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너먼트 코스의 기준, 우정힐스CC [코오롱한국오픈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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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너먼트 코스의 기준, 우정힐스CC [코오롱한국오픈②]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1.06.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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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힐스 13번홀.

좋은 골프 코스의 기준은 시대나 골퍼들에 의해 변했다. 좋은 골프 코스의 기준이 바뀌었듯 코스 설계의 기준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993년 5월에 개장한 우정힐스는 국내 골프 코스 디자인의 흐름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골프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초기 골프 코스는 일본인 설계가와 일본에서 코스 설계를 배운 한국 설계가가 디자인했다. 일본식 코스 디자인의 특징은 한 홀에 두 개의 그린을 만드는 투 그린 시스템과 일본식 정원 조경이었다. ‘높으신 분들’의 놀이터이자 사교 모임의 장소였기 때문에 도전적인 코스보다는 안정적인 코스가 더 각광을 받던 시기였다. 

평면적인 페어웨이, 변별력 없는 레이아웃, 역할이 불분명한 벙커 등이 존재했고 토너먼트 코스로 사용할 수 없는 오락성을 중시하던 코스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 일본식 정원 코스를 벗어난 코스가 하나둘씩 등장했다. 외국 유명 설계가들과 한국의 2세대 코스 디자이너들은 단조로운 코스 설계를 벗어나 골퍼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토너먼트 코스를 구상했다. 그 시작을 알린 곳이 우정힐스다. 

◇ 피트 다이의 철학을 담다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와 US오픈을 개최한 휘슬링스트레이츠의 코스를 디자인한 전설적인 코스 디자이너 피트 다이는 매우 어려운 코스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어받은 큰아들 페리 O. 다이가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더해 공들여 설계한 우정힐스는 기존 조성된 일본식 코스 디자인의 틀을 벗어나 진정한 토너먼트 코스 설계의 진수를 한국에 가장 처음 선보인 코스다. 

페리 O. 다이가 우정힐스를 디자인하며 가장 심사숙고했던 것은 ‘한국인의 성향’이었다. 코스 설계는 플레이어인 국민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코스 디자이너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성향은 어땠을까. 우정힐스의 코스 설계를 살펴보면 다이가 한국인의 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다이는 한국인의 도전적인 성향을 파악했던 것이 분명하다. 

우정힐스에서 처음 플레이하던 골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여태까지 보지 못한 코스 레이아웃과 그린 콤플렉스에 적응하지 못했다. 직선 위주의 코스 공략, 낮게 굴리는 어프로치 샷 등 단순한 코스 매니지먼트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린 근처에 웅덩이를 깊이 파놓은 디자인은 굴리는 어프로치만 시도하던 골퍼들에게 높이 띄우는 샷의 필요성을 알려주었다. 페어웨이에는 다채로운 둔덕을 정교하게 만들어 두 번째 샷의 난도를 한층 높였다. 또 그린을 놓친다면 수직에 가까운 벙커 턱을 만나게 된다. 

회원권을 구입한 몇몇 골퍼는 “골프장 같지 않은 이상한 골프장을 만들었다”며 악담을 더해 회원권을 되팔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점점 많은 골퍼가 코스 설계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찬사를 보내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 골퍼를 각성시키는 코스

우정힐스에서 샷 기술을 익히며 하드 트레이닝된 프로 골퍼들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골퍼를 키우는 골프장’이라는 별명도 있다. 최광수를 비롯해 함정우까지 수많은 엘리트 골퍼가 우정힐스에서 트레이닝을 거쳤다. 우정힐스의 설계를 참고해 다른 코스를 설계한 디자이너도 많다. 코스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정힐스에서 한 가지 구질만 구사하는 골퍼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없다. 또 코스 공략에 신경 쓰지 않는 골퍼도 재미를 보지 못하는 코스다. 자신의 골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실력을 검증받고 싶은 도전적인 골퍼를 환영하는 코스다. 단조롭게 설계한 코스에는 단순한 샷만 필요하듯 다채롭고 전략적으로 설계한 코스는 골퍼에게 다양한 샷을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토너먼트 코스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려면 모든 클럽을 다루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정힐스 7번홀.

◇ 토너먼트 코스의 기준

명문 코스의 기준은 골퍼마다 다르다. 클럽하우스를 궁궐처럼 지어놓고 완벽하게 의전 서비스를 교육받은 직원들이 상주하며 좋은 점수를 적어낼 수 있는 코스를 명문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 뉴저지 파인밸리처럼 완벽에 가까운 코스 설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처럼 역사적 상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퍼도 있다. 명문 코스의 기준에 부합하는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우정힐스를 오픈하면서 “명문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명문이라는 수식어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골프장에 어울린다는 해답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에 자칭 명문 코스라고 부르는 수많은 골프장이 있지만, 내셔널 타이틀 토너먼트인 코오롱한국오픈을 오랜 기간 후원하며 한국 골퍼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 우정힐스는 스스로 명문 코스라 불러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코스다. 

오너의 강한 의지가 골프 코스 설계 가치를 높인 골프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교한 설계를 실제 코스에 완벽하게 적용하고 싶었던 욕심은 시공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우정힐스가 만들어질 당시 한국의 골프 코스 시공 노하우 부족으로 정교한 페어웨이 언듈레이션을 만들 수 없어서 미국의 숙련된 작업자를 현장에 불러 페어웨이 셰이핑 작업을 했다. 더 쉬운 방법도 있었지만 정석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노력은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골프 코스를 바라보는 골퍼의 눈높이도 코스 설계가 발전하면서 덩달아 높아졌다. 골퍼의 플레이 수준이 높을수록 코스의 가치를 더욱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코스는 최근 지어진 코스처럼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골프 클럽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길 권한다. 특히 코스 설계 자체에 집중해서 살펴봐야 할 코스다. 

남자 골프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 7326야드)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역시 우정힐스의 코스 레이팅 77.6, 슬로프 레이팅 148로 적용된 난도 높은 코스 세팅이 출전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준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kimpro@golfdigest.co.kr]

[사진=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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