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인치 눈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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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인치 눈치 싸움
  • 서민교
  • 승인 2020.12.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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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끝난 US오픈에서 몸집을 불린 디섐보가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뒤 벌어진 일이다. 까다로운 윙드풋골프클럽을 비웃듯 괴력의 장타를 때린 디섐보는 ‘괴짜 물리학자’가 아닌 ‘천재 과학자’라는 동경 어린 신뢰를 쌓았다. 이후 디섐보가 비거리를 더 늘이기 위해 48인치 샤프트를 장착하겠다고 떠들기 시작하자 전 세계 투어 골퍼들이 현혹되기 시작했다. 필 미컬슨은 47.5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마스터스에 나섰고(그는 3오버파 공동 55위에 그쳤다), 유러피언투어에서는 캘럼 신퀸이 골프인두바이챔피언십에서 48인치 드라이버를 캐디백에 넣고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도 47인치 드라이버를 진지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디섐보는 마스터스에서 45.4인치 드라이버를 들었다. 허인회도 한때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샷 정확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같은 스피드에서 클럽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비거리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로봇 스윙 테스트 결과 드라이버 길이를 1인치 늘였을 때 헤드 스피드는 1.4마일, 비거리는 4야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8인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허용한 클럽의 최대 길이다. 2004년부터 이 같은 클럽 길이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둔 이유는 장비로 인한 경기력 향상을 막기 위해서다. 클럽이 길어질수록 거리에서 이점을 볼 수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정타에 맞았을 경우다.
국내 피팅 전문가들은 여전히 48인치 드라이버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문재호 카카오VX 피팅사업팀장은 “48인치 샤프트를 사용하는 건 디섐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라며 “아마추어 골퍼는 1인치만 길어져도 정타를 맞히기 힘들고 어드레스부터 틀어져 적정 스윙 프레임을 만들지 못해 오히려 비거리가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8인치 드라이버에 대한 추세도 한때 붐 업이 있을 수는 있더라도 다시 돌아갈 것이다. 싱글 렝스 아이언을 쓰던 골퍼들도 결국 다시 예전의 아이언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윤성범 스타일링골프 원장도 “시니어 골퍼를 위한 가벼운 48인치 드라이버는 피팅이 가능하지만 투어 프로나 젊은 골퍼는 소형차에 트럭 바퀴를 끼워 달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반면 국내 스윙 코치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의견은 조금은 엇갈렸다. 세계적인 흐름에 대비해 드라이버 길이를 늘이기 위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고 국내 골프 환경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48인치 샤프트에 대한 그들의 첨언이다.

 

+ 48인치 샤프트에 대한 말,말,말


이시우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
드라이버 비거리가 점점 많이 나가야 하는 세계적인 추세다. 헤드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우승을 위한 극단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코어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회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면 48인치 드라이버도 스윙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가르치는 선수들에게도 짧은 드라이버로 바꾸는 것은 권장하지 않지만 더 길게 쓰고 싶다고 할 때는 시도를 권유하고 있다.

성시우 골프존레드베터아카데미 원장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조건 긴 드라이버가 더 멀리 가는 게 아니다. 한번 멀리 보내는 것보다 평균 비거리가 더 중요하다. 18홀을 돌면서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아야 멀리 보낼 수 있다. 그 기회는 많지 않다. 오히려 스위트스폿에 맞히지 못하면 비거리가 줄어든다. 디섐보처럼 체격이 좋고 힘이 있는 선수는 시도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선수의 신체 조건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조민준 BTY골프아카데미 원장
물리적으로 봤을 때 샤프트 길이가 길어지면 거리가 느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거리도 중요하지만 정확도도 중요하다. 디섐보도 좋은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윙 궤도가 커지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 방향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디섐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용품업체에서도 48인치 드라이버를 내놓을 수 있다. 과연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재식 바른골프 원장
싱글 렝스 아이언이 나왔던 것처럼 48인치 드라이버도 새로운 시도 중 하나다. 우승을 위한 요소로 클럽의 길이가 꼭 중요하지 않다. 최경주 프로도 클럽을 짧게 썼다. 긴 클럽을 사용하려면 근력도 많이 따라줘야 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도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 긴 클럽을 쓰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얼마나 효과적인 결과를 낼지 모르겠다. 지금의 유행이 앞으로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 골퍼 김한별
미국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PGA투어는 국내 투어처럼 OB가 많지 않고 옆 홀로 넘어가도 대부분 인플레이 상황이다. 방향성에 대한 부담 없이도 장타를 치면 통할 수 있는 무대다. 한국에서는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디섐보도 한국에서 투어를 뛰었다면 도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한번 잘 맞으면 거리가 많이 나겠지만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드라이버 거리 욕심보다 아이언 샷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낫다.

프로 골퍼 김민규
디섐보를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비거리가 더 날 수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프시즌에 한번 테스트해볼 만하다. 현재 잘 맞고 있는 드라이버를 굳이 바꿔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라이버 샷은 스위트스폿에 맞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클럽이 길어져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예민한 드라이버로 매번 스위트스폿에 맞히긴 힘들 것 같다. 비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아이언 샷을 더 연습하는 게 좋지 않을까.

프로 골퍼 전가람
긴 드라이버로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코스가 긴 곳에서는 플러스 요소가 많을 것 같은데, 한국이나 일본처럼 타이트한 코스에서는 불필요할 것 같다. 멀리 똑바로 보낼 수 있는 컨트롤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써야 하지 않을까. 드라이버는 0.5인치만 길어져도 버겁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처럼 키가 크지 않고 백스윙도 짧은 스타일은 스윙 메커니즘을 많이 바꿔야 한다. 오는 3~4월 입대가 예정돼 있다. 한 번쯤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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