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내셔널타이틀 퀸’ 유소연의 골프백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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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내셔널타이틀 퀸’ 유소연의 골프백 속 이야기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7.0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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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코스로 악명 높은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마지막 18번홀(파4). 1타 차로 쫓던 김효주(25)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친 벙커에 빠졌다. 우승을 눈앞에 둔 유소연(30)의 두 번째 샷도 약속이나 한 듯 그린 옆 벙커에 들어갔다. 까다로운 내리막 라이에 공이 걸렸고 공간이 거의 없는 홀까지도 내리막 경사였다. 김효주의 벙커 샷이 핀 가까이 붙어 파 세이브가 가능한 상황. 그러나 유소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환상적인 벙커 샷. 홀까지 남은 우승 퍼트 거리는 고작 60cm에 불과했다. 땡그랑. 긴장된 순간, 그가 의지한 건 오직 샷에 대한 믿음이었다. 

유소연은 21일 끝난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신지애(32)에게 져 준우승에 그친 한을 12년 만에 풀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0승째를 쌓은 그는 중국(2009년), 미국(2011년), 캐나다(2014년), 일본(2018년)에 이어 한국까지 5개국 내셔널타이틀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짜릿한 우승 감격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그는 우승 상금 전액(2억5000만원)을 덜컥 기부했다. 아름답고 완벽한 우승 세리머니였다. 유소연의 우승과 통 큰 기부 소식을 접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유소연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L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수확했다.   

대회가 끝난 사흘 뒤 24일 경기도 수원골프연습장 타이틀리스트 피팅 센터에서 환한 미소로 들어선 유소연을 만났다. 그사이 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붉은 원피스 골프 웨어로 갈아 입은 그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더 완벽한 샷을 위해 피팅을 받으러 방문한 날이다. 수많은 우승할 수 있도록 믿음과 자신감을 안겨준 그의 골프백 속 스토리. 유소연이 직접 들려주는 클럽 그리고 골프공, 장갑 이야기다. 

타이틀리스트와 첫 인연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시작은 골프공이었요. 그땐 사람들이 "가장 좋은 공"이라고 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죠.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잖아요? 공이라도 좋은 걸 써야겠다라는 생각에 타이틀리스트를 사용하게 됐죠. 감사하게도 타이틀리스트에서 주니어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골프공을 다룰 줄 아는 수준의 스킬을 가진 선수가 됐고 또 다양한 스킬 샷을 배우고 실제로 코스에서 사용을 해야 하는 수준이 됐을 때 '아, 타이틀리스트만큼 퍼포먼스가 나오는 공이 없구나'라고 많이 느꼈어요. 사실 타사 제품도 테스트를 몇 번 해본 적이 있어서 비교할 기회가 있었죠.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가 처음 공을 선택했을 때 유명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선수에게는 가장 믿음이 가는 공이죠. 퍼포먼스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공이나 클럽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윙을 먼저 점검하자라는 생각을 먼저 할 정도로 저에게 굉장히 믿음을 주는 공이죠.

타이틀리스트 Pro V1 골프공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제품을 쓰고 있는데 신제품으로 바꾸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가 새로운 것에 두려움 때문인가. 사실 새로운 공이 나올 때마다 바꿔서 사용했어요. 2019년에 새로운 모델이 출시됐는데 공교롭게 그 해가 제 골프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가장 볼 컨트롤을 못할 때였죠. 볼 테스트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스윙이 완벽하지 않고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문제가 나 자신인지 공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더라고요. 그래서 2017년 Pro V1을 고수하고 있는 거죠. 다행히 올해부터는 볼 컨트롤이나 스윙 느낌이 좋아져서 새로운 공을 다시 테스트해 볼 때가 온 것 같긴 해요. 타사 제품이 아니라면 공을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골프공에 대한 아쉬움이나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프로 선수는 웨지 샷을 많이 하고 공이 조금만 벗겨져도 혹시 다른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하거든요. 그래서 공을 자주 바꾸죠. 2017년 공은 내구성이 좋아서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어요. 2019년 공도 테스트를 해봤는데 역시 내구성이 좋더라고요. 

유소연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골프공 마킹이 궁금하다. 공에 빨간펜으로 돼지를 그려요. 돼지로 그리기 시작한 지 꽤 오래 됐어요.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죠. 아시안게임에 나갔는데 타이틀리스트에서 골프공에 태극마크를 크게 프린트 해서 줬어요. 사실 저는 골프공 마킹을 작게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로고 옆에 점을 찍거나 작은 별을 그리는 정도였죠. 그런데 나만의 표지가 크니까 공을 한 번에 알아보기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마킹을 크게 그렸어요. 그게 돼지였고요. 그 당시 별명이 '돼지'였어요. 많이 먹어서요. 한국에서는 '복돼지'라고 해서 좋은 의미로 해석하잖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돼지를 그리고 있어요. 

한국여자오픈 우승은 웨지와 퍼터의 퍼포먼스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18번홀 벙커 샷이 인상적이었다. 그 상황이 공에서 핀까지 12야드 정도였고 공을 떨어뜨려서 붙여야 하는 공간은 5야드 정도밖에 없었죠. 심지어 내리막 라이에 공이 놓여 있어서 스핀양을 많이 주기 힘들었죠. '큰일났다' 생각했어요. 어떤 분이 "너희는 마지막 홀을 위해서 17홀을 친 것 같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말도 정말 맞아요. 김효주 선수의 벙커 샷도 어려웠는데 둘 다 멋진 샷을 해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사용한 웨지는 58도였어요. 저희는 쉬운 라이보다 어려운 라이에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벙커 샷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많이 연습을 했던 샷이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 반, 조금 기적을 바라는 마음 반으로 했던 샷이었어요. 생각했던 샷 그대로 구현이 됐죠. 아마도 공과 클럽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모든 샷이 좋아 우승을 할 수 있었지만 특히 쇼트 게임이 안정적이었다. 쇼트 게임이 굉장히 좋았던 대회라고 생각해요. 웨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프로 선수의 경우 100야드나 120야드 내에서 피치 샷을 할 때는 꼭 버디 찬스를 만들어야 하고 반드시 버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치 샷을 하는 클럽이 바로 웨지죠. 또 웨지는 주로 리커버리 샷을 할 때 많이 사용해요. 버디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기를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웨지 샷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한국여자오픈의 난코스에도 보기가 4개밖에 나오지 않은 건 정말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웨지의 구성과 선택 기준도 궁금하다. 웨지 구성은 많은 선수들이 피치 샷을 하기 용이한대로 하고 있고 저도 그래요. 저는 50도, 54도, 58도 웨지를 넣고 다니는데 4도 차이로 구성하는 게 볼 컨트롤하기 가장 좋더라고요. 58도 웨지는 고민을 조금 했어요. 60도 웨지를 갖는 게 조금 더 스핀양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데 58도 웨지를 열어 놓고 컨트롤 하는 샷이 60도 웨지를 열어 놓고 할 수 있는 샷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58도 웨지를 열어 놨을 때 원래 기존 형태에서 변형이 되기 때문에 얼마나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있느냐가 문제였죠. 타이틀리스트는 어떤 모양으로 놓고 샷을 해도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60도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어요.  

왜 타이틀리스트 보키 웨지를 선택했는가. 특히 하이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선수일수록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항상 일정한 퍼포먼스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땐 타이틀리스트 웨지가 가장 일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웨지라고 생각해요. 그린 주변 스킬 샷 같은 경우는 58도 웨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죠. 50도와 54도 웨지는 스킬 샷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두 웨지가 중요한 이유는 일정한 거리감이죠. 특히 새로 나온 보키 디자인 SM8 모델이 피치 샷을 할 때 거리감으로는 지금까지 써봤던 보키 웨지 중에서도 가장 좋은 웨지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늘 완벽한 샷을 하면 좋지만 누구나 실수를 해요. 조금 뒤땅도 치고 조금 토핑도 치고요. 그런 미스 샷을 할 때 실수를 최소화 해줄 수 있다면 선수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거죠.  

웨지 스탬핑을 'Ryu'로 하고 있다. 희귀한 성이니까 그냥 'Ryu'라고만 써놓으면 '소연이 클럽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스탬프를 찍는 게 가능할 때부터 'Ryu'라고 해왔어요. 지금은 퍼터를 바꿔서 없는 스탬프인데 일본여자오픈 우승을 했을 때 갖고 있던 스카티 카메론 퍼터에는 'AKRAKA(아카라카)'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었죠. 연세대를 졸업했는데 응원 구호가 'AKRAKA'였거든요. 

클럽을 자주 바꾸는 편인가. 전 의심이 많은 편이에요. 다만 클럽에 대한 의심보다는 저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라서 한번 좋은 클럽이라고 생각이 들면 잘 바꾸지 않아요. 일단 의심할 일이 하나 없어지는 셈인 거죠.   

아마추어 골퍼에게 클럽 피팅의 노하우와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제 경우에는 처음 클럽 구성을 할 때 세 번 이상 피팅을 해야 완벽하게 제가 마음에 드는 클럽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클럽 피팅에 따라 퍼포먼스가 정말 다르게 나오거든요. 이번 대회를 하면서도 조금씩 바꾸고 싶은 것들이 있었죠.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비기너는 피팅 클럽을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본 자세부터 바르게 배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좋죠. 다만 어느 정도 골프공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골퍼는 피팅을 꼭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스윙이 망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안 좋은 샷이 나왔을 때 클럽의 문제인지 스윙의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는 거예요. 사실 클럽의 문제였다면 좋은 스윙을 안 좋은 스윙으로 바꾸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오른 골퍼는 피팅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작년 9월부터 새로운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100점! 정말 좋아요. 클럽을 잘 안 바꾸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퍼터는 특히 안 바꿔요. 예민하거든요. 클럽을 내려놨을 때 안정감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퍼터는 조금 더 예민하게 보는 편이죠. 지금 사용하고 있는 퍼터는 어드레스를 서서 보자마자 정말 편했어요. 제가 보는 방향과 클럽이 놓여 있는 상태가 매칭이 잘 돼서 바로 바꿨죠. 

최근 말렛 퍼터로 교체하는 경향이 많다. 블레이드 퍼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에게 그런 경계는 별로 없어요. 단지 클럽을 놓았을 때 마음에 드는 퍼터를 선택해요. 많은 분들이 스트로크의 타입에 따라 퍼터를 고르기도 하는데 저는 '나에게 맞는 퍼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퍼터는 불안감을 주지 않아야 하거든요.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퍼터, 어드레스를 섰을 때 편안한 퍼터가 좋아요. 퍼터 헤드의 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는 게 중요해요. 토가 심하게 들려 있는 퍼터를 사용하는 골퍼가 많더라고요. 저는 바닥에 편안하게 클럽이 놓여지는 퍼터가 좋은 퍼터라고 생각해요. 제가 쓰고 있는 퍼터가 정확히 그렇거든요. 

아이언 구성을 보면 6번부터 피칭 웨지까지다. 5번 하이브리드(25도)가 눈에 띈다. 요즘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이브리드를 잡으면 '비겁하게 치는 골퍼'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5번이나 4번 아이언을 쓰는 것보다 하이브리드로 치는 것이 훨씬 쉽거든요.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어려운 클럽으로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쉬운 클럽을 만들었는데 쉬운 클럽으로 더 잘 치면 되죠. 안 그래도 어려운 골프인데 어려운 클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5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는 아직 많아요. 제가 5번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컨트롤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에요. 보통 5번 아이언보다 탄도가 높게 뜨기 때문에 그린에 안착했을 때 도망가는 확률이 낮아요. 혹시라도 비겁한 골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선입견은 버리고 써 보시길 권해요.  

아마추어 골퍼는 장갑에 대한 중요성을 잊곤 한다. 여담부터 할게요. 제 친구가 "소연아 임팩트 때 클럽이 자꾸 돌아가는 것 같은데 뭘 고쳐야 해?"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좋은 장갑을 껴!" 그랬거든요. "무슨 프로가 그렇게 레슨을 하냐"고 하더라고요. 장갑도 바꾸고 그립도 좋은 걸로 바꾸라고 진지하게 조언했죠. 그 친구가 장갑을 바꾸고 쳐 보더니 "너 말이 맞다"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그런 부분에 예민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손의 악력을 부드럽게 하고 스윙을 하는 골퍼 중 한 명이에요. 그래서 장갑의 접지력이 중요하죠. 지금 쓰는 장갑은 접지력도 좋고 내구성도 좋아요. 일주일에 1~2개 정도 사용해요. 지금까지 제가 써 본 유일무이한 장갑이죠. 한 번도 다른 장갑을 끼어 본 적이 없어요. 비가 올 때 착용하는 장갑은 착화감이 달라서 미리 끼고 연습해 적응을 하고 나가기도 해요. 아마추어 골퍼도 비 올 때 낄 수 있는 장갑을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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