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자존심 로열버크데일 [Travel: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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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자존심 로열버크데일 [Travel:1310]
  • 김기찬
  • 승인 2013.10.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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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자존심 로열버크데일 [Travel:1310]

사진_로열버크데일 제공

 그린을 감싼 벙커들을 극복해야 하는 시그니처 16번 홀.

 

로열버크데일은 지난 1889년에 ‘더버크데일’이라는 이름으로 쇼힐 Shaw Hill 지역에서 9홀로 시작해 1894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기기 위한 설계를 시작했다. 3년의 공사 끝에 1897년에 완전히 이전했다. 그런데 치밀한 영국인도 당시엔 시행착오가 많았는지, 클럽하우스가 임차한 땅 밖에 지어진 것을 발견해 1903년에 철거한 뒤 이듬해 새로 준공했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챔피언 코스는 다소 현대적인 클럽하우스와 함께 1935년에 새롭게 태어났다. 통상 목조 건물이 대부분인 영국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축양식과는 달리, 이색적인 2층 흰색 슬레이트 건물이다. 18홀 티 박스에서 바라보면 언덕과 하늘이 만나는 선을 해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한국의 클럽하우스가 자연과 코스를 압도하기도, 또 건물 따로, 자연 따로, 코스 따로의 부조화스러운 부담을 주는 것과 비교된다.

 

 
 

 


62년 전 로열 칭호를 받다 1951년 11월11일에 당시 캡틴(멤버 중 회장)이던 심슨 HF Simpson이 ‘영광스럽게도 여왕 폐하께서 우리 클럽을 오늘 부로 더로열버크데일골프클럽으로 불리도록 명하셨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로열 Royal’이라는 칭호는 왕이 부여하는데, 왕족이 회원이 되어 자주 라운드를 하든지, 대회를 많이 유치해 골프와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왕실의 평가를 받는 것도 그렇지만, 회원이 되기 위해서도 긴 세월을 대기자 리스트에 올려야 하는 인내를 요구한다. 따라서 그만큼 회원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우리 일행은 지난 2006년 방문해 라운드를 마쳤는데,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프로숍에서 디자인과 색상이 독특한 푸른색 골프화를 사려 했지만 ‘회원에게만 판매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몇 번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살 수 없었다. 우리는 프로숍을 나와 회원을 찾아 맥주바에 갔고, 그곳에서 ‘한국에서 왔는데 너무 그 신발이 신고 싶다’고 회원을 설득해 결국엔 그 신발을 산 적이 있다. 그만큼 특정 용품이나 옷을 회원에게만 판매하면서 회원의 자부심을 고취한다. 내가 회원인 올드헤드 역시 회원만 사용하는 옷과 모자 그리고 신발 등이 있다. 로열버크데일은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 지난 05년 장정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했다. 영국 교민인 유러피언골프협회 EPGA 멤버 백승호 프로가 현지 아파트를 빌려 선수들의 숙소와 함께 한국식 식사를 제공했는데, 그 덕인지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뤘었다. 당시 응원을 위해 그곳을 방문했던 나는 우승 후 장정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축하해주기도 했다. 지난 08년 패드레이그 해링턴이 우승했던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첫날 최경주가 단독 선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응원을 갔던 나는 당시 한국인으로서 현지인의 부러움을 샀었다. 그러나 최경주는 둘째 날부터 지독한 비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브리티시오픈은 변수가 많다. 왜냐하면 그 지독한 비바람은 주로 리더보드 상단에 있는 선수들이 티오프를 하는 오후에 강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비바람이 선두 그룹을 종종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올해 뮤어필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처럼  마지막 날 5타 차이도 극복하며 선두에 오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로열버크데일은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 영국 내에서는 가장 많은 대회를 유치한 코스이기도 하다. 54년 이후 브리티시오픈 9번, 브리티시여자오픈 6번, 라이더컵은 두 번(65, 69년) 개최했다. 특히 71년은 브리티시오픈 100회 대회를 개최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US오픈과 캐나다오픈을 연이어 우승하고 영국으로 날아온 리 트레비노가 우승했다. 브리티시오픈의 하루 갤러리는 약 5만명 정도다. 이들의 동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골프장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로열버크데일은 61년 과감하게 그린의 위치를 바꾸고 개조작업을 했다. 그 덕에 65, 69년 연이어 라이더컵을 유치하기도 했다.

 

 

 

 

 

 

 


 

링크스는 굴려서 공략하라 코스는 여느 링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딱딱한 페어웨이가 하염없이 볼을 구르게 하고, 그 볼은 숨은 벙커나 도그레그 모서리로 삐져나온 러프에 빨려 들어간다. 1번 홀(파4, 450야드)은 S자 레이아웃으로 다소 무거운 출발을 해야 하는 부담을 준다. 그래서 3번 우드나 롱 아이언으로 티오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2번 홀도 오르막이며, 페어웨이의 좌우 측 벙커를 조심해야 한다. 난이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홀로, 그린 주위를 병풍처럼 듄스가 둘러싸고 있다. 세컨드 샷이 길거나 부정확하다면 긴 러프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 벙커는 한번 굴러 들어가서는 절대로 그린을 바로 공략할 수 없는 구조다. 나는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리디아 고를 응원하려고 골프장을 방문했었고, 경기를 마친 리디아에게 링크스 코스의 공략법에 대해 조언했었다. 코스를 잘 모르는 리디아는 버디를 쉽게 노릴 수 있는 파5 홀에서 세컨드 샷으로 그린을 바로 공략했었다. 그린에 떨어진 우드 샷은 런으로 인해 벙커로 들어갔었다. 나는 ‘세컨드 샷을 롱 아이언으로 그린 앞까지 보낸 뒤 어프로치로 붙여서 버디를 낚으라’는 조언을 했었다. 이후 내 조언이 약간의 도움이 되었는지, 리디아는 파5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아마추어 부문 우승을 했다. 3번 홀을 비롯한 많은 홀이 티 박스에서 정확하게 아이피 IP(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볼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것은 티 박스 앞의 듄스가 높아 그 너머에 있는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언덕 때문에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게 설계된 코스가 없어서 다소 어색하다. 따라서 목표가 없으니 드라이버 샷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링크스에서는 그 점이 벙커만큼이나 어려운 요소다. 따라서 캐디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캐디의 조언이 좋은 스코어를 보장하지는 못해도, 경기를 망치는 것은 확실하게 막아준다. 어느 골프장을 가든 야디지북은 있다. 그 맵을 사전 또는 티 샷 전에 보고 전략을 세워 공략을 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은 코스 맵을 준비한 골프장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7번 홀은 도너츠 벙커로 유명한 파3(177야드) 홀이다. 게다가 모두 7개의 벙커가 그린을 호위하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샷에 임해야 한다. 통상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바람이 심한 날은 그린의 우측 벙커 쪽으로 오誤조준 해야 한다. 시그니처는 16번(파4, 416야드) 홀이다. 오른쪽 도그레그로 티 박스와 페어웨이 사이의 깊은 러프를 극복해야 한다. 일단 티 샷부터 적어도 230야드는 나가야 페어웨이에 도달할 수 있다. 정확하면서 긴 드라이버를 요구하는 홀이다. 물론 그린을 감싸고 있는 벙커 호위병을 피하는 정확한 아이언 샷도 필수다. 18번(파5, 527야드)은 승부 홀이다. 역시 긴 러프 지역을 지나야 페어웨이에 도달할 수 있다. 페어웨이 우측을 감싸는 고스 나무숲은 OB 지역이니 주의해야 한다. 그린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하얀 클럽하우스의 넓게 펼쳐진 창은 서쪽 아일랜드해협을 바라본다. 노을이 지는 저녁이면 그 창으로 고스란히 빨려드는 붉은빛 석양이 장관이다.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를 지켜보는 골퍼의 선글라스에도 석양이 물들어있었다. 그제야 왜 클럽하우스 외벽을 흰색으로 칠했는지 이해가 갔다. 자연을 이용한 인간의 예술품이라는 생각에 숙연했다. 그 시대에 이런 예술적 골프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었다.

 

 

INFO                                                                   

홈페이지 : http://royalbirkdale.com/

주소 : 워털루로드 Waterloo Road 사우스포트 Southport U.K. PR8 2LX 전화 : ++ 44 (0) 1704 552040 코스 : 1889년 개장, 설계가 : 조지 로우 George Low, 프레드 호트리 Fred Hawtree 전장 : 파72, 6817야드 특이사항 : 카트 불가

 

 

 

Sang Rok Kim                                                       

김상록: 선박중개업체 카스마리타임 대표, 아일랜드 올드헤드, 영국 웬트워스 회원, 구력 22년 핸디캡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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