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의 골프장, 코스에서 추억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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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의 골프장, 코스에서 추억을 소환하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09.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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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코스 경험담과 국내 대표 설계가의 의견을 담아 레트로 감성의 골프장을 찾아보았다. 전통 한옥 양식의 클럽하우스에서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레트로 감성의 골프장
만포대체력단련장 : 해군 골프장인 만포대체력단련장은 진정한 레트로 감성이 담긴 곳이다. 골프장 명칭부터 느낌이 오지 않나. 30년 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우선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입장할 수 있고 누런 스코어카드는 1970년대에 만든 느낌 그대로이다. 

샤워실은 대리석이 아닌 타일 그대로, 탕은 위로 벽돌을 쌓아 올린 디자인으로 대중탕 분위기가 흠뻑 난다. 라커 룸의 바닥은 카펫이 아닌 장판으로 신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코스에선 독특한 제한이 있다. 군사기지와 가까운 한 홀은 200m 이상 날릴 수 없다. 재미있는 점은 여성 골퍼는 티 샷을 레드 티에서만 할 수 있으며 화이트 티나 블루 티에서 플레이할 경우 미리 신고해야 한다는 것. _박시현(KLPGA 프로 골퍼)

백제컨트리클럽 :부여에 있는 백제컨트리클럽은 백제 문화와 한국의 미를 클럽하우스에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고대 문화의 결정체인 백제금동대향로뿐만 아니라 국보 제115호 청자 상감당초문 완 외 여러 점의 고려 청자와 조선백자를 도예 장인에게 직접 제작 의뢰해 클럽하우스에 전시해놓은 것. 또 나무로 만든 앤티크한 골프 클럽도 배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클럽하우스 외부에 보이는 장독대는 시골 정취를 느끼게 한다. 식음료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각종 장류와 청국장에 쓰이는 메주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색다르다. 어머니의 따듯한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인기 메뉴인 유기농 청국장찌개를 추천한다. _노현욱(백제컨트리클럽 운영팀장)

인천국제컨트리클럽 : 1970년에 개장한 인천국제컨트리클럽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이곳은 주니어 골퍼들의 성지였다. 개장한 뒤 한 번도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시간이 멈춰선 듯하다. 

내부는 목조 인테리어로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커는 번호 키 방식이 아니라 잠금장치를 적용해 클래식함이 느껴진다. 대중탕 형식의 샤워실에 놓인 바가지는 왠지 정감이 간다. 코스에서는 특설 티에서 레트로 감성을 찾을 수 있다. 한자로 ‘특설 티’라고 적어놓아 옛 감성이 묻어난다. 

2인 1캐디 정책으로 핸드 카트를 이용하며 수도권에서 걸어 다니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골프장이기도 하다. 요즘 지어지는 골프장은 대부분 신식에 세련미가 있어 이곳과 비교할 법도 하지만 그런 궁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이 멋스럽고 과거의 유산 같다. _정락(정준아카데미 팀장)

서울한양컨트리클럽 : 한국 골프 역사의 산실인 서울한양컨트리클럽.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으로 이곳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입구에 세워진 큰 표지석 뒷면에는 ‘한국 골프의 요람’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자부심이 느껴진다. 

클럽하우스는 마치 시골 학교 건물 같아 친근하다. 내부는 신식 클럽하우스와 달리 천장이 낮다. 2층 식당은 천장까지 목조를 사용해 중후한 매력이 돋보인다. ‘서울한양CC 전통 명예 품위’라는 공간에서는 이곳의 역사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 

과거 챔피언들의 트로피가 전시돼 있으며 1955년부터 역대 클럽 챔피언의 명단이 걸려 있다. 코스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투 그린이 특징이다. 전장이 길지는 않지만 그린이 작아 공략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 오랜 역사만큼 우거진 나무는 보기는 좋지만 플레이에는 어려움을 준다. 공이 나무 아래에 들어가면 한 번에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오랜 골프장의 매력인 것 같다. _이창희(KLPGA 프로)

유성컨트리클럽 : 1976년에 개장해 예전의 모습을 거의 간직한 곳이다. 클럽하우스는 리모델링을 살짝 했지만 벽만 손본 정도다. 특히 샤워장은 냉탕과 온탕을 나누어 대중탕의 추억을 되살린다. 

코스에서는 10번홀이 인상 깊다. 티잉 에어리어에 올라서면 국립대전현충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티 샷을 한다. ‘호국 영령들의 값진 희생과 숭고한 뜻을 기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달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어 진중하게 플레이에 임하게 된다. 

또 호국 영령을 위해 이 홀만 야간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8번홀과 9번홀에는 360년 된 국가 보호수가 여러 그루 자리하며 위엄을 뽐낸다. _강명식(골프다이제스트 코스 애널리스트)

한국 정서가 담긴 전통 한옥 클럽하우스
서경타니컨트리클럽
경남 사천에 자리한 서경타니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타니루’로 불린다. 타니루는 전통 건축양식의 장점을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원목 통나무 기둥, 높은 천장, 대규모로 웅장하다. 곳곳에 한옥에 어울리는 고가구를 배치해 고풍스럽다. 채광과 통풍을 과학적으로 고려해 공간을 배치했고 창의 위치부터 액자 한 점에 이르기까지 풍수 인테리어로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클럽하우스 외부에는 고즈넉한 돌담길과 장독대가 어우러져 운치 있다. 

라비에벨컨트리클럽
강원도 춘천에 자리한 라비에벨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조선 시대 궁궐 같은 느낌을 준다. 국내 골프장 클럽하우스 중 전통 한옥을 가장 비슷하게 만든 곳이다. 직선과 곡선의 아름다운 조화가 눈에 띄며 건물 내부는 자잘한 기둥을 생략한 중앙 고주 방식을 사용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코스로 나가는 길에 마련된 스타트 하우스는 중정이 멋스럽다. 라커 룸은 한옥의 문 디자인을 인테리어 포인트로 적용해 전통미가 느껴진다. 

한원컨트리클럽
개장한 지 벌써 50년이 된 한원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는 기와지붕을 얹어 고풍스럽고도 우아하다. 내부는 몇 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한옥과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뤘다. 기존 건물 뒤쪽으로 증축해 길게 통로를 이었다. 특히 고가의 그림과 도자기, 고가구 등을 전시해 갤러리를 찾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설계가들이 말하는 코스 속 레트로 
▶ 클래식 코스를 대변하는 ‘북아일랜드의 링크스 코스’가 떠오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링크스 코스는 지형의 형태를 최대한 이용하는 정도였다. 당시 토목 기술이 부족하고 장비가 발달하지 않다 보니 티잉 에어리어는 사각형이었고 벙커 라인은 들쑥날쑥 쥐어뜯긴 듯 거친 형태로 마감했다. 바닷바람으로 건조해진 페어웨이와 그린은 단단해 볼 구름이 많고 페어웨이의 잔주름으로 공략의 재미를 더했다. 이런 전통 링크스 코스의 형태를 최대한 표현한 곳이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이다.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은 바람과 침식에 의해 벙커 가장자리가 다듬어진 것처럼 거칠게 마감한 래그드(Ragged) 벙커를 채용했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은 다양한 볼 구름을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또 아일랜드의 오래된 채석장 콘셉트를 연출하기 위해 인조암을 설치했다. 현재 시공 중인 영종오렌지골프장도 정통 클래식 코스의 공략 콘셉트를 도입해 설계, 시공을 진행 중이다. _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 전무이사) 

▶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 코스를 레트로라 표현할 수 있겠다. 베어크리크춘천골프클럽의 12번홀과 13번홀 사이에 심은 미루나무가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주로 시골 신작로에서 볼 수 있었던 미루나무를 옛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코스로 옮겼다. 대형 웨이스트 벙커 중앙에 설계했지만 스코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인공적인 부분을 실제 자연 그대로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레트로 무드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골프장의 경우 연못 내부를 콘크리트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레트도 무드를 방해한다. 따라서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 크리크(Creek)를 만들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설계해 옛 감성을 끌어내는 걸 지향한다. _노준택(에이엠ENG 대표)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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