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유소연, 필드에 퍼뜨린 ‘선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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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유소연, 필드에 퍼뜨린 ‘선한 나비효과’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7.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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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때로 그 이상의 가치를 선물한다. 유소연(30)이 꼭 그랬다. 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두고 KLPGA투어에서 5년 만에 10번째 우승을 쌓은 그의 선택은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낼 ‘나눔’이었고, 그에게 돌아온 건 ‘선한 나비효과’였다. 한국여자오픈 제패 후 더 밝고 환해진 그를 수원골프연습장 타이틀리스트 피팅 센터에서 만났다. 

●●● 한국여자오픈 우승 감격을 누린 뒤 찬사가 이어졌다. 어떤 의미가 되었나? 
우승만 봤을 때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오랜 만에 우승했고 개인 통산 10승을 첫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특히 5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갖게 돼 정말 많은 의미가 있는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감사하게도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분이 선한 나비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뭔가 내가 결심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남을 조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스포츠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좋았다.  

●●● 5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젠 브리티시여자오픈이다.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내셔널 타이틀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대회 자체로만 바라봤다. 일본여자오픈 우승 후 4개국 타이틀을 갖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 내셔널 타이틀을 꼭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또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나니까 브리티시여자오픈도 우승을 거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좋은 목표 의식이 생겼고 골프 선수로서 계속 동기부여할 이유가 생기는 것도 복인 것 같다. 

●●● 깜짝 기부는 정말 놀라웠다. 외신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나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대회라 그랬는지 긴장도 많이 하고 기도와 생각도 많이 한 대회였다. 기부는 그 와중에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가족과 회사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하고 기자회견 직전에 어머니께만 이런 마음이 들어서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어머니께서 기뻐하며 함께 좋아해주셔서 더 좋았다. 많은 분이 칭찬해주셨지만,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기부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서 오히려 내가 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 ‘사람 유소연’에 대한 색안경을 벗게 해준 것 같다. 
외국에 있을 때와 한국에 있을 때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는 내 감정 표현을 굉장히 조심했다. 어렸기 때문에 내가 어떤 소신을 갖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 또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 유소연에 대해서는 잘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외국은 워낙 자기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에 내 성격 노출이나 의사 표현을 편하게 했던 것 같다. 또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할 때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들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고 감정이나 소신 표현을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과 외국에 계신 분들이 나를 다르게 보시는 것 같다.

●●● 기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기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계속해왔다. 기부는 남모르게 하는 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호주 산불 피해 때 구호 기금으로 기부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피해가 생겼고 사람들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를 알리기 시작했다. 기부하는 게 나 잘났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이번에도 기부한 사실을 알리게 됐다.

●●● 사람 유소연에 대해 더 알고 싶다. 골프를 떠난 일상은 어떠한가. 
최근에는 요리하는 데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내가 한 음식이 맛이 있든 없든 여러 요리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바꾼 뒤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에 있는 건 처음이다. 친구들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잘 살아가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 지금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 박세리 선배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라며 극찬하더라. 노력과 연습, 예의에 대한 이야기다. 
(박)세리 언니가 정말 칭찬을 해주신 것 같다. 어릴 때는 ‘골프 선수로서 목표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거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크고 나서는 “골프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세리 언니가 최고의 칭찬을 해주신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 그렇다면 후배들에게 귀감을 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대부분의 선수가 골프를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골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자기가 어떻게 골프 선수 생활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하고 또 그 생활을 하면서 골프를 계속 사랑하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나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골프를 가장 재밌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즐거운 마음을 갖고 있을 때 퍼포먼스도 잘 나오더라. 비단 후배 선수에게만 하는 조언이 아니라 내가 항상 되새기는 이야기다. 골프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 2017년 세계 랭킹 1위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여러 외부 요인도 있었을 것 같다. 
2018년은 그래도 LPGA, JLPGA투어에서도 우승했고 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도 나라를 위해 뛰면서 우승했다. 2017년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때 좋은 시즌을 보내고 나서 욕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요즘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나는 골프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선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골프에 대한 욕심이 조금 과해지고 밸런스가 골프 쪽으로 많이 치우치면서 골프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변했던 것 같다. 훈련량도 내 역량 이상으로 너무 많이 소화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모든 게 과했다. 힘을 빼고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을 갖고 2020년 시즌을 맞이한 것이 힘든 시간을 빨리 헤쳐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세계 랭킹 1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랭킹 1위일 때 한 번도 우승이 없었다. 다시 그런 영광의 기회가 온다면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랭킹 1위가 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선수들을 보면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많지만 그래도 내가 골프 선수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이 이뤘다고 생각해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 랭킹 1위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싶은 바람은 작아졌다. 

●●●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건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 눈앞에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게 목표다. 그때그때 만족하면서 지내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말이 쉽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잘해내고 싶다. 올 시즌은 여러 상황으로 목표 의식 자체가 흐리멍텅한 상태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스타일만 고수해나가면 2020년에 자신감을 많이 갖고 2021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우승으로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이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 항상 인터뷰가 화제가 된다. 말을 또박또박 조리 있게 정말 잘해 은퇴 후 해설 위원 영순위로 꼽힌다. 
평소 궁금증이 생기거나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언니들과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토론하는 것도 좋아한다.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이 한번 정리된 상태라서 질문을 받았을 때 우왕좌왕 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인터뷰를 위해 따로 연습을 하진 않는다. 그냥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 골프 중계를 해설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해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평소에 많이 갖고 있었다. 박세리, 한희원, 박지은, 서희경 언니 등 은퇴하고 해설 위원을 많이 하시는데 다들 너무 어렵다고 하시더라. 도전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해설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다. 해외에서 골프 해설을 할 때는 더 생동감 있고 재밌게 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설은 뭔가 더 잔잔하고 점잖은 것 같다. 그 사이 어디쯤의 해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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