 지금은 반원을 기반으로 기하학적인 공기역학 구조의 헤드가 나오고 있다. 또 헤드에 조정 가능한 무게추를 탑재하면서 튜닝이 가능해졌고 슬라이딩 무게추 같은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튜닝에서는 슬리브와 호젤의 개발도 큰 몫을 차지했다. 호젤 조작만으로도 로프트와 라이의 변화를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 중 하나다.

최근 추세는 크라운을 가볍게 제작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페이스에 첨단 기술을 적용해 반발력 강화와 스위트스폿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짧게 요약하면 최근 드라이버 트렌드는 저스핀 고탄도다. 매해 수많은 클럽업체에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얼마나 똑바로 멀리 가도록 발전하고 있을까. 이 단순한 물음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근 30년 사이 출시된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약 8년 간격으로 출시된 4개 메이저 브랜드의 대표 모델을 하나씩 선정했다. 테스트는 인천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의 스윙 로봇을 활용해 포어사이트의 GC쿼드로 샷 데이터를 집계해 결과를 도출했다. 헤드 스피드 100mph 기준으로 캐리/총비거리와 토/힐에 맞았을 때 오프라인 차이를 측정했다.

인천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에서 진행한 스윙 로봇 테스트. 사진=김시형
인천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에서 진행한 스윙 로봇 테스트. 사진=김시형

테스트 결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거리였다. 메탈 헤드 소재였던 1980년대 후반 T사 드라이버와 올해 출시된 T사 드라이버의 평균 총비거리 차이는 약 24m로 나타났다. 캐리 거리는 20.6m, 총비거리는 23.8m 증가했다. 두 시대의 드라이버가 같은 조건에서 스윙을 했을 때 헤드 스피드가 2~3mph 증가했고, 볼 스피드는 6mph 이상 빨라졌다. 스윙 로봇으로도 클럽 헤드가 증가하는 공기역학 구조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티타늄 헤드로 발전한 1990년대 후반 C사 드라이버와 차이는 더욱 확실했다. 메탈 헤드의 T사 드라이버의 평균 캐리/총비거리 217.2/236.8m보다 약 10m 증가한 228.1/245.3m로 측정됐다. 약 10년 사이 클럽 변화만으로 10m의 비거리 증가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헤드 크기가 커지고 가벼워지면서 스피드는 더 빨라졌다. 2010년대 초반 출시된 B사 드라이버 테스트 결과 평균 캐리 거리는 231.5m로 약 14m 늘었지만, 총비거리에서 254.1m로 약 18m나 증가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핀양의 변화다. 백스핀양을 살펴봤을 때 메탈 헤드 드라이버의 경우 평균 2450rpm을 기록했고, 티타늄 헤드로 바뀌면서 2827rpm까지 올랐다가 꾸준히 떨어져 올해 나온 T사의 경우 평균 2006rpm까지 줄었다. 30년 사이 발사 각도 평균 2° 이상 올라 최고점은 평균 4m 이상 높아졌다. 클럽업체가 추구하는 저스핀 고탄도 현상의 증거다.

하지만 관용성 테스트에서는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힐과 토에 맞았을 때 오프라인 차이는 들쭉날쭉했고 제조사에 따른 차이도 심했다. 다만 정타가 아니었을 때 클럽이 발전할수록 볼 스피드의 차이가 줄었고 비거리 손실이 적어 스위트스폿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휴먼 테스트에서는 시대별 클럽 차이가 더 뚜렷했다. 정타 확률이 크게 떨어졌고 일관성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헤드의 크기와 무게 차이가 스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결과다. 이번 테스트를 종합하면 드라이버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멀리 보낼 수 있게 진화했지만, 더 똑바로 보내는 것은 여전히 골퍼의 수준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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