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프리뷰]① DJ의 모든 것…“여우처럼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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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프리뷰]① DJ의 모든 것…“여우처럼 영리하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1.04.0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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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를 집어삼킨 것이 다섯 달 전이건만, 골프계의 수행자로 통하는 더스틴 존슨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더스틴 존슨(DJ)이 다가오는 건 1k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어깨가 대기를 가르며 리듬감 있게 오르내리는데, 무슨 재즈 스텝이라도 밟는 것 같다. 팔은 태평하게 흔들어대지만, 머리는 고요함의 오라에 둘러싸인 것처럼 평온하다. “걷는다”는 말로는 도저히 그 동작을 표현할 수 없다. 그러기엔 너무 공기역학적이다. 뽐내며 걷는다고 해야 할 것도 같지만, 그건 남에게 보여준다는 걸 의미하는데, 더스틴 존슨은 누가 보든 개의치 않는다.

그의 체구는 대단하다. 193cm 키의 근육질이면서도 유연하고 덥수룩한 수염에는 소스가 살짝 묻을 때도 있다. 이 정도 신체 조건의 골퍼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를 다른 종목에 비유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미식축구의 라인배커 같다느니, 몸통이 수영 선수에 버금간다느니. 하지만 존슨은 골프를 하기에 완벽한 몸을 지녔다. 타고난 신체 조건은 그가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고 마스터스의 디펜딩 챔피언이며 골프계의 마초로 통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머릿속에서 벌어지고(또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의  태도는 골프계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코치인 클로드 하먼 3세(Claude Harmon III)의 말이다. “잭과 타이거를 제외하면 골프 역사상 가장 탁월한 멘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우처럼 영리하다”
올해 서른여섯 살인 더스틴 존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는 별로 똑똑하지 않겠지!’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오거스타내셔널의 전통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점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존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샌드위치”라고 대답했다. 그린 재킷도 아니고 명예 시타자도 아니고 샌드위치라니. 고작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걸까, 대체 질문을 이해하긴 한 걸까? 세상에 넘쳐나는 똑똑한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증명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그 두 가지 특징을 분리하기란, 말이 없는 걸 생각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기자들이 뭘 물어봐도 존슨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DJ를 보면서 여우처럼 영리하다고 말한다.” 부치 하먼은 2009년부터 존슨의 코치를 맡았지만, 최근에 그 소임을 아들에게 넘겼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말이 별로 없다. ‘예’, ‘아니요’로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일부러 그러는 건데, 그래야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다.”

DJ가 내뿜는 기운에 감탄하는 건 하먼 부자뿐만이 아니다. 존슨이 5타 차의 우승을 차지한 2020년 마스터스에서 첫 두 라운드를 함께한 로리 매킬로이는 DJ의 방식을 이렇게 표현했다. “볼을 보고 샷을 한다. 퍼트를 준비하고 홀에 넣는다. 다음 홀로 이동한다.” 그건 진심 어린 찬사였고 어쩌면 부러움도 조금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오거스타내셔널의 1번홀에 올라가서 왼쪽으로는 나무가 도열해 있고 오른쪽에 벙커가 버티고 있는 페어웨이를 볼 때 어떤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아직 쓰이지 않은 헤드라인이 지나간다. 존슨의 눈에는 오직 파워 페이드 샷을 휘두를 반가운 캔버스만 보일 분이다. “뭔가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존슨은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충분히 오랫동안 골프를 해왔다. 나는 이 게임을 매우 잘 이해한다.”

거기에 존슨의 천재성이 있다. 스토리에서 미사여구를 제거하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범상한 능력. 뇌와 정점의 멘탈 게임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골프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게임”이라는 말은 업데이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나는 지금껏 사람들에게 생각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왔다.” 전설적인 스포츠심리학자인 밥 로텔라(Bob Rotella) 박사의 말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특히 골프의 경우 우리를 마비시킬 수 있다. 더스틴은 자신이 하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다른 모든 것에는 반응을 절제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그는 공포에 휩싸이는 법이 없다. 그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

운동선수들은 중압감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방법을 배우기 위해, 그러니까 결과보다 과정을 연마하기 위해 로텔라 박사 같은 사람들을 찾아간다. 과정은 통제가 가능하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 않다. 플레이를 잘하고도 나쁜 스코어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설을 잘 받아들이는 골퍼는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DJ는 몇 안 되는 행운아 가운데 한 명이다.

“볼이 물에 빠지거나 OB가 났을 때 나중에 연습을 더 하고 싶냐고 그에게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늘 샷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오버파를 했을 때도 ‘좋지 않은 스윙이 한 번 있었지만 좋은 스윙도 많았다’고 자평한다. 대부분의 골퍼는 스코어에, 안 좋았던 것들에 사로잡힌다. 더스틴은 그런 것들을 생각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클로드는 말했다.

존슨은 스포츠심리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건만,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도 않는다. 책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다. 특히 두 아들, 테이텀(6)과 리버(3)가 태어난 후로는 그럴 시간이 없다. 명상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의식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 나름대로,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일종의 명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말했다. “내 행동을 의식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한다. 그렇게 하는 것에 꽤 익숙하다.”

수행자 같은 이런 태도는 DJ만의 특징이고 존슨 집안의 내력은 아니다. 최소한 그의 동생이자 2013년부터 그의 캐디로 합류한 오스틴의 말로는 그렇다. “그런 기질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런 기질이 나한테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형은 늘 그랬다. 골프를 할 때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캐디는 코스에서 심리학자의 역할을 겸한다. 최소한 선수가 분출하고 싶어 할 때 그 기운의 공명판 역할을 한다. 언제 격려의 말을 건네고, 언제 따끔한 잔소리를 할지 아는 것도 캐디의 본분이다. 요트에 그냥 쉬는 중이라는 뜻의 ‘저스트 칠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의 캐디 역할은 그런 면에서 조금 단순하다.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 오스틴은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건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나보다 형이 나한테 그렇게 할 때가 더 많다.”

[글_대니얼 래퍼포트 / 정리_김성준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kimpro@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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