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김세영 “세계 1위…그 경지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요”[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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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김세영 “세계 1위…그 경지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요”[스페셜 인터뷰]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10.13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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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6년 만에 마침내 메이저 정상에 오른 김세영(27)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튼 스퀘어의 아로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손톱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며 "(메이저 우승을 하니) 못했던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속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후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간단하게 세리머니를 했고 전인지(26) 등 동료들의 물세례도 받았고 시상식에서 소감도 밝혔다. 그렇지만 원하고 원하던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선수 치곤 침착했다.

김세영은 "밖에선 티를 잘 못 내겠다"고 했다. 김세영 워딩 그대로 옮기자면 성격상 '투머치 깝침'이 잘 안 된다. 김세영은 "너무 기쁜데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하는 어색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리 질렀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2015년에 LPGA 투어에 데뷔해 매해 우승을 차지하며 10승을 쌓은 김세영은 메이저 우승이 없는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을 기록 중이었다. 데뷔 6년 만에 처음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명(?)을 씻었다.

사실 오명도 아니었다. 메이저 우승은 없었지만 10승이나 거뒀다. 김세영은 "우승을 많이 해서 (메이저 우승을 못 한다는) 마음고생은 전혀 없었다. 언젠간 하겠다 싶었다. 솔직히 우승은 다 똑같은데 사람들에게 '메이저 우승을 못 해서 어떡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닌 척해도 나도 모르게 '어? 내가 그걸 못하는 선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드디어 그런 수식어가 없어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세영은 3일 전 해리 포터처럼 하늘을 날며 족장끼리 싸우는 꿈을 꿨다고 했다. 김세영은 "제가 날아다니더라고요.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죠"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최종 라운드 전날 밤엔 알람을 잘못 맞춰서 최종 라운드에서 예정 시간보다 골프장에 30분 늦게 도착했다. 김세영은 "그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다. 아니면 제대로 맞추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좋은 징조와 액땜을 모두 겪었으니 우승이 나온 게 아닐까.

김세영은 "모든 선수가 코스에서 똑같은 매니지먼트를 한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리고 그 선택을 했을 때 실행 능력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에 그 두 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위험 상황이 왔을 땐 최선의 리스크를 선택해야 되는데 그 선택도 잘 됐다. 샷, 퍼팅 모두 좋았기 때문에 선택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1라운드는 1오버파로 시작했지만 2라운드에서 5언더파, 3라운드에서 3언더파, 그리고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14언더파를 작성했다.

우승할 수 있겠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엔 "솔직히 우승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의외의 답변을 했다. "코스가 너무 어려워서 방심 안 하려고 그랬다"고 한다.

그런 코스에서 14언더파를 몰아쳤다. 2위 박인비(32)에 무려 5타를 앞섰다. 이번 대회에서 합계 언더파를 친 선수는 8명에 불과했다.

김세영은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걸 절제하고 차단했다. 경기 2주 전부터 연습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 그 전엔 엄청 몰두하지 못했던 게 결과로 나타나서 아쉬웠다. 대회를 준비할 때부터 많이 집중했다"고 밝혔다.

2015년 LPGA 투어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호흡을 맞추고 있는 캐디 폴 푸스코가 전 대회인 숍라이트 LPGA 클래식 3·4라운드부터 샷이 아주 좋고 간결하다고 계속 이야기한 것도 주효했다. 김세영은 "그런 말을 잘 안 하는 친구인데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돼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목표였던 메이저 우승을 이룬 김세영의 또 다른 목표는 세계 랭킹 1위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7위에서 2위로 도약하며 개인 최고 순위를 써낸 김세영은 "기분 완전 나이스(Nice)다. 1위를 한다면 어썸(Awesome)이겠죠?"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내 김세영은 "세계 랭킹 1위는 꼭 해보고 싶다. 그런 경지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 경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LPGA 투어에 데뷔해 데뷔 시즌부터 3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받았고 6년 연속 빼곡히 우승을 써 내렸다. 매해 상금 랭킹 10위 밖을 나간 적이 없다. 꾸준함 뿐일까. 2015년 루키 신분에 연장전 샷 이글로 우승을 따낸 건 약과다. 2018년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선 31언더파로 LPGA 투어 72홀 최소타의 대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엔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최다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2000만원)를 거머쥐었다. 극적인 승부사 기질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김세영은 겸손하다. 김세영은 "항상 부족하다. 완벽하다고 느낀 적은 정말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내 "만족을 하면 끝도 없이 만족하는 스타일이라,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정신 승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우리는 안다. 골프에 있어서만큼 김세영은 항상 진중하다는 걸.

김세영은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책임감은 항상 갖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모두 같이 잘해서 다음 세대 후배들이 LPGA에 오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나도 언니들에게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LPGA 투어 모든 레전드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잘 치는 선수 따라 하고 싶다' 정도였다면 경력을 쌓고 체감하면서 '이분들이 쉽지 않은 길을 항상, 매순간 선택하셨던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나도 LPGA 투어 레전드 반열에 오르고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메이저 우승이 김세영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엔 "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우승이었다. 원하는 걸 계속 원하고 노력하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아, 연습 라운드를 제니퍼 송 언니랑 같이했는데 러프가 어렵다고 하니까 언니가 알려줬어요. 언니가 레슨을 잘하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언니가 인터뷰할 때 자기 얘기 꼭 하래요. 꼭 써주세요"라며 장꾸력(장난꾸러기 면모)을 선보였다. "두 분이 많이 친한가봐요?"라고 하자 "그냥 아는 언니예요"라는 반어법(?)으로 제니퍼 송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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