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에 속는 골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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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에 속는 골퍼들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9.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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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용품 시장에 여전히 가짜가 판을 친다. 명품 의류나 시계 브랜드에 넘쳐나는 이른바 ‘짝퉁(위조품)’이 골프업계까지 진출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위조품은 골프용품사에도 골칫거리지만 속상한 건 결국 소비자다. 보이스 피싱에 속아 큰 피해를 보듯 저렴한 가격에 홀린 골퍼라면 애먼 돈을 쓰고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최근 골퍼 A씨는 아이언 세트의 그립을 교체하기 위해 A 브랜드의 AS센터를 방문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립을 교체하던 B 브랜드 직원이 A씨가 가져온 아이언이 의심쩍어 자세히 살펴보니 디자인만 비슷할 뿐 알 수 없는 소재로 제작한 아예 다른 제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리알처럼 깨끗해야 할 헤드 페이스는 아스팔트 바닥처럼 거칠었다. 위조품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1년이 넘게 사용해온 A씨는 아이언 세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고 털어놨다. 망연자실한 A씨는 뒤늦게 구매 사이트를 찾았으나 이미 유령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또 다른 골퍼 C씨는 고가의 새 클럽을 구매하려고 1년간 돈을 모았다. 자신이 속한 골프 커뮤니티에서 점찍어둔 클럽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고급 정보를 듣고 당장 구매에 나섰다. 포털 사이트의 비공개 밴드에 가입한 C씨는 일대일 채팅 거래를 통해 같은 브랜드의 아이언 세트와 퍼터, 골프백까지 구입했다.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제품이라 해외 직구보다 싸다는 상술에 홀려 3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곧바로 계좌에 이체했다. C씨는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새 제품을 들고 라운드를 나갔다가 망신만 당했다. 같은 브랜드를 쓰는 동반자의 클럽, 골프백과 비교해 로고부터 디자인, 소재, 마감 처리 등 디테일이 조악해 한눈에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조품에 속아 낭패를 보는 골퍼의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다. 주로 고가 브랜드의 골프용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주요 타깃이다. 위조품은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판매처나 중고 거래를 통해 유통된다. 골프업계에서는 주로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혼마와 PXG, 타이틀리스트, 핑, 미즈노 등 고가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가품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PXG와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제품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품이 확산되는 추세다. 해당 피해 업체는 지식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전담 팀을 꾸리고 한 달에 수차례 세관을 방문해 국내에 유입된 가품을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치밀한 수법으로 국내에 밀수되는 짝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 6월에는 무려 37개 유명 브랜드를 도용한 중국산 가짜 골프용품 118억원어치를 밀반입한 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한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 광저우와 선전의 위조품 생산업자로부터 화물선 컨테이너나 항공우편을 통해 위조품을 들여온 뒤 회원 수 350명이 넘는 SNS 밴드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가품 5만3000여 점을 팔았다. 오피스텔에 위조품을 쌓아두고 여러 개의 차명 계좌를 통해 대금과 상품이 오가는 은밀한 수법이다.

해묵은 고속도로 휴게소도 짝퉁이 유통되는 주요 경로다. 위조품 업자들은 압수한 밀수품을 파기하지 않고 뒤로 뺀 제품이라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내놓는다. (세관에서 적발된 밀수품은 반출이 불가능하고 즉시 폐기 처분되기 때문에 골프용품사에서도 위조품을 갖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병행 수입 제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를 통해 들여온 병행 수입 제품은 해외 구매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정품과 다른 스펙이거나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

1) 제조 국가와 시리얼 넘버, 제품 모델명이 빠져 있고 로고 컬러링도 조악. 2) 퍼터 페이스 소재와 컬러가 다르고 나사 조립 연결 부분이 매우 허술, 로고 컬러링도 조잡. 3) 샤프트에 국내 공식 수입원 정품 스티커 부재, 그립 마감 차이. 4) 디테일이 떨어지는 조잡한 벨크로 부착. 5) 가죽 소재와 스컬 컬러 차이.
1) 제조 국가와 시리얼 넘버, 제품 모델명이 빠져 있고 로고 컬러링도 조악. 2) 퍼터 페이스 소재와 컬러가 다르고 나사 조립 연결 부분이 매우 허술, 로고 컬러링도 조잡. 3) 샤프트에 국내 공식 수입원 정품 스티커 부재, 그립 마감 차이. 4) 디테일이 떨어지는 조잡한 벨크로 부착. 5) 가죽 소재와 스컬 컬러 차이.

▲ 당신의 골프채는 정품입니까?

다양한 경로로 유통된 위조품은 중고 거래를 통해 암암리에 다시 소비자의 골프백에 침투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짝퉁을 알고도 구매하는 골퍼도 문제이지만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의 클럽이 정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골퍼다.

과거에는 주의 깊게 살피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허접한 위조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외관 디테일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은 이른바 A급 짝퉁이 등장하고 있다.

정품과 가품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대부분의 골프용품사에서는 정품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품의 패턴에 대해 공개하기를 꺼린다.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는 위조품 업자들에게 오히려 정보를 제공해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알려진 구별법은 있다. 샤프트에 부착된 클럽 고유의 일련번호(시리얼 넘버)가 새겨진 홀로그램 스티커의 유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짜 홀로그램에 몇 개의 동일한 일련번호가 적힌 홀로그램마저 계속 돌고 있다는 것이 골프업체의 설명이다. 이런 경우 공식 수입 대리점에 일련번호를 문의하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즉시 판별할 수 있다.

브랜드 로고의 미세한 차이와 클럽 헤드의 광택, 소재의 질감을 통해 식별할 수도 있다. 또 클럽 헤드만 판매하는 골프 브랜드는 없기 때문에 드라이버나 아이언 헤드만 구매할 수 있는 곳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어패럴 제품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PXG 지식 재산권 보호 담당자가 설명하는 정품과 가품 구별 방법이다. “원단(소재) 차이와 로고 디자인 처리에서 보이는 차이를 주의 깊게 살피면 된다. 특히 가품은 PXG 고유 로고 간격과 자수 처리 방법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 육안으로 봐도 매우 조악하다. 원단 역시 정품은 제작 단가가 높은 고급 원단을 사용하지만, 가품은 구김이 쉽게 가며 로고 장식이 손으로 쉽게 뜯어지는 등 마감 처리가 불량하다.”

당연한 방법이지만 위조품에 속지 않고 소비자가 안전한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공식 대리점이나 공식 온라인 몰을 이용해야 한다. 과거에 일부 대리점에서 유행하던 이른바 ‘섞어 팔기’ 수법도 적발 시 폐업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사라졌다. 낮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비공식 온라인 사이트는 덫에 걸리지 않도록 의심부터 해야 한다.

각 브랜드 본사에서는 온라인 몰의 제품 가격 유지를 위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무엇보다 가짜는 쉽게 파손될 우려가 커 자신과 상대방까지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고, 무게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아 자신의 골프를 심각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PX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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