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홀 증후군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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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홀 증후군 극복하기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8.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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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첫 홀의 긴장감. 그 불안감과 초조함의 원인과 극복을 위한 방법을 국내 심리 전문가 4인에게 들었다. 

골프 코스 첫 홀에 올라갈 때 사랑니 뽑으러 치과에라도 끌려가는 사람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골퍼가 꽤 많다. 다음 조 카트가 혹시 뒤따라오지는 않는지, 주변에 자신의 샷을 지켜보는 이는 없는지, 저 멀리 클럽하우스 2층 통유리를 통해 누가 내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미어캣 모드로 주위를 살피는 골퍼도 의외로 많다. 

첫 홀에서 티 샷을 할 때 느끼는 ‘초조함’을 영어로 ‘지터스(Jitters)’라고 표현한다.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는 “파일럿의 첫 비행이나 양궁 선수의 첫 발, 투수의 첫 투구, 탐색전에 나선 복서의 초조함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며 이를 ‘첫 홀 증후군’이라고 표현했다. 

초조함을 넘어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는 “첫 홀 증후군은 큰 범주에서 보면 사회 불안 장애의 한 유형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사회 불안 장애는 예전에 사회 공포증이라 불렸는데 최근 용어가 바뀌었다. 사회 불안 장애는 크게 사회적 불안 상황과 수행 불안을 포함한다. 그의 말이다. 

“두 가지가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르다. 사회적 불안은 대인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남을 의식해 불안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수행 불안은 발표할 때나 연주할 때 또는 골프에서 첫 티 샷을 수행할 때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정우열 전문의는 사회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의 공통점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소변기가 옆으로 뻥 뚫려 붙어 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통유리로 된 음식점 창가 쪽에 앉아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그의 말이다. 

“이런 사람은 모욕적인 모습이나 당황하는 모습이 관찰될까 불안감을 느낀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부각될 것을 우려해 당황하는 바람에 모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고 다시 그 모습에 당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목소리가 떨리거나 손이 떨리거나 온몸이 뻣뻣해지는 생리적 반응으로 이어진다.”

문남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긴장도가 증가하는데 첫 번째 경험을 앞두고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안정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첫 홀 증후군의 원인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첫 번째 경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령 첫 번째 샷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게임 전체를 망친 것은 아니라는 걸 반복해서 주입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 행동 치료’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잘못된 인지가 쌓이는 걸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남식 전문의는 “류현진이 홈런을 맞더라도 그다음 타자를 상대할 때 흔들림이 없는 걸 볼 수 있다. 왜 그러겠는가. 그는 1점을 주더라도 다음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배짱이 있고 그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흔들림을 넘어서기 위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 주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골프아카데미 김민호 원장(경기력 심리 전문가)은 “첫 홀에서 긴장되고 불안하다는 것은 이미 결과에 대해 앞서 생각했다는 방증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볼이 어디로 날아갈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계속해서 김민호 원장의 설명이다. 

“자신의 볼이 어디로 가야만 한다고 미리 결과를 정해놓으니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사람은 그 결과에 상응하는 좋은 샷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것이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실수를 염려하게 한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그는 첫 홀에서는 정타만 맞히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페이스만 제대로 맞히자는 생각으로 샷을 하면 점차 좋아질 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샷 결과와 상관없이 ‘첫 홀치곤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게 될 것이다. 입스로 이어지는 사례를 살펴보면 결과를 예측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미리 불안해하는 것이다. 현재만 생각하는 사람이 골프를 가장 잘한다.”

정그린 그린HRD컨설팅 대표는 첫 홀 증후군의 증상이 우울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울할 때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어야 하는데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의 시작으로 본다. 긴장감도 마찬가지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지 않고 계속 분비되는 것이다. 그럼 그 긴장이 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긴장을 느낄 때 근육이 특정 움직임을 기억하다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마음대로 움직여버린다. 그것이 심하면 입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첫 홀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정 대표의 말이다. 

“우리는 흔히 불안을 온몸으로 느끼지만 그것을 해소하지 않고 그냥 끌고 가거나 맞서 싸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싸우면 싸울수록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불안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순간 불안감은 오히려 사그라든다.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드는 것처럼 불안도 마찬가지다.”

불안감을 인지한 다음 단계는 ‘나는 왜 이럴까?’라고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어떻게(How)’로 이어져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 것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더 파고드는 행위와 다름없다. 불안을 계속 생각하면 그 불안이 증폭될 뿐이다. 자신이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 수행 능력이 점차 올라간다. 

첫 홀에서 다른 사물을 보고 집중한다든지 다른 루틴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일정 기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대표의 설명이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불안도 마찬가지. 무언가에 집중할 때 불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불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행해야 할 무언가에 집중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트레이닝을 몇 주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방법을 재조정해야 한다. 

동반 플레이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분명 첫 홀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은 무언가에 반응하거나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이다. 응원하고 격려하는 행동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관심 없는 척하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동안 하지 않던 변칙적인 루틴으로 샷을 해보는 것도 좋다. 틀을 깨버리는 방법이다. 어드레스 후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껌을 씹는 것이나 모자를 잠깐 벗었다가 써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든지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어보는 것도 좋다. 이런 방법은 한 가지로 국한할 수 없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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