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걷는 골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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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걷는 골프의 재발견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9.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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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많은 골퍼에게 걷는 즐거움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이 느낌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골프가 걷는 스포츠로 돌아가는 것은 적어도 전동 카트 중심의 미국 시장에서는 시대의 필요에 의해 주도된 특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도보 골프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어쩌면 기묘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복고풍의 멋스러움이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불편함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는 이전의 그 어떤 ‘정상적인’ 활동보다 더 빨리 골프를 되살렸다. 쌀쌀한 중서부든, 햇빛 찬란한 텍사스와 플로리다든 간에 걷는 골퍼는 어디에나 있었고 많은 사람은 그들이 처음 골프를 접할 때의 방식을 재발견했을 것이다. 도보 골프는 의무적으로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만들었다. 본질적으로 이 경험은 숲속을 거니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물론 골프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그 이상이다. 덜 낭만적이고 보다 실용적인 수준에서 논의를 해보자. 과학과 데이터는 분명한 사실을 보여준다. 걷는 것은 우리의 건강, 스윙 그리고 스코어에 더 도움이 된다.

어쩌면 골퍼는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골프 코스가 재개장한 모든 주에서 경량의 캐디 백과 푸시카트는 마치 블랙프라이데이에 나온 평면 TV처럼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추가 주문은 한여름 분량까지 이어졌다. 미국 굴지의 푸시카트 제조업체인 백보이는 판매량이 1년 전의 4~8배에 달해 전례 없는 수준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베이(eBay)에서는 ‘트롤리’(trolleys)가 본래 가격(찾을 수만 있다면)의 세 배에 판매되고 있으며 뉴저지부터 노스다코타에 이르는 모든 숍에서는 교환 가능한 제품을 찾고 있었다.

애초에 이것이 유일한 옵션이었지만 모든 유형의 골퍼는 도보 골프를 받아들였다. 미시간주 최고의 퍼블릭 코스 중 하나인 메달리스트골프클럽의 소유주 로웰 위버는 지난해 내내 이곳에서 도보 라운드 횟수가 200회가 채 안 됐지만 올봄에는 단 하루 동안 이보다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선 111.3ha의 땅을 가로지르며 연못과 계곡을 건너 언덕을 오르내리는 코스에서 말이다.

위버는 “사람들은 플레이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우리 코스에서 걸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전 같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사람들도 이제는 걷기 위해 코스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시간과 다른 주가 다시 카트 사용을 허용하면서 도보 라운드 횟수가 감소했는데 이는 골프가 제공하는 가장 건강한 요소의 하나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오후 시간의 90% 동안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골프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 봐줘도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쿠션 위에 편안히 앉아 있다가 골프 스윙이 요구하는 생체역학적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힘찬 스쿼트 동작을 하기 위해 5분마다 벌떡 일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걷는 것은 더 나은 스윙을 만들어주는 기초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LG 퍼포먼스의 창립자이자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인스티튜트 피트니스 자문단의 공동 책임자인 랜스 길의 설명이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우리는 골프 스윙을 하는 것입니다. 걷는 동작은 목이 어깨, 등, 허리와 골반은 물론 다리와 발의 움직임을 연계시키고 이 모든 부위가 하나가 되어 함께 동작하게 만듭니다. 걸음은 신체의 모든 부위를 연결하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준비운동이 되어줍니다.”

콜로라도센터포헬스 & 스포츠사이언스의 메디컬 디렉터인 닐 월코도프는 도보 골프가 일상적인 운동에 추가되는 것이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 걷는 것이 카트를 타는 것보다 50~55%나 더 많은 칼로리 소모를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에 끼치는 아주 중대한 영향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절대다수의 골퍼가 도보 라운드를 하는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인스티튜트에서는 골퍼의 사망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40%나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월코도프는 걸으면 부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전한다. “코스를 걷는 것은 신진대사와 근육 엔진의 운동을 저속으로 바꾸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신체는 부분적으로 실제 스윙의 요구에 대비한 준비를 하는 겁니다.”

투어 프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일반적인 골퍼보다 뛰어나지만 길을 걷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투어 골퍼가 무릎, 골반, 발목, 코어 근육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일반 골퍼와 비교할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뛰어납니다. 이들이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일주일에 80km가 넘는 거리를 걷기 때문이죠.”

물론 건강은 좋아지겠지만 뭔가 즉각적이고 확실한 것은 없을까? 월코도프의 연구는 카트를 타는 골퍼에 비해 도보 라운드를 하는 골퍼가 9홀 평균 3타 더 나은 성적을 거둔다고 보고한다. 도보 골프는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고 타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선 자연스러운 리듬이 존재한다. 길은 “걷는 것은 명상의 한 형태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골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탈출감은 카트 전용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것보다 숲속을 걸을 때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는 대부분의 라운드가 눈길 닿는 모든 곳의 잔디를 짓누르는 550kg 무게의 전동 카트 없이 이루어질 때 코스 관리가 얼마나 더 수월해지고 저렴해지는지에 관한 논의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불행하게도 이런 모든 혜택에도 불구하고, 밴던듄스 혹은 도보 라운드가 다소 의무적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버킷 리스트 골프 여행의 인기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푸시카트, 경량 골프백 등 걷기와 관련된 제품의 구매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골프가 완전히 도보 라운드로 돌아오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카트 사용을 금지했던 주에서 카트 사용을 요구하는 소송은 결국 이들이 카트 금지 규칙을 받아들일 때까지 주 당국을 위협했다.

특히 카트는 미국에서 골프 코스 비즈니스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경제모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위버가 코스 운영의 비즈니스적 측면에 관해 말한 것과 같이 일반적인 라운드에서 카트를 이용하는 골퍼는 도보 라운드를 하는 골퍼에 비해 두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이는 단지 카트 비용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카트 안에 앉아 있을 경우 핫도그나 버거 그리고 몇 봉지의 스낵과 마실 것을 살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걸어서 플레이할 때는 아마 물 한 병 정도 살 겁니다.”

걷는 것은 분명 더 건강하지만 더 간단하고 더 깔끔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버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이러한 장면을 직접 보고 있다. “걷고자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9홀만 돌겠다고 생각하고 플레이를 시작하고서는 나중에 와서 ‘저기, 후반 9홀도 걸어서 돌아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마도 걷는다는 것의 이러한 재등장은 골프의 기본적인 매력이 피로가 쌓이는 것보다는 더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꾸준한 발걸음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좋은 도구일 것이다. 앞으로 내디딤으로써 우리 모두를 처음 출발한 곳으로 되돌려주는 그 걸음마다.

●●● 더 나은 스윙을 할 수 있도록 걷는 법

손꼽히는 인스트럭터이자 피트니스 전문가인 랜스 길은 걷기가 골프를 더 잘 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단언한다. 그는 여기서 골퍼의 스텝이 스윙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상세하게 풀어준다.

▲ 초록_먼저 나간 발이 지면에 닿으려고 할 때 히프는 어드레스 때와 비슷한 위치에 있게 된다. 발목 또한 발이 발등 쪽으로 구부러지는 이른바 ‘배측 만곡’의 형태를 취한다. 적절한 배측 만곡은 스윙하는 동안 이상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주황_왼발을 앞으로 내디딜 때 오른팔은 엇갈리는 패턴을 따라 앞으로 휘두르게 된다. 이 동작은 코어 근육을 활성화해 오른쪽 어깨로부터 복부를 거쳐 온 다리까지 확장된다. 이 회전운동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흡사하다.

▲ 파랑_척추를 수직으로 세울 때 우리의 신체는 중력을 감당해야 한다. 신체의 모든 근골격 구조가 함께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넘어지고 말 것이다. 이는 축 방향 하중이라 불리며 스윙하는 데 필요한 균형 감각을 키워준다.

▲ 분홍_뒤따라오는 발의 경우 엄지발가락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한다. 이것이 다리와 히프를 확장시고 둔근을 활성화한다. 타이거 우즈라면 이런 근육이 폭발적인 다운스윙을 만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랑_뒤따라오는 발이 지면을 밀어내고 지면으로부터 떨어질 때 발바닥 쪽 굽힘이라는 자세를 만든다. 이는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해 임팩트를 지나 폴로스루까지 이어질 때 발의 움직임과 흡사한 동작이다. 

[글_마이크 스태추라 / 정리_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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