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말고 바벨’…휴식기 체력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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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말고 바벨’…휴식기 체력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7.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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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트레이닝하는 한진선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한진선

8개월 동안 매주 이어지는 투어 스케줄을 소화하는 선수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휴식이 주어지는 혹서기 약 2주간의 휴가. 선수들은 꿀 휴가 대신 체력 운동을 택한다. 건강한 몸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휴식기 동안 체력 운동과 휴식을 병행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느샌가부터 선수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과거 훈련은 스윙 연습이 전부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배제했다. 근육이 생기면 스윙에 방해되고, 오히려 피로가 쌓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르다. 김효주, 박민지, 박현경, 최혜진, 한진선, 김경태, 박은신 등 정상급 선수들을 지도하는 팀 글로리어스의 전익주 대표는 “최근 브라이슨 디섐보나 로리 매킬로이 혹은 과거 타이거 우즈, 안니카 소렌스탐 등 체력 운동을 많이 한 선수들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걸 본 우리나라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체력 훈련하는 최혜진
체력 훈련하는 최혜진

●떨어진 체력 올리는 최적기

선수들은 겨우내에 근접한 수준으로 체력을 만들기 위해 시즌 중 하던 운동보다는 휴식기에 강도를 높여서 운동한다. 전 대표는 “휴식기는 떨어진 체력을 올리는 최적의 시기다. 물론 스윙 연습도 많이 하지만 운동 빈도를 높여 휴식기를 보낸다. 요즘 선수들은 골프 연습, 체력 운동, 휴식의 밸런스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한다.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웨이트 트레이닝 1시간을 하는 게 최대치다. 휴식기에는 5~6일 출근 도장을 찍는 선수들이 많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 시즌 중 하지 못했던 유산소 운동과 러닝에 집중한다. 인터벌 트레이닝, 셔틀 런 등으로 유산소 능력을 올리고 3~5km를 뛴다. 이렇게 기력이 빠질 정도로 운동하면 하루에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반기에는 메이저 대회가 세 개나 열리고 상금 규모가 큰 대회가 많다. 선수들은 이에 대비해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려 휴식기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전 대표는 “선수들이 휴식기에 체력 훈련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다. 야외 스포츠인 골프에는 특히나 환경 생리가 작용한다. 대회를 10개 이상 치르면서 지친 데다가 갑자기 덥고 추워지는 등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다 똑같은 조건에서 이를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다. 잘하는 선수, 안되는 선수 모두 하반기에 더 잘하기 위해 휴식기에도 운동을 놓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팀 글로리어스는 시즌 중에도 최대한 체력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대회장에 투어 밴을 운영한다. 마사지, 스트레칭 등의 케어부터 웜업 등 간단한 운동까지 책임진다. 선종협 트레이너는 “경기 전 웜업과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을 늘려주고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른 운동, 경기 후에는 불편한 부분의 보강 운동 등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주는 지난해부터 팀 글로리어스의 관리를 받았다. 하루에 2시간씩 주 6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감행했다. 일주일에 6번씩 4~5km를 달렸고 운동 앞뒤로는 마사지, 재활 트레이닝, 스트레칭도 빼놓지 않았다. 운동만으로는 부족해 식단 관리도 했다. 입이 짧기로 유명한 그는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등 영양을 고루 갖춰 평소 식사량의 1.5~2배를 섭취했다. 몸이 커지는 것, 비거리를 늘이는 것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김효주 맞춤형 플랜이었다. 그 결과 김효주의 비거리는 10~15m가량 늘었고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승(메이저 1승)을 거뒀다. 올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5년 3개월 만에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김효주 담당 박솔빈 트레이너는 “골프가 역동적인 스포츠는 아니지만 일관성 있는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강한 체력, 순간적인 힘이 있어야 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이제는 선수들 스스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휴식기에도 체력 훈련에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투어 밴에서 트레이너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박민지가 투어 밴에서 트레이너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건강한 몸이 곧 위닝 멘탈리티

2009년부터 양수진, 안신애, 안시현 등의 전담 트레이너를 맡은 전 대표는 1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벌써 5승을 기록한 박민지부터 김효주, 박현경, 최혜진, 지한솔 등 수많은 선수의 우승을 도운 그는 “지금 잘하는 선수가 많을 뿐”이라며 몸을 낮춘다.

전 대표는 “강조하는 건 내가 못하는 걸 극복하는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골프 실력은 다들 정상급이기 때문에 확 느는 게 없다. 그러나 운동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위닝 멘탈리티’가 생긴다. 힘들고 정신력이 강하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선수도 똑같다. 위기가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고 그 정신력을 좋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큰 목적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선 트레이너는 “정상급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독기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할 때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는 친구들이 코스에서 공이 안 맞더라도 어떻게든 스코어를 만든다. 이런 부분이 정신력으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민지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1승씩만 기록하는 선수였다. 올해는 출전한 12개 대회 가운데 6승을 쓸어 담았다. 전 대표는 “(박)민지는 항상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박민지는 2년 전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일환으로 턱걸이를 시작했다. 5주 동안 매일 시도해도 안되던 턱걸이를 이제는 7개까지 한다. 전 대표는 “단순노동의 무한 반복을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결국 빛을 발하게 돼 있다. 휴식기에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하는 것조차도 다 본인이 잘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귀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글로리어스의 모토는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을 위한 도구”다. 전 대표는 “힘들고 지루하지만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 한다. 그 운동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우리 센터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하면 낫다. 우리는 선수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시형]

(왼쪽부터) 팀 글로리어스의 박솔빈, 배정훈 트레이너, 전익주, 선종협 대표, 김혜선, 이상빈 트레이너
(왼쪽부터) 팀 글로리어스의 박솔빈, 배정훈 트레이너, 전익주, 선종협 대표, 김혜선, 이상빈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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