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 5·180·204…숫자로 재구성한 유소연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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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5·180·204…숫자로 재구성한 유소연 우승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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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한국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가 유소연(30)의 우승으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김효주(25)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여자오픈 품격에 걸맞은 가장 완벽한 챔피언 유소연의 우승을 숫자로 재구성했다.

★ 4
4개월 만에 실전에 출전해 단번에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이 넉 달 만에 대회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2월부터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유소연도 2월 빅 오픈과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한 뒤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지난 5월부터 전 세계 골프 투어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가장 먼저 재개했고, 한국여자오픈도 무관중이지만 개최를 확정하면서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출전을 결정했다. 잔디, 코스 컨디션 등이 기존에 플레이하던 LPGA 투어와 가장 비슷했고,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기 때문이다.

★ 5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내셔널 타이틀 수집가'다.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으로 5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챙겼다. 유소연은 앞서 중국여자오픈(2009년)과 US 여자오픈(2011년), 캐나다 여자오픈(2014년), 일본여자오픈(2018년)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일본여자오픈 우승은 한국여자오픈 우승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에도 한국여자오픈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US 여자오픈과 붙어 있어 한국여자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올해 9년 만에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한 유소연은 1라운드부터 선두권에 올랐고 2라운드부터는 선두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6번째 내셔널 타이틀로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바랐다. 그리고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임이 틀림없다"며 웃었다.

★ 18
유소연은 KLPGA 투어 시드가 없다. 2015년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우승 시드도 만료된 지 오래. 하지만 한국여자오픈 참가 자격 5번째 조항으로 여자골프 세계 랭킹 200위 이내 상위 5명(6월 5일 기준)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유소연의 세계 랭킹은 18위. 대한골프협회는 투어 시드가 없는 선수 중 김세영(6위), 유소연, 지은희(38위), 이민영(46위), 노예림(97위)에게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 19
국가대표를 발탁, 육성하는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표 출신은 유소연까지 19명이다. 앞서 이오순(1992년), 정일미(1993년), 김미현(1995·1996년), 장정(1997년), 김영(1999년), 강수연(2000·2001년), 정일미(2002년), 송보배(2003·2004년), 신지애(2006·2008년), 양수진(2010년), 정연주(2011년), 이미림(2012년), 전인지(2013년), 김효주(2014년), 박성현(2015년), 안시현(2016년), 오지현(2018년), 이다연(2019년)부터 유소연(2020년)까지. 한국여자오픈 챔피언은 거의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유소연은 2006~2007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여자골프 단체전·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여담으로 최근 우승자 중 국가대표나 국가 상비군 출신이 아닌 선수는 김지현(2017년)이 유일하다.

★ 180
마지막 18번홀(파4). 유소연을 1타 차로 쫓던 김효주가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트렸다. 유소연이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 투 퍼트만 해도 우승이 확정된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80야드. 4번 하이브리드를 칠까, 5번 우드를 칠까 고민하던 유소연은 김효주의 샷이 짧은 걸 보고 5번 우드를 잡았다. 하이컷 샷을 쳐 스핀을 주려는 요량이었다. 그러나 유소연의 공은 그린 왼쪽 벙커에 떨어졌다.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다. 벙커에서 핀까지는 공간도 별로 없었고 거기에 내리막 라인이었다. 그런데 유소연은 벙커 샷을 기가 막히게 핀 60cm에 붙였다(이땐 미디어 센터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소연은 "워낙 벙커 샷 연습하는 걸 좋아하고 다양하게 연습을 많이 했다. 사실 오랜만에 하는 우승이어서 그런지 60cm 파 퍼팅을 할 때 손이 덜덜 떨렸다. 벙커 샷보다 더 어려웠다"며 미소지었다.

★ 204

한국여자오픈 54홀 최소타 기록을 유소연이 새로 수립했다. 유소연은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04타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강수연(2001년), 신지애(2006년), 오지현(2018년)이 세운 11언더파 205타였다. 유소연이 1타 앞당겼다. 유소연은 1라운드에서 6언더파,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기록하며 2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몰아쳤다. 1·2라운드가 비교적 그린이 잘 받아준 덕도 있었지만, 유소연은 "오랜만에 경기하는 것이어서 욕심이 많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는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대감이 많이 없었던 게 1·2라운드에서 잘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 2008

한국 투어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대회를 꼽으라고 했을 때 유소연이 꼽는 대회는 바로 이 한국여자오픈이다. 유소연은 KLPGA 투어 루키였던 2008년 당대 최고의 선수 신지애(32)와 비바람 속에서 세 번의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무릎을 꿇었다. 12년 만에 당시 아쉬움을 날린 유소연은 "오늘 우승으로 당시를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참고로 신지애에게 한국 투어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도 이때의 한국여자오픈이다.

★ 6929

올해 한국여자오픈은 KLPGA 투어 역대 최장 거리인 6929야드 설정됐다.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다운 코스 세팅이다.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단단한 그린, 거센 바람. 이 모든 걸 이겨내야지만 한국여자오픈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 유소연은 "전장이 긴 게 나에겐 플러스 요인이었다. 나보다 훨씬 멀리 치는 장타 선수들은 미들 아이언을 많이 잡았을 수 있지만,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하이브리드, 롱 아이언을 많이 잡았을 거다. 나는 원래 하이브리드 컨트롤 샷을 즐겨 하고 연습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재밌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250000000

유소연은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이다. 유소연은 "꼭 우승해서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어젯밤에 생각했고, 시상식 전 어머니께 우승 상금을 기부한다고 발표할 테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도 좋은 일을 한다며 같이 기뻐해 주셨다. 오랜만에 하는 대회, 오랜만에 하는 우승이어서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대회다. 좋은 일을 한다는 목표를 가지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 기부처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기금으로 사용되는 곳에 기부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유소연은 지난 2월 호주여자오픈 상금의 절반인 4만5024달러(약 5400만원)를 호주 산불 피해 구호 기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chuchu@golfdigest.co.kr]

[사진=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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