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어스’ 박정아, 엄마니까 솔직해도 괜찮아 [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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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어스’ 박정아, 엄마니까 솔직해도 괜찮아 [스페셜 인터뷰]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4.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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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곧을 정에 아이 아.” 이름 따라 곧은 아이라고. 그래서 방송에서 거짓을 잘 못한다고. 허례허식 없이 털털하다. 가수 겸 배우이자 골퍼의 아내, 아윤이 엄마의 삶은 더 솔직하다. 아니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솔직해졌다고 말했다. 

●●●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고 솔직하다. 데뷔할 때부터 그런 이미지다.  

20대에도 성격은 비슷했다. 그땐 생각이 좀 많고 복잡했다. 대중이나 제작자가 원하는 모습과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달랐으니까. 어떻게 하는 게 지혜로운 건지 늘 고민했던 것 같다. 넌 너무 여성스럽게 생겼으니까 여성스러워야 해! 왜? 난 죽어도 못하겠는데? 쓸데없는 사소한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나이 들면서 나를 찾아가며 좀 자연스러워졌다. 더 나 같다고 해야 할까.

●●●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물론이다. 결혼하고 그렇게 느꼈고 아이를 키우면서 더 안정적인 느낌이다. 이젠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게 뭔지 자연스럽게 정해졌으니까. 바라보고 가야 할 게 정확해지지 않았나. 다른 것은 신경 안 써도 되니까.

●●● 연예인으로 사는 동시에 아내, 엄마로 살아가는 건 어떤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 엄마로 굉장히 충실하게 보냈다. 그래도 커리어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 몸이 회복되는 대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임신 8개월까지 일을 했다. 아이 낳고 8~9개월 만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했다.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데 그게 가장 어렵다. 일을 쉴 때는 이유식을 다 해서 먹였는데 일할 때는 사서 먹이고 있다. 이런 부분이다. 현실에 맞춰 양쪽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사실 아이랑만 같이 있어도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그래도 엄마니까 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신혼이었을 때는 못했을 것 같은 일도 아이가 있으니까 한다. 마음이 안정되니까 얼굴이 좋아지고 환해졌다는 얘기를 듣더라.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에서는 벗어났다(웃음).

●●● 박정아의 보컬을 더 많이 듣고 싶다. 가수 활동은 아예 접은 건가?

앨범 계획은 사실상 없다.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러려면 큰 용기와 도전 정신을 갖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뮤지컬을 계속 노크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제작 환경이 많이 어렵지만 계속해서 좋아질 거라 기대한다. 계속 노크하다 보면 무대 위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 뮤지컬 배우는 매력적인가?

가수와 배우를 둘 다 했기 때문에 좀 더 접근하기가 좋았고 낯설지 않았다. 연기자로 시작해 뮤지컬을 했으면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았을 거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지만. 매력 있는 직업이다.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선물이다. 2014년에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이후로 노래를 전혀 안 했다. 그러다가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보컬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다.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싶다.

●●● 노래와 연기 중 선택할 수 있나?

이제 와서 선택할 순 없다. 아이덴티티 자체는 가수다. 내 몸에 맞는다. 너무 어릴 때부터 가수로 시작했지만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은 기억은 많이 없었다. 보컬리스트보다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더 많았다. 변명일 수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보컬을 위한 노력을 많이 못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건 아나운서 빼고 없는 것 같다.

●●● 용기가 생긴다면 싱어송라이터 박정아를 기대해도 되나?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기타 하나 메고 노래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한다. 이미 손가락은 굳었지만. 우쿨렐레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 프로 골퍼 전상우와 산다. 어떻게 만났나?

지인들이 소개해주셨다. 연애를 1년 반 정도 했고 결혼했다. 특별한 러브 스토리는 없다. 예전에는 누군가 소개해준다고 하면 도망 다녔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피해 다니냐, 한번 만나보자. 그렇게 남편을 만났다. 운동을 하고 특히 골프 하는 분들이 순수한 것 같다. 좋은 사람이고 나만 바라봐주고 그러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집착이었더라(웃음). 지금도 굉장히 사랑이 많다. 오늘 같은 촬영이 있을 때도 세심하게 챙겨준다. 내가 남편을 챙겨주는 것보다 남편이 날 챙겨주는 게 훨씬 많다.

●●● 골프가 매개가 되었나?

그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골프를 하게 된 건 남편 때문이다. 그 전에 살짝 배웠는데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액티브한 게 좋았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 골프를 제대로 다시 배웠다. 이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이 어딨나.

●●● 주로 라운드 나가는 동반자는 누구인가? 거의 가족 골프다. 남편과 늘 같이 다녔다. 내 골프 멤버는 시부모님과 남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남편 없이 라운드 나간 건 서너 번?

●●● 골프 매너가 매우 훌륭하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런 건 어디서 듣나(웃음)? 좋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가는데(웃음). 골프는 기본적으로 모든 부분에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디분들에게 진짜 막 대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건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그런 얘기를 했다. 너와 같이 라운드 나갔을 때 또 나가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프로 골퍼의 아내니까 더 조심스럽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남편한테 잘 배웠다.

●●● 골프 연습이나 라운드는 자주 하는 편인가?

아이 낳기 전에는 연습장에 가서 연습도 하고 그랬다. 라운드 잡히면 이틀은 연습했다.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나갔다. 골프 재밌더라. 남편한테 그랬다. 나 이거 모르고 살 뻔했는데 이런 즐거움을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공이 안 맞으니까 등산을 해야 해서 힘든 것만 빼고. 한 홀당 연습 스윙까지 열다섯 번은 휘두르니까 얼마나 힘들겠나. 그래도 정말 골프가 좋다.

●●● 골프 실력을 공개할 수 있나?

정식으로 시작한 지 5년 됐다. 아이 낳기 전에는 비거리가 많이 나지 않았는데 아윤이 태어나고 많이 안아서 근육이 생기니까 비거리가 늘었다. 드라이버는 평균 170m 정도? 보내고 아이언으로 따박따박 올려서 그린까지 간다. 쇼트 게임은 못한다. 에지 투 에지다(웃음). 남편 말로는 핸디캡 25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100개를 확 넘진 않는데 그렇다고 백돌이가 아닌 것은 아닌 느낌? 아주 정확하게 했을 때 베스트 스코어는 92타다.

●●● 플레이 스타일도 상당히 시원시원한 편인가?

드라이버에 자신이 있긴 하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풀린다. 드라이버로 잘 맞았을 때 나오는 그 시원한 소리에는 가슴까지 뚫린다. 잘 맞았을 때 짜릿한 손맛이 있지 않나. 진짜 가볍게 맞은 기분인데 타격감이 정말 좋아서 홈런을 때린 그런 느낌? 정말 좋다.

●●● 골프웨어가 정말 잘 어울린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

무조건 블랙 앤드 화이트다. 무채색을 가장 좋아하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선호한다. 긴바지에 심플하게 입는 편이다. 스커트에 긴 양말도 잘 신는다. 내가 까만 편인데 남편은 진짜 하얗다. 같이 반바지 입고 앉아 있으면 흰 우유와 커피 우유다. 여름에는 덜 타게 하고 싶어서 싸매는 경향도 있다.

●●● 골프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한 장소에서 걸으면서 여유롭게 얘기도 하고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좋은 공기 마시며 걷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낙엽이 떨어지고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에 골프장을 찾으면 얼마나 좋은가. 평생 할 만한 운동이지 않나. 내가 어딘가 고장 나지 않는 한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다시 한번 골프를 알게 해준 남편에게 고맙다. 레슨도 고맙고.

●●● 남편이 가장 많이 해주는 조언, 아니 지적은 뭔가?

무조건 어드레스다. 백스윙이 이상하든 뭐가 이상하든 모든 기본은 어드레스라고 말해준다. 처음에는 못 알아듣겠더라.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못 쳐도 괜찮은데 스윙이 예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립 잡는 거 많이 말해주고 오버 스윙 못하게 하고. 잘 잡고 잘 돌아야 한다고 항상 그 얘기한다.

●●● 레슨을 받으면서 짜증 날 때도 있어 보인다.

“아니 정아야 봐라. 이렇게 잡으면 잘 맞는데 왜 안 되는 거야?”라고 하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자기는 프로 골퍼잖아. 어릴 때부터 했던 사람이니까 그렇게 쳐도 다 맞지.” 그러면서 내가 말을 안 하고 1시간 반 동안 공만 쳤다. 그랬더니 남편이 진짜 독하다고. 나중엔 자기가 알려주는 대로 했다고 하더라.

●●● 이후 남편 태도가 달라졌나? 한번 그러고 난 다음엔 터치를 많이 안 한다. 필드 나가서도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자유롭게 놔둔다. 잘 맞으면 칭찬 많이 해주고 못 치면 저 멀리 가서 쳐다도 안 본다(웃음). 땅 파고 있고 스윙도 많이 하니까 안쓰러운가 보다. “그냥 연습 스윙하지 말고 해. 너무 힘들어서 안 돼.” 이런다. 아직 포기한 건 아닌 것 같다.

●●● 사용하는 클럽 구성도 궁금하다.

풀 세팅! 유틸리티까지 있기는 다 있다. 플레이할 때 욕심을 안 낸다. 클럽 욕심도 없었는데 새로 클럽을 바꿔서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아는 최근 테일러메이드 심 글로리(SIM Gloire)로 클럽을 교체했다.)

●●● 플레이나 스코어에 대한 욕심은 없나?

없다. 그래서 더 빨리 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게 내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욕심내서 힘들고 싶지 않다. 가족하고만 다녀서 그럴 수도 있다. 원래 성격도 그렇다. 연예인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걸 억지로 하지 않아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을 오랜 시간 습득한 것 같다. 골프도 욕심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 아이 때문에 못 나가 몸이 근질근질하겠다.

올해부터 다시 나가려고 한다. 지난 가을에 두 번밖에 못 나갔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데 아이가 나한테 애착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한테 애착이 있어서 문제다. 애가 나한테서 떨어지면 분리 불안증이 생긴다(웃음). 라운드 갈 기회가 있어도 눈에 밟히니까 아이 옆에 있고 싶어서 못 간다. 요즘은 다시 골프장으로 나가고 싶다.

●●● 아윤이에게는 어떤 엄마이고 싶나?

너무 어렵다. 그냥 좋은 엄마, 친구 같은 엄마, 응원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사실 내가 가장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이 아이가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

●●● 그럼 남편에게는?

남편한테는 친구처럼, 엄마처럼, 동생처럼, 연인처럼. 아직은 연인이고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날 안 만든다(웃음). 연인이고 싶은데 집에선 엄마로 있으니까 그게 어렵다. 나도 목 늘어난 티셔츠 입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집에 있다 보면 후줄근하게 머리 산발돼서 앉아가지고 “왔냐”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 다시 박정아다. 조금 앞의 미래를 본다면?

아이가 많이 컸으니까 이제는 밖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 연예인 박정아와 아윤이 엄마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있더라. 굳이 나는 연예인 박정아, 여자 박정아로만 인정받을 거라는 생각은 내려놓고 살아가고 싶다. 방송도 그렇고 다른 여러 가지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면서 이 세상 엄마들에게 뭔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한번 해보려고 한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윤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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