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② 콜린 모리카와, 굴곡 없는 챔피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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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② 콜린 모리카와, 굴곡 없는 챔피언 스토리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1.03.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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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어 직행 노선

J. J. 자코백은 2019년 여름에 일자리를 잃었다. 8년간 호흡을 맞췄던 라이언 무어가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한 탓인데 그건 PGA투어 선수들이 캐디에게 이만 헤어지자고 통보할 때 하는 말이다. 대학 시절에 NCAA D-II 개인전 타이틀을 두 차례(2002·2004년)나 차지한 그는 각광받던 대학 선수들이 곧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리카와, 빅토르 호블란, 매슈 울프 그리고 저스틴 서 등이었다.

그래서 그는 새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답게 자신의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에이전시 두 곳에 편지를 보냈다.” 자코백은 말했다. “콜린에게 가장 관심이 갔기 때문에 그의 에이전트에게는 직접 메일을 보냈다. 그가 프로로 전향하기 일주일 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콜린이 전화했다.” 면접은 45분 정도 소요되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한 질문이 나왔다. 골프의 경험은? 전략에 대한 철학은? 나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하지만 자코백은 유독 한 가지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 스물세 살짜리에게서 그런 질문을 듣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내게 조직적인 성격이냐고 묻더라. 그건 좀 우스운 질문인데 사실상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이다. 당연히 조직적이라고 하지, 달리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그렇다면 모리카와는 그걸 왜 물어봤을까? “나는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난다.” 자코백의 대답은 그보다 열다섯 살 어린 면접관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고 그는 일자리를 얻었다. 새로 얻은 직장에서 처음 출근한 곳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였다. 모리카와가 프로 신분으로 처음 참가한 대회는 US오픈의 36홀 구역별 예선전이었다. 그는 두 번째 라운드에서 66타를 기록하며 턱걸이로 대회를 통과했다. 사흘 후에는 스폰서 초청으로 RBC캐나디언오픈에 참가해 공동 14위를 하며 12만54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받은 급여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캐나다오픈 때 저스틴 토머스와 저녁을 먹었다.” 모리카와는 말했다. “그는 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실력이 충분하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내가 가진 정체성을 바꾸지 말라고 했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그곳에 도달하게 될 거라고 했다.” 토머스의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도 화려한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콘페리투어에서 꽉 차게 한 시즌을 보내고서야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모리카와의 길은 직행 노선에 가까웠다.

모리카와는 RBC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는 3M오픈에서 울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울프는 72번홀에서 이글 퍼팅에 성공하며 한 타 차 우승을 거뒀다. 2019년 3대 신인의 세 번째 멤버인 호블란은 13위를 했다. 세 명이 모두 프로로 나섰고 비교가 시작되었다. “비교한다고 해서 크게 부담을 갖지는 않는다.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리더보드를 보면서 ‘아이쿠, 내가 빅토르를 이겼네’, ‘맷이 나를 꺾었네’ 뭐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교는 계속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은 흥밋거리를 원하는데 이건 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을 이기는 건 내게 어떤 만족감도 안겨주지 않는다.”

모리카와는 세 명이 같은 달에 모두 프로로 전향했지만 나이는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울프는 오클라호마주립대를 2년 다녔고 호블란은 3학년을 마쳤기 때문에 셋 중에서는 모리카와가 가장 어른이다. 나이도 많지만 태도도 가장 성숙하다. “다른 친구들은 어리다. 골프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 티가 난다.” 자코백은 말했다. “실제로 그렇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콜린은 다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연습 라운드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수요일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그건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는 의도적으로 혼자 다니면서 그 주의 게임 플랜, 다른 어린 친구들은 생각하지 않을 그런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는 토너먼트를 아주 성숙하게 준비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 친구들과 농담하며 매치를 벌이는 일이 없다. 그는 진지해야 할 때 진지해진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 울프에 이어 2위를 한 뒤에 출전한 존디어클래식에서 모리카와는 공동 4위를 하며 다음 시즌의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출전한 바라쿠다챔피언십에서는 프로 여섯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PGA투어가 시즌을 잠시 중단했던 3월까지 모리카와는 프로 전향 이후 출전한 20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도 알았다. 쇼트 게임, 그중에서도 퍼팅을 개선해야 했다.

투어가 중단된 동안 라스베이거스의 더서밋클럽을 새로운 홈 코스로 삼고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는 데 매진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주어진 휴식 기간을 이용해 캐서린과 함께 인근 보호소에서 개 몇 마리를 데려와 보살펴주었다. 두 사람은 올해 초에 골든레트리버 한 마리를 입양할 예정이다.

투어가 재개된 후 그가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는 찰스슈왑챌린지였다. 모리카와의 퍼팅은 최악의 이유로 인해 집중 조명을 받게 되었다. 대니얼 버거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모리카와는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90cm 퍼트를 하게 되었다. 버거는 파를 기록한 상태였다. 모리카와는 퍼터를 안쪽으로 당겼다가 오른쪽으로 밀어냈다. 볼은 컵의 가장자리를 돌아 나왔고 그는 가혹한 패배를 맛봤다.

“내 경우에는 퍼팅이 좀처럼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그는 말했다. “어떤 선수들은 자연스러운데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볼 스트라이킹은 다르다. 한두 주 정도 쉬면 실력을 회복해서 완벽한 하이 컷 샷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퍼팅은 더 힘들다.”

악몽은 한 달 뒤에 고스란히 재연되었다. 그의 스물두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중단된 다음 주였다. 그의 연속 컷 통과 기록은 우즈가 프로에 진입하면서 세운 스물다섯 대회에 단 세 개가 모자랐다. 뮤어필드빌리지에서 열린 워크데이채리티오픈에서 그는 90cm 퍼트만 성공하면 예전에 저녁을 함께 먹었던 저스틴 토머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었다. 이번엔 당겼지만 볼은 가장자리에 닿고 안으로 떨어졌다.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토머스는 15m 퍼트를 성공하며 기염을 토했지만 그도 7.2m 퍼팅으로 응수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 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잡으며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확정 지었다.

4주 후에는 샌프란시스코 TPC하딩파크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의 선두 각축전에 끼어들었다. 일요일 오후 늦게 일곱 명이 몰린 상황이었다. 겨우 두 번째였던 메이저 챔피언십에서 그는 그때까지 골프 코스에서 경험하지 못한 멘탈의 경지에 접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누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를 쳤더라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의 집중력이었다. 바라쿠다에서 첫 승을 거뒀을 때는 마지막 두 홀에서 누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 전부 말할 수 있다. 부모님이 어디에 계셨고 캐서린은 어디에 있었는지 다 기억난다. 그런데 PGA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타이거의 터널 비전, 내가 그랬다. 다음에 할 샷, 그 샷이 어떻게 날아갈지에 완전히 몰두했다. 그때까지 내가 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4번홀에서 9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어프로치 샷에서 팻 샷이 났지만 칩 샷을 그대로 홀인하며 선두로 나섰다. 16번홀은 드라이버 샷을 시도할 수 있는 홀이었다. 앞쪽 가장자리까지 273야드, 홀까지 278야드. 숫자도 이상적이었고 스윙도 마찬가지였다. “내 거리가 짧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모리카와는 농담처럼 말했다. “비거리가 330야드가 아닌 덕분에 드라이버를 사용하기에 완벽한 홀이 된 것이다.” 볼은 그린 바로 앞에 떨어져 2m를 굴러갔다. 갑자기 토너먼트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투어의 다른 선수들만큼 볼을 멀리 보내지는 못했어도(그는 지난 시즌에 드라이버 거리 부문 97위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NBA의 175cm 단신 선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는 말했다. “어떤 코스에 가더라도 나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의 이 비거리로도 나는 여러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었다. 마침내 결정적인 퍼트가 홀의 중앙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소박하게, 어쩌면 맥없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만족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던 모리카와는 그 주에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 부문(퍼트로 줄인 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 주 전에 멤피스에서 자신의 캐디가 가르쳐준 팁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오른발에 체중을 지나치게 싣고 올라가면서 약간 잽을 날리듯 볼을 맞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왼발에 체중을 더 실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퍼터가 타격 구간을 통과하는 게 훨씬 유연해졌다.” 자코백은 말했다. 17번과 18번홀에서 배짱 있게 파를 기록하면서 2타 차 우승을 손에 넣은 모리카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4세 이전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네 번째 선수가 되었다. 이전의 세 명은?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였다.

골프에 새로운 슈퍼스타가 등장했고 그의 경쟁자들에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폴 케이시는 말했다. “뛰어난 선수는 눈에 띄기 마련이고 콜린은 실력이 뛰어나다.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보인다. 그를 주목해야 한다.”

●●● 메이저 챔피언의 삶

메이저 대회 우승은 선수의 인생을 바꿔놓지만 모리카와는 크게 달라진 느낌을 받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바빠진 게 전부다. 끝없는 오르막을 그리는 그의 골프 여정의 다음 단계에 불과하다. 며칠 정도 우승을 만끽한 후에는 TPC보스턴에서 시작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봐야 하는 그런 순간을 경험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타이거 우즈가 연습장으로 모리카와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메이저 클럽에 가입한 걸 축하해.” 타이거를 제외하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고 모리카와는 말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 그가 다니는 이발소의 이발사는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재미있는 건 브라이스 하퍼가 머리를 자르러 왔을 때는 사진을 찍어서 벽에 붙여놨다는 것이다. 하긴 나는 175cm의 아시아계니까.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당신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막연하다. 모리카와는 목표에 따라(단순한 기대치가 아니라 늘 목표를 설정한다고 그는 말했다) 행동하지만 그건 당장의 목표다. 오늘 실력을 더 쌓는 것. 이번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 장기적인 계획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단단한 토대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쩌면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게 순서일지도 모른다.

그는 경영대학을 나온 사람답게 자신의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엄마는 중국계다.) “하지만 나는 미국인이다. 조부모부터 여기서 자랐다. 우리 부모님도 여기서 자랐다. 내가 자란 곳도 미국이다. 그래도 나의 뿌리를 아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가보고 싶어 하는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내 삶을 지배하는 건 음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거물 셰프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들이 하는 일을 보고 싶다. 그건 너무 근사하다. 나한테는 그게 너무 대단해 보인다.” 골프에서도 아직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다. 라이더컵의 첫 번째 티에서 느끼는 긴장감, 디오픈챔피언십의 황홀함. 체력을 길러서 175cm의 체구에서 거리를 조금 더 짜내고 싶기도 하지만 서두를 건 없다. 콜린 모리카와는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선수가 아닌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여기까지 왔다. 나한테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걸 왜 바꾸겠는가?” (끝)

[글_대니얼 래퍼포트 / 정리_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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