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세계 1위 근처는 갔잖아요…또 도전할 거예요”[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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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세계 1위 근처는 갔잖아요…또 도전할 거예요”[스페셜 인터뷰]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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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28)의 MBTI(성격유형지표 검사)는 사업가형인 ESTJ다. 목표나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꼭 지키는 성격. 프로 인생 11 년 동안 김세영을 발전시킨 건 끊임없는 목표 설정과 그 목표를 이루려는 계획, 의지였다. 지난해만 해도 그렇다. 숙원 사업이었던 메이저 우승과 개인 타이틀(올해의 선수) 수상을 이뤄냈다. 김세영은 "정말 신나는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지난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LPGA 데뷔 6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궜다. 한 시즌 동안 가장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올해의 선수상도 처음으로 받아봤다.

지난 6일 귀국 후 자가 격리 중인 김세영과 전화 연결이 닿았다. 시차 적응이 안 돼 오전 3시에 일어났다는 김세영은 "내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경기 끝나고 내가 우승자가 아닌데 사람들이 축하해줘서 의아했다가 올해의 선수상 주인공이 나인 걸 알았다"고 돌아봤다.

김세영은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2위를 했는데 6위 밑으로 떨어졌으면 내가 못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나 보더라. 그런 사실도 몰랐다. 원래 리더보드도 잘 보지 않을 뿐더러 계산이 복잡해서 올해의 선수를 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020시즌은 100% 만족이다. 성적이 놀랍기 그지 없다. 9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을 포함해 톱 텐에 6번 올랐고 가장 안 좋은 성적이 공동 20위에 불과하다.

김세영은 "대회를 많이 뛰지 않았음에도 그 안에서 성적이 꾸준히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2021년을 더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지면서 미국에 가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한 김세영은 LPGA 투어 진행 상황을 보고 괜찮겠다고 판단해 8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부터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김세영은 "막상 가보니까 당황스러운 상황이 많았다. 코로나19 양성이 나와서 연습하다가 갑자기 나가는 선수들도 있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서 상황이 좌지우지되니까 빨리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그중에서도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마지막 대회가 아깝긴 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항상 대회를 끝내면 우승 아니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잘한 것 같다. 올해는 정말 신났다. 우승 후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태양이 나를 감싸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크게 웃었다.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김세영은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으나, 규정 라운드 부족으로 베어 트로피(최소 타수 상)는 수상하지 못했다. 베어 트로피는 대니엘 강(미국)에게 돌아갔다.

김세영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며 "대회 한두개 하고 잘 쳐서 베어 트로피를 받는 건 말이 안되지 않나. 그런 부분은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또 세계 랭킹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후배 고진영(26)에 대해서도 "함께 플레이한 라운드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사흘 동안 같이 치면서 정말 잘 친다는 걸 느꼈다. 플레이가 안정적이고 베테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여유롭다. 나도 좀 더 잘해서 나중에 1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소한 얘기도 아낌없이 털어놨다. "여동생이 좀 꾸미라면서 자기 친구들한테 창피하다고 한다. 나는 쇼핑 같은 건 귀찮아하고 옷도 맨날 똑같은 거 입는 편이라 동생이 평상시에 옷 쇼핑을 같이 해준다"며 "동생이 공부하는 친구인데 너무 뷰티 쪽을 좋아해서 좀 걱정이다"며 언니다운 모습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자가 격리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미용실에 가는 것이다. 지난 8일 낮 12시에 자가 격리가 해제된 김세영은 "햇빛을 많이 받으니까 머리가 너무 상해서 미용실에 꼭 가고 싶다"고 한다.

올 시즌 머리를 땋고 경기했는데 "애들이 학생이냐고 놀린다. 너무 놀림을 받아서 머리를 땋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올해 이루고 싶다고 했던 세계 랭킹 1위를 아쉽게 이루지 못한 김세영(현재 2위)은 "그래도 세계 랭킹 1위 근처는 간 것 같다. 올해도 또 도전할 것이다. 항상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등을 하더라도 다른 목표를 설정해서 도전해야 매년 발전하고 동기부여도 된다. 오래 하다 보면 딜레마가 올 수도 있는데 의욕, 열정이 생긴다. 올해도 또 달려보겠다"고 밝혔다.

이런 성격이 지금의 김세영을 만들었다. 김세영은 세계 랭킹으로 출전할 수 있는 유력한 2회 연속 올림픽 대표 후보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김세영은 올해 예정된 도쿄 올림픽 대표가 충분히 가능한 위치에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이 선수 풀이 워낙 센 곳에서 말이다.

김세영은 "매년 더 높은 목표를 세팅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만족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매번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면 결과로도 나오더라. 내 성격을 잘 알다 보니까 나를 더 채찍질한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1월은 푹 휴식을 취한 뒤 이경훈 코치 팀 소속으로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김세영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선 도쿄 올림픽을 한다는 가정하에 준비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하고 좋은 퍼포먼스로 인사드리고 싶다. 작년에 많은 분이 힘들어했는데 내 우승이 조금이나마 좋은 에너지를 드렸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올해도 많은 분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희망도 드리고 싶다. 이런 부분을 항상 상기하면서 대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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