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마일' 김하늘이 듣고 싶은 말, "너 행복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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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마일' 김하늘이 듣고 싶은 말, "너 행복해 보여"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6.0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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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환한 미소가 매력이던 '스마일 퀸' 김하늘(32)이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그가 미소를 되찾기까지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지금 이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일 강남 모처에서 긍정 에너지를 한껏 받은 김하늘을 만났다.  

김하늘을 만난 건 코로나19 사태로 JLPGA 투어가 개막도 못하고 있던 날이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않아 훈련 갔다 와서 '언제 시작할까'만 생각하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마음부터 꺼냈다. 

김하늘은 지난 1월 3주간 베트남에서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줄곧 한국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스윙도 간결하게 바꾸고 대회 개막 일정을 맞춰 컨디션도 끌어올렸다. 그런데 대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훈련을 갔다 와서 감이 정말 좋았는데….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긴장감도 없어졌다. 대회를 준비할 때 훈련을 몰아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지금은 원하는 샷 감이 덜 나오고 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김하늘은 한일 투어 통산 14승을 쌓았다.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은 뒤 2008년 3승을 쓸어 담았고 2011년 다시 3승을 수확해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석권했다. 2012년과 2013년 1승씩 추가한 그는 KLPGA 투어 통산 8승을 기록했다. 이후 2015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그는 2017년 3승을 포함해 6승을 챙겼다. 그러나 김하늘의 우승 소식은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김하늘이 골프채를 잡은 뒤 이 정도의 공백기를 가진 건 처음이다. 그에게는 값진 시간이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도움을 준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취미 활동도 즐겼다. 빵을 좋아해 쿠킹 클래스도 열심히 다녀 수준급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최근 힘겨운 시간을 잊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작년 하반기는 정말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견뎠다. 잘 견뎠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버텼던 것 같다. 그땐 너무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클 때마다 더 큰 실망을 하고 돌아섰다.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찾아온 허탈함이었다. 

"부모님도, 주변에서도 '네가 골프를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 나도 예전부터 '즐기는 골프를 하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다. 솔직히 선수는 성적과 연결될 수밖에 때문에 즐기는 게 어려웠다. '준비를 많이 했으니까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막상 대회 나가서 못하면 '난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절망감에 휩싸이곤 했다." 

얘기치 못한 휴식기(?)는 그에게 '힐링'이 되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가 잠시 골프와 거리두기를 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긍정 에너지다. 

"올해 휴식기를 보내면서 마음도 힐링이 됐다. 원래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스타일이었다. 쉬는 날 오히려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랄까.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힘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집에서 혼자서도 알차게 보내는 법을 알았다. 책도 많이 읽고 좋은 글도 많이 보면서 '내가 이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긍정적으로. 이젠 삶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더 성숙해진 삶에 대한 생각은 골프를 대하는 태도도 변화시켰다. 주위에서 김하늘에게 자주 하던 조언도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골프를 잘 쳐서 행복한 게 아니라 '김하늘은 골프를 하면서 정말 행복해 하는구나'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시즌에 들어갔는데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더 이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들고 싶지 않다."

김하늘은 오랜 휴식기를 마치고 12일부터 사흘간 엘리시안 제주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KLPGA 투어 시드가 없는 그는 초청 선수로 나갈 때마다 후배들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라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이 훌쩍 넘은 김하늘이 최근 자주 듣는 단어는 '결혼'이다. 동갑내기 이보미(32)가 지난해 결혼을 한 뒤 궁금해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해주시는데 진짜 쉽지 않다. (남자가) 없다. 왜 이렇게 없을까. 20대 후반에는 일본 투어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라 외로웠는지 결혼을 정말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해가 갈수록 '굳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혼자서도 재밌게 사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이어 그는 "그래도 언젠가는 나타나지 않을까요"라며 싱긋 웃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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