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열리는 오거스타의 천재적인 그린의 굴곡과 기울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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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열리는 오거스타의 천재적인 그린의 굴곡과 기울기에 대하여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0.10.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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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의 천재적인 설계를 설명하는 핵심에는 예외 없이 그린의 역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건 아니다. 앨리스터 매켄지와 보비 존스가 1930년대 초 구상하던 그린은 기술과 농업의 발전 그리고 마스터스에 참가하는 프로들의 실력에 발맞춰 심지어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진화했다(또는 다시 짓거나 위치를 옮겼다). 하지만 그렇게 변모하면서 오거스타 그린은 ‘완벽의 상징’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골프계 최고로 평가됐다.
이런 통념(최소한 1956년에 최초로 중계된 마스터스 때부터 시작된)은 그곳의 셋업과 그곳이 자랑하는 그린 스피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거스타가 그린 스피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실제로 그곳이 골프계에서 가장 빠른 그린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그렇게 자리 잡았고 골프 팬들이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가장 빠른 그린인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오거스타내셔널이라도 그린을 1년 내내 마스터스 수준으로 유지하지는 않지만(오히려 1년 중 대부분은 코스를 폐쇄한다) 그렇게 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이 단장한 퍼팅 면은 다른 골프장이 따라 하고 골퍼가 꿈꾸는 이상적인 플레이 조건이 되었다는 건 어딘가 역설적이다.

스팀프미터로 3.7~4.0㎧ 또는 그 이상이 나오는 그린은 그걸 유지하는 데 상당한 자원이 투입되므로 특권처럼 과시하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데는 돈이나 특권 이상의 비용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그린 스피드가 빠를수록 라운드 시간이 길어진다.

설계의 차원에서 빙판처럼 빠르게 굴러가게 하려면 그린에 굴곡이나 독특한 개성을 집어넣을 수 없다. 퍼팅 속도가 빨라질 경우 그린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사진 곳에서 볼이 멈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리거나 골퍼의 앞으로 되돌아온다. 특히 울트라드워프 버뮤다그래스가 겨울에 동면에 들어가는 남부 기후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린에 어느 정도 경사가 있어서 샷을 컵을 향해 또는 그 반대쪽으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해저드나 각도는 의미가 없다. 그린이 상대적으로 평평할 경우 표면이 아주 단단하지 않은 이상 어프로치 샷을 어디로 보내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컵까지 거리만 적당하면 퍼팅은 페이스를 조절하는 차원으로 축소된다. 실력 있는 골퍼라면 그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오거스타 그린이 탁월한 점은 속도가 아니라 굴곡이다. 빠른 그린 속도를 고려하면서 풍부한 경사와 수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그린을 공략하는 샷과 전략도 계산에 넣었다. 그린 굴곡 때문에 선수들은 타깃과 착지점을 분석해야 한다. 볼을 컵에 가까이 보내려면 오히려 더 먼 곳을 겨냥해야 할 때도 많다. 여기서 실수하면 휘어지는 라인이 까다로운 퍼트와 칩 샷에 직면하게 된다.

파5인 2번홀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서 긴 어프로치 샷으로 오른쪽 앞에 꽂힌 핀을 공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볼을 그린 중앙에 떨어뜨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는 경사를 일종의 깔때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파3인 6번홀에서도 왼쪽 앞이나 뒤쪽 핀을 향해 비슷한 굴곡이 조성되어 있다. 14번홀에서는 오른쪽 뒤의 핀, 파3인 16번홀에서는 가운데 중앙과 왼쪽 뒤의 핀 그리고 샷 방향을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코스 전반적으로 같은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이 창의력과 샷 메이킹의 전당이 되는 건 볼이 경사를 따라 구르고 휘어지고 거기에 멈추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종 라운드 9번홀에서 타이거우즈가 보여준 90도로 휘어지는 긴 내리막 퍼트도 그린 층과 기울기가 아니었다면 그의 천재성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볼이 중력에 그 정도 반응을 보이려면 어느 정도 단단하고 빠른 조건이 필요하지만(그리고 올해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펼쳐진다면 습도와 온도에 맞춰 코스를 관리하는 클럽 능력을 고려했을 때 벤트그래스 그린의 속도나 단단함은 4월 초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코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차원의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건 단순히 속도만이 아닌 전략적으로 설계한 퍼팅 면의 형태 그리고 그에 따른 움직임이다.

빠른 그린과 그런 조건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재능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가 볼을 여러 방향으로 보내서 그걸 조종하는 데 상상력과 기술을 모두 필요로 할 때 게임은 더 활짝 피어난다.

글_데릭 덩컨(Derek Duncan) / 정리_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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