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비지 않는다’…김시우, 성숙해진 멘탈로 4년만에 정상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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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비지 않는다’…김시우, 성숙해진 멘탈로 4년만에 정상 정복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1.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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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26)가 한층 성숙해진 멘탈로 3년 8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2017년 5월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약 4년이 흘렀다. PGA 투어 5년 시드를 보장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상승세를 탈 줄 알았건만, 허리 부상이 김시우를 괴롭혔고 거의 매해 찾아온 우승 기회는 번번이 그를 외면했다.

그런 김시우가 달라졌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끝난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김시우는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수면 보조제를 먹고도 깊게 잠들지 못했다는 김시우는 그린이 부드러워 난타전이 벌어진 최종 라운드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세계 랭킹 10위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를 잡으며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무리한 상황. 리더보드를 보며 캔틀레이의 추격과 역전을 알고 있었음에도 김시우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11번홀(파5)에서 279야드를 남겨놓고 두 번째 샷을 드라이버로 쳤는데 이건 공격적으로 공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드라이버 샷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시우는 "왼쪽에 물이 있었기 때문에 왼쪽으로 빠지는 것보다는 캐리가 좀 짧아도 충분히 굴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왼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선 3번 우드보다는 안전하게 드라이버를 잡는 게 나았다. 드라이버는 왼쪽으로 안 간다는 믿음이 있었다. 드라이버로 캐리를 좀 짧게 쳐서 언덕을 이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시우는 드라이버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으로 보내 어프로치 샷을 핀 2m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이 버디가 아니었다면 김시우는 자력 우승이 아닌 연장전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캔틀레이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1m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선두로 먼저 홀아웃하고 김시우를 압박했다. 김시우는 아직 15번홀.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한 탓에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만 조급하기보단 기회가 있다고 믿고 기다리고 인내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밀고 나갔다.

계획대로 김시우는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조금만 왼쪽으로 당겨졌으면 깊은 벙커에 빠졌을 텐데 다행히 오른쪽 그린 위로 올라갔다. 17번홀(파3)에선 5.5m 버디를 잡으며 캔틀레이를 따돌리고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마지막 18번홀(파4)도 가볍게 파로 마무리.

이날 김시우는 멘탈이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윈덤 챔피언십, 또 2018년 RBC 헤리티지 연장전 등 우승 기회가 있었을 때 김시우는 공격적으로 덤비는 성향이 강했다.

김시우는 당시를 "우승을 놓쳤을 당시 기복이 심했고 플레이가 안 되면 쫓기는 경향이 있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다가 기회를 놓쳤다"고 회상했다.

김시우 매니지먼트사 플레이앤웍스의 김두식 대표는 "매해 우승 기회가 있었는데 본인이 덤비는 플레이를 하다가 잘 안 되다 보니 스스로 교훈을 얻은 것 같다. 덤벼서 될 일이 아니다, 차분하게 경기해야겠다는 걸 배웠고 그대로 수행한 덕분에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함께 한 클로드 하몬 코치는 김시우의 스윙뿐만 아니라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김시우는 "코치가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언제든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 나 자신만 믿고 차분히 기다리면서 침착하게 플레이하고, 기복 없이 경기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새기면서 최대한 감정 기복 없이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마스터스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해 한 달 남짓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한 것도 도움이 됐다. 2주 자가 격리 기간 집안에 네트를 설치해 스윙 연습을 하는 등 골프를 놓지 않으면서도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며 편안하게 쉬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편을 택했다.

이후 1월 소니 오픈부터 다시 새롭게 PGA 투어 일정을 시작한 김시우는 공동 25위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은 출전 선수 중 15위(79.17%)로 날카로운 아이언 샷에 자신감을 가졌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그린 적중률이 1위(81.94%)였다. 버디를 23개(공동 5위) 몰아 잡는 동안 보기(2개·공동 2위)와 더블보기(0개·공동 1위)를 최소화하며 정상에 올랐다.

김두식 대표는 "원래는 부모님과 같이 다녔는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도 소니 오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장도 혼자 가고 다음 경기장도 렌터카로 혼자 이동했다. 혼자 다녀서 그런가?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진 느낌도 든다"고 밝혔다.

최경주(8승)에 이은 한국 선수 PGA 투어 최다승 2위(3승). 2012년 만 17세 역대 최연소로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을 통과한 골프장에서 세운 기록이어서 더 뜻깊다.

김시우는 우승 후 바로 샌디에이고로 이동했다. 오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즈 골프장에서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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