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나는 무엇보다 지는 것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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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나는 무엇보다 지는 것이 싫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1.04.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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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몇몇 경기에서 이기면서 골프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내가 골프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지는 것이 싫다. 

부모님은 골프를 했고 나는 네 살 때 집 안 곳곳에 있는 물건으로 부모님의 스윙을 흉내 내곤 했다. 아홉 살 때 첫 대회에 출전할 만큼 가능성을 보였다. 그때까지 한 번도 90타를 깬 적이 없었는데 첫 대회에서 77타를 기록했다. 당시 극도로 집중한 동시에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집중력을 만들었다. 이를 느낀 뒤 나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졌다. 사실 그 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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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모님과 함께 플레이를 했지만 대개는 코치 그리고 코치의 친구들과 플레이했다. 내 실력은 점점 좋아졌고 16세에 국가 대표 팀에 발탁됐다. 일본투어 대회 한 곳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는 데 그때 처음으로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귀국해서 국가 대표 자리를 내놓고 17세에 프로로 전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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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낸 첫 시즌 때 투어 카드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정신적으로 대회 수와 압박감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내 플레이에 대해 어떠한 자신감도 가지지 못하고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 시즌에 플레이 스타일, 즉 꾸준함과 일관성을 믿기로 했고 확실히 효과를 보았다. 상금 랭킹 15위권에 들었고 이 정도면 Q스쿨 2단계 참가 자격을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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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웹닷컴투어(현재의 콘페리투어) 시즌 참가 자격을 얻었고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을 할 순 없었다.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두 번째 대회에서는 2위에 올랐다. 처음의 단 두 개 대회만으로도 PGA투어 카드를 확보한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바꾸어 상금왕을 노리기로 했다. 이는 메이저를 제외한 PGA투어 전 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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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GA투어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벅찼다. 타이거의 스윙은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말문이 막혔다. 엄청난 상상력을 지녔고 원하는 모든 샷을 구사했다. 그는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한다. 또 스스로 빛나는 오라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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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샌더슨팜스챔피언십 연장에서 패했다. 경기가 끝나기 전 내가 우승을 차지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집중력을 잃었다. 세바스티안 무뇨스는 어려운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나는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혼다클래식에서 다시 한번 우승할 기회를 만났을 때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토미 플리트우드와의 연장전을 준비했다. 운 좋게도 연장전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지만 연장에 돌입했다 하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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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2020년 첫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그 교훈을 다시 배워야 했다. 윙드풋에서 열린 US오픈에서 22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오거스타에서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기뻤다. 더스틴 존슨과 마지막 조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정말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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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출발해서 1타 차 선두에 나섰다. 어느 순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두 번 실수를 범했고 더스틴은 그새 멀리 달아나버렸다. 계속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겸허한 자세로 되새겼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려 하거나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만다. 이런 점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에 오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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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중하게 목표를 세웠다. 나 자신보다 앞서 가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그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생각할 때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표 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끝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조국을 대표한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며 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어서 솔직히 말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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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세우고 토너먼트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당시는 주로 불안과 집중력 사이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가 기대하는 것이 있고 자신감도 유지해야만 한다. 내가 가진 기회와 함께 최대한 겸손한 마음으로 이들 사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난 여전히 지는 것이 싫다. 

프로필 : 
미국 PGA투어
나이 23세
우승 PGA투어 혼다클래식(2020년),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2019년), 2018-2019시즌 PGA투어 신인상

글_킬리 레빈스 / 정리_인혜정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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