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편의 시설? 콘페리투어에서는 외계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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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편의 시설? 콘페리투어에서는 외계어다”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1.03.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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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와 메이저 리그의 차이. 

지난해 선수 한 명이 나를 해고했다. 이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다른 풀타임 캐디 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 여기 있다. 내가 있고 싶어 하는 곳은 아니다. 젠장, 이곳은 적어도 내가 아주 오랫동안 머물 수 없는 곳이다.

진실은 이렇다. 콘페리투어에서는 캐디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매우 간단한 경제학이다. 지난해 15명의 콘페리투어 선수가 20만 달러(약 2억1750만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우리의 수입은 누구와 함께 일을 하고 그가 어떤 성적을 냈느냐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상금의 8%가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하자. 상금 랭킹 상위 15명의 명단(40만4000달러(약 4억4000만원)의 윌 잴러토리스/1위, 20만3000달러(약 2억2000만원)의 커티스 럭/15위)을 살펴보면 이것이 연소득 1만6000~3만2000달러(약 1740만~3480만원)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여기 있는 거의 대부분이 미혼인 이유이다. 한두 명 정도 배우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리의 숙박비, 여비, 식비를 부담한다. 우리는 그저 적자만 면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것은 상위 15위권의 선수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캐디가 왜 콘페리투어에서 일하려고 할까? 사람들이 무료로 인턴십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자신이 맡은 선수가 PGA투어에 진출하는 꿈을 좇을 땐 다들 이렇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주 단위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매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선수들도 가끔 PGA투어 카드를 잃는다. 이것이 골퍼와 캐디 관계의 끝이 될 수 있다. 혹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자주 우리가 끝을 선언할 때가 있는데 특히 새로운 캐디를 찾는 선수를 알게 되는 경우다. 선수들은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가끔 캐디는 자신의 선수를 따라 콘페리투어에 내려가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해고당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에는 그저 허리띠를 단단히 조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지출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에어비앤비 같은 온라인 임대업은 가능하면 언제든지 캐디들이 숙소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숙박료는 큰 부담이다. 만일 다음 대회 장소까지 1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비행기를 타는 대신 운전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콘페리 대회는 우리를 위한 무료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에서 공짜 식사를 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평균 25~30달러(약 2만7000~3만2600원)의 식비를 추가로 부담(이 금액은 패스트푸드 가격이다)하고 있으며 이조차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무료 시식 코너는 정말 잃기 싫은 편의 시설이다.

편의 시설? 콘페리투어에서 이 단어는 외계어다. PGA투어는 지난 15년 동안 비록 소파 몇 개와 냉장고뿐일지라도 캐디들이 매 대회마다 확실하게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콘페리투어에서는 가끔 우리가 머무는 텐트를 제공해준다. 이것이 전부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콘페리투어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재정은 빠듯하고 캐디를 위한 처우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근 안내원이 필요치 않지만 필요할 때 혹은 뭔가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찾아가 물어볼 사람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끔은 야디지북이나 그린북이 없을 때도 있어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야디지 마커를 한 번 더 꼼꼼하게 점검하는 작업도 포함된다(이것이 우리 일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 같다).

우리는 임금은 1/5을 받으면서 두 배에 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PGA투어 합류에 성공한 후 보여줄 모습보다 더 다가가기 쉽기 때문에 근무 환경은 좋다.

마이너 투어에서는 캐디에게 더 가혹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행동을 함부로 하는 유명한 선수가 몇몇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이 바닥에서는 대부분이 착하고 정직하고 근면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얼마 안 되지만 함께 나눈다. PGA투어에서는 파벌이 있을 수 있지만 콘페리투어에서는 모두가 잘 지낸다.

물론 우리 중 여기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화려한 무대로 복귀하는 길을 보고 있다. 이 길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할 것이다. 

[글_조엘 빌 / 정리_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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