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박보겸 “쭈타누깐처럼 상대방에게 박수 보내는 선수 되고파”[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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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박보겸 “쭈타누깐처럼 상대방에게 박수 보내는 선수 되고파”[스페셜 인터뷰]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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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운동도 잘하고 학업은 올 A+에 바이올린이 취미다. 모든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인다. 국가 대표 커리어도 없고 기존 한국에서 성장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아, 지금까지 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일 수도 있다. 신인류. 박보겸을 수식하는 말.

- 4월 KLPGA투어 루키로 데뷔한다. 소감은 어떤가.

▲ 오랫동안 꿈이었고 학생 때부터 그 꿈을 위해서 열심히 해왔다. KLPGA 정규투어에 입성하게 되어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밖에 없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민을 갔다고?

▲ 사이판에 이민을 갔다. 골프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등 다른 운동을 취미로 많이 했다. 외국은 방과 후 활동으로 운동을 많이 해서 다른 운동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방학 때 부모님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가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었고 취미로 시작하게 됐다.

- 여러 스포츠 중 골프가 가장 잘 맞았나?

▲ 제일 재밌었다. 다른 스포츠는 상대방과 경쟁해야 하는데 골프는 (그때는 잘 못 쳤지만) 나 자신과 싸우는 게 재밌었다. 또 사이판이라는 나라 자체가 매우 아름답고 날씨도 정말 좋아서 부모님과 라운드하는 게 재밌었다. 그동안 움직이는 공을 컨트롤하는 스포츠를 했기 때문에 잔디 위에 올려진 공을 치는 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취미로 할 땐 쉬웠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하니까 정말 어렵더라.

-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건 몇 살 때인가?

▲ 취미로 몇 개월 치다가 사이판으로 전지훈련 오는 코치님들이 선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셔서 16세에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 국가 상비군이나 국가 대표 경험은?

▲ 거리가 멀었다(웃음).

- 아마추어 시절 우승했던 대회는?

▲ 하나도 없다. 지난해 드림투어(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11차전)에서 우승한 게 골프를 시작한 뒤 첫 우승이었다. 드림투어 우승 한 번을 하고 상금 랭킹 10위로 올해 정규투어에 올라왔다.

- 그럼 지난해 첫 우승이 굉장히 소중하고 특별했을 것 같은데?

▲ 특별했다. 사실 우승하면 눈물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진 않았다(웃음). 주변에서 워낙 축하를 많이 해주셨고 난 좀 덤덤했던 것 같다. 원래 성격이 덤덤한 편이다. 그래도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학생 때부터 꿈꾼 투어이기도 하고 규모도 더 크다 보니 그때는 눈물이 날 것 같다.

- 루키 시즌 앞두고 동계 훈련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 같다.

▲ 한성 팀브로스에서 최형규 코치님과 같이 전라남도 강진으로 5주 동안 동계 훈련을 다녀왔다. 장타자이다 보니까 드라이버 샷과 높은 그린 적중률은 자신 있는데 쇼트 게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정규투어는 그린 사이드 난도가 높고 그린 스피드도 빠르기 때문에 쇼트 게임 기술 습득과 빠른 그린에 적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 하루 훈련 루틴은 어떻게 됐나?

▲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30분이다. 아침 식사 하고 8시 30분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11시 30분까진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연습했다. 치핑 연습을 많이 했고 오전 내내 퍼팅 그린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점심 식사 후엔 낮 12시부터 티오프해서 18홀을 친다. 볼 하나로 스코어링 게임을 할 때도 있고 상황별 연습도 많이 했다.

- 실전 연습이 많았다. 그게 최형규 코치 스타일인가?

▲ 그렇다. 지금 한성컨트리클럽에서 연습하는데 원래 코스에서 연습하는 걸 좋아하신다. 실전 연습을 많이 하고, 내가 어려워하고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플레이 결과를 보고 상의를 많이 한다. 연습장에만 있는 것보다는 연습장에서 연습한 걸 그대로 코스에 옮길 줄 알아야 하는데 코스에서 연습하다 보면 도움이 된다.

- 장타가 특기다. 평균 260~270야드를 친다고?

▲ 장타자이기도 한데 코스에 따라서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장타자라고 하면 무조건 공격적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나는 코스에 따라서 현명하게, 스마트하게 플레이하는 게 좋은 골프 선수라고 생각한다. 학생 때는 투온 할 수 있으면 무조건 질렀다. 파4홀에서도 원온이 된다고 하면 “캐디 언니 몇 미터예요?” 물어보고 바로 질렀다. 그래서 성적이 잘 안 나온 것 같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은 성장하더라. 실패로 인해 배우는 게 많아졌고 이제는 돌아갈 줄도 알게 됐다. 장타자이지만 스마트한 골퍼로 불리고 싶다.

- 골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 처음 골프를 접할 때부터 비거리 욕심이 많았다. 18홀을 치고 오면 “엄마 나 오늘 저 벙커 넘겼어”, “엄마 나 오늘 파5홀에서 투온 했어” 이런 얘기를 주로 했다. 선수로 활동해야겠다고 결정하고 한국에 와서 플레이하다 보니 스코어에 집착하게 됐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나는 공격적인 스타일인데 잘 치고 있다가도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많이 성숙해졌다. 지금은 확률을 많이 본다. 어릴 땐 무조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실수가 나왔다.

- 돌아갈 때도 있어야 한다는 걸 빨리 깨우친 것 아닌가.

▲ 빨리 깨달았으면 국가 대표를 하지 않았을까(웃음). 나는 고집이 정말 세다. (드림투어가 열리는) 영광컨트리클럽 7번홀(파5) 페어웨이가 여덟 칸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좁다. 파5홀인데도 대부분의 선수는 5·6번 아이언으로 티 샷을 한다. 나는 늘 드라이버를 치고 잘 맞으면 5번 아이언으로 투온을 노렸다. 무조건 공격적으로 했고,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도 언더파로 끝낼 자신이 있었다. 동반자들이 다 놀랐던 걸로 기억한다. 그 홀에서 드라이버 치는 선수는 유해란, 박서진, 나 딱 세 명이었다. 그런데 정규투어에선 공격적으로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한 골퍼처럼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플레이하겠다.

- 어떻게 장타자가 되었나.

▲ 테니스를 오래 쳐서 늘 헤드 스피드가 빨랐다. 빠르게 휘두른다는 느낌이 몸에 익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주변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헤드 스피드가 빠를 수 있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본능을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타를 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내 몸의 힘보다는 클럽 스피드가 빨라야 거리가 많이 나간다. 클럽 스피드를 빠르게 하기 위해선 몸에 힘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원심력을 이용하는 운동이다 보니 몸에 힘을 빼야 가장 큰 원으로 가장 빠르게 클럽이 돌아간다. ‘더 멀리 쳐야지, 헤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해야 해’라고 계산하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된 모습이 나오고 만다.

- 사이판에서 골프를 할 수도 있었는데 한국에 온 이유는?

▲ 사이판에서 배우기엔 환경이 열악한 것도 있었고, 학업에 많이 집중하던 스타일이어서 골프 선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뒤 부모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하셨는데 나는 골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한국엔 훌륭한 엘리트 선수도 많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돌아왔다. 나 때문에 가족이 다 한국으로 들어왔다.

- 학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 후회는 해본 적 없다. 성적이 잘 안 나올 땐 속상하고 어릴 때는 ‘내가 가는 길이 맞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 2년 전 ‘박진하’에서 ‘박보겸’으로 개명을 했다.

▲ ‘진하’라는 이름도 흔하지 않았는데 ‘보겸’이도 정말 흔하지 않다(웃음). 될 듯 될 듯 안되니까 더 잘 풀리기 위해서 개명했다. 늘 우승을 생각하고 대회에 나가는데 될 듯하면서 안되더라. 원래 사주를 잘 믿지 않는 성격인데 ‘보겸’으로 이름을 바꾸고 난 뒤 소중함도, 행복하다는 느낌도 더 많이 느껴진다.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알게 됐다. ‘보겸’으로 바꾼 뒤로는 우승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었다. 대회 끝나고 속상해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빨리 캐치해서 ‘다음 경기를 위해선 이걸 보강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됐다.

- 드림투어 생활은 어땠나?

▲ 한 3년 했다. 드림투어는 정규투어로 가기 위한 발판인데, 루키로는 늦은 나이지만 드림투어를 뛰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드림투어에도 쟁쟁한 선수가 많고 수준이 높다. 더 단단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지난 3년의 세월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올해 루키들도 쟁쟁하다. 가장 라이벌로 꼽는 선수는?

▲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드림투어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온 김재희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 상금 랭킹 1위 타이틀을 갖고 있으니까 잘할 것 같다.

- 올해 정규투어 목표는?

▲ 컷오프 없는 꾸준한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혹시 운이 좋아 기회가 된다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인상을 받는 것도 목표다. 1년 시즌이 길기 때문에 늘 좋은 플레이를 하는 건 욕심일 수도 있는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게 선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롤모델은?

▲ 에리야 쭈타누깐. 다들 특이하다고 하는데 롤모델인 이유가 있다. 학생 때 LPGA투어 중계를 많이 봤다. 쭈타누깐이 우승 다툼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상대방이 정말 좋은 샷을 했다. 그 자리에서 쭈타누깐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골프가 상대적인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선수가 많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압박감 속에서도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명 깊었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 후원사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포인트도 상금도 제일 많으니까.

-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 처음 골프를 시작했던 마음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골프 선수가 직업이기 때문에 잘 안 풀리다 보면 우울해지고 표정이 안 좋아질 수도 있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 하려고 한다. 코스에서 선수들이나 다른 분들이 날 봤을 때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넓은 잔디에서 샷 하는 45~50초라는 시간은 오로지 날 위한 시간이지 않나. 골프를 시작했을 때 그 시간이 행복했다.

- 박보겸이 만개할 땐 언제일까?

▲ 내 느낌은 2년 뒤. 또래 친구들보다 골프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2부투어에 있던 시간이 길다 보니까 정규투어 데뷔도 늦었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루키로서 바로 우승하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나는 내 성격을 잘 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럼 2년 뒤엔 만개하지 않을까.

[골프다이제스트 주미희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윤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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