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코로나19 ‘강제 휴식’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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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코로나19 ‘강제 휴식’에 대처하는 법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9.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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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올해 라퀸타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들은 2020년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 한 번의 휴식 없이 15시즌을 연이어 일해온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휴가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교훈 한 가지를 얻었다. 절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입에 올리지 말자는 것.

변명하자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시간의 절반을 골프백을 메며 보냈고 나머지 절반은 아버지와 형제의 사업을 돕는 데 썼다. 대부분 회계 일을 했지만(캐디들은 숫자에 밝지 않은가?) 가끔 육체노동도 했다. 5년 전 내 소유의 콘도를 팔아치우기 전까지 투어 생활과 임시 노동 사이에 나를 위한 시간이란 없었다. 길바닥이냐 아니면 가족의 집이냐의 문제였지 그 중간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셧다운 이후 1~2주 동안 나는 푹신한 아버지의 리클라이너에 몸을 묻고 휴식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 리클라이너는 곧 감옥이 되어버렸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다. 필요하다 생각하면 곧바로 움직여서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쳇바퀴 돌듯 농땡이를 피우는 생활이 나를 미치게 만든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있는 지역의 골프장이 오랫동안 문을 닫은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정신을 온전히 돌려놓기 위해 아버지의 작업장을 연습장으로 만들었다. 낡은 깔개는 볼을 올려놓고 치는 바닥이 되었고 두 장의 매트리스는 안전망 대용이었다. 매트리스를 맞은 볼은 힘차게 튀어나왔고 오른쪽 무릎에 든 멍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래도 토리파인스가 우리에게 제공한 것보다 더 좋은 연습 시설이다.

한동안은 돈 걱정도 없었다. 우리는 꽤 수익이 짭짤한 시즌을 보냈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6~7자릿수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내가 담당한 프로는 휴식 기간 동안에는 급료를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지급된 5만2000달러(약 6250만원) 가운데 꽤 많은 분량을 내게 주었다.

다른 캐디들은 나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 아이들, 집, 이혼 등으로 이 친구들은 팬데믹이 엄습하기 전부터 이미 급료에 의존해 살고 있었다. 투어에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한 캐디 자선기금이 있지만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말이 새어나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지원 요청을 주저한 사람이 네 명이 있다. 이 중 두 명은 각종 청구서를 처리하기 위해 조경 작업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유년 시절을 보낸 골프장에서 코스 관리 일을 했다. 만일 다시 시작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소름이 돋는다.

이에 관해 내가 연락을 유지하던 사람들(선수와 캐디)은 대부분 투어 재개 계획에 찬성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나와 아주 가까운 캐디 친구도 포함된다. 여름까지는 셧다운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전환기에 더 무시무시한 2차 전염이 미국 전역을 덮칠 것이 두려워 떨고 있다.

그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가까운 장래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는 또 현재 꽤 잘나가는 선수와 계약에 묶여 있다. 이들은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담당 선수는 이미 안전을 확신하기 전에는 투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 친구는 그가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담당 선수가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자신의 이력서를 가다듬어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아마도 그는 이만큼 좋은 조건으로 백을 다시는 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어떨까? 나야 뭐 우리가 어떤 종류의 호황을 맞이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릴 것이 두렵다. 우리 모두는 수정된 일정을 검토했고 포트워스에서 힐턴헤드로, 다시 하트퍼드를 거쳐 디트로이트로 옮겨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노출될 것이고 혹은 더 안 좋게 이를 옮기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기꺼이 그럴 의지가 있다. 내가 내 일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내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골프에 대한 사랑,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비록 우리가 하루 8시간씩 골프 코스에 머무른다 할지라도 여전히 마을의 문화에 몸을 담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나는 관광지와 지역 상점 방문하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더운 여름날 걸어서 18홀을 돈 다음에도 하이킹을 갈 수 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1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식도락가이고 내 배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파티, 여자…. 물론 우리가 되돌아왔을 때 이 중 몇 가지는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당장은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떠한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든 골프 토너먼트가 벌어지는 곳에는 파티가 있고 여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휴가는?

이번 팬데믹으로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실은 유일하게 얻은 교훈인데 그것은 15년 동안 투어에 몸담았던 매일이 휴가였다는 사실이다. 

[글_조엘 빌 / 정리_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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