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디섐보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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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디섐보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을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8.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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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가 된 필드의 물리학자. 이 거창한 수식어처럼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는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수임이 분명하다. 디섐보에게 골프는 실험 대상이고 클럽은 실험 도구처럼 여겨진다. 

투어 통산 여섯 번째 우승으로 결과물을 내고 있는 그의 흥미로운 실험을 아마추어 골퍼에게 일반화할 수 있을까. 이 물음표에 대한 답은 여전히 물음표다. 

디섐보가 올해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논문 주제는 체중과 비거리의 상관관계다. 디섐보는 약 6개월간 몸무게를 20kg 늘려 비거리를 20야드 증가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일명 ‘인체 개조 실험’이다.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302.5야드로 34위에 불과했던 그는 올 시즌 평균 321.3야드를 날려 장타 부문 1위에 올랐다.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하고 하루에 600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며 85kg이었던 몸무게를 105kg으로 불린 효과였다. 그는 길이가 37.5인치로 똑같은 싱글 렝스 아이언을 사용해 화제가 됐고, 클럽 길이 최대 허용치인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해 400야드의 벽을 허물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물음표가 생긴다. 디섐보가 예고한 실험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또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일반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실험일까. 국내 전문 피터들에게 물었다.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 체중이 늘면 비거리가 증가할까

단순히 접근하면 무게와 비거리는 비례한다. 체중이 가벼운 사람보다 무거운 사람이 더 힘을 잘 쓸 수밖에 없다. 디섐보의 경우는 단순하지 않다.

디섐보는 살을 찌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근육 활성화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이상적인 몸을 만들었다. 하체와 코어 근육의 활성화를 통해 지면을 박차는 힘인 지면 반력을 최대한 이끌어낸 것이 핵심이다. 임팩트 순간 버티는 힘이 강해지면 샷을 할 때 공의 흔들림이 적어져 빗맞더라도 직진성이 향상된다. 슈퍼헤비급이 된 디섐보가 손목 코킹이 거의 없는 단순한 스윙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다.

헤드 스피드 100마일을 동일하게 내는 골퍼라면 몸무게 70kg보다 100kg인 사람이 하체가 지탱하는 힘이 강해 정타 확률을 높일 수 있다.

▲ 48인치, 현실 가능한가

전문 피터들은 이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절대 길게 못 쓸 것”, “말도 안 되는 일”, “왜 거리에 집착하는가”라는 극단적 대답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투어 프로는 드라이버 길이가 46인치를 넘지 않는다. 디섐보도 현재 45.5인치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드라이버 길이가 길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비거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로봇이라면 가능하다. 드라이버 길이를 1인치 늘이면 헤드 스피드는 1.4마일, 비거리는 4야드 증가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반면 정확도는 떨어져 샷의 궤도는 1.24야드 휘어지고 탄착군의 범위는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할 때 오히려 헤드 스피드가 더 느려질 수 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상체가 일어설 수밖에 없고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지면서 임팩트 시 힘을 싣기 어려워진다. 적정 어드레스 자세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헤드 스피드는 느려지고 스매시 팩터도 떨어져 샷 정확도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일관성 있는 스윙도 힘들어진다. 나흘 동안 걸어 다니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의 장타자들은 한 장소에서 계속 치면서 한 방을 노리기 때문에 가능하고, 가볍고 긴 고반발 클럽을 사용하는 시니어 골퍼는 18홀을 도는 동안 잘 맞은 샷만 기억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에 부합할 뿐이다. 오히려 시니어 골퍼에게도 짧은 드라이버를 써야 평균 비거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한다.  

▲ 똑같은 길이의 아이언이 치기 쉬울까

수년 전 이미 디섐보는 상식을 깼다. 골프 스윙은 하나라는 이론에서 출발해 3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 10개의 아이언 길이를 모두 6번 아이언 길이인 37.5인치로 동일하게 만들었다. 클럽 길이와 무게가 같으면 일정한 스윙으로 일관성 있는 샷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디섐보는 실험에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시장에서는 실패로 끝났다. 

디섐보는 수평 회전에 의한 단일 평면 스윙에 공을 들였다. 다운스윙 때 하체를 강하게 이용하기보다는 상체 위주의 힘이 바탕이 되는 스윙이다. 아마추어 골퍼도 같은 원리로 상체를 이용해 때리는 스윙 타입은 싱글 렝스 아이언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전문 피터들은 권하지 않는다. 아이언의 길이가 같아지면 발사각이 낮아져 공이 뜨지 않고 비거리 손실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오히려 길이가 같고 로프트와 라이가 다를 때는 스윙의 일관성이 더 중요해진다. 임팩트 때 각도를 조절해 샷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골퍼여야 가능하다. 디섐보처럼 일관성 있는 샷을 할 수 있는 골퍼가 아니라면 오히려 10개 아이언 샷이 모두 엉망이 될 수 있다. 

어찌 됐든 호기심에 대한 도전 욕망이 넘치는 디섐보의 괴짜스러운 행보는 ‘PGA투어 실험실’에서 계속되고, 세계 골프계는 이미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 브라이슨 디섐보의 우승 클럽

▲ 드라이버

코브라 킹 스피드존(5.5도), LA골프 배드 프로토타입 75TX 샤프트

▲ 페어웨이 우드
코브라 킹 LTD(12.5도), LA골프 배드 프로토타입 75TX 샤프트, 코브라 킹 스피드존 투어(14도), LA골프 배드 프로토타입 85TX 샤프트

▲ 아이언

코브라 킹 원 렝스 유틸리티(4, 5번), 코브라 킹 포지드 투어 원 렝스(6-P), LA골프 리바 프로토타입 샤프트

▲ 웨지

아티즌 프로토타입(47, 52, 58도), LA골프 리바 프로토타입 샤프트

▲ 퍼터

SIK 프로토타입 골프공 브리지스톤 투어B X

▲ 그립

점보 맥스 투어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rk]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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