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캐디] 마스터스 없는 오거스타내셔널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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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캐디] 마스터스 없는 오거스타내셔널 모습은?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5.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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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해 동안 오거스타내셔널에 있었지만 마치 매일 처음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파일럿이 하늘 높이 오를 때 혹은 선장이 전혀 알지 못하는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채 눈을 뜰 때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본다. 어떤 풍경은 결코 질리지 않는 법이다. 

물론 우리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중이다. 매그놀리아 레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측면 도로를 따라 진입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적절한 대접을 받고 있다. 클럽은 얼마 전 우리를 위해 캐디 하우스를 지어주었고 그 안에는 TV 룸과 컴퓨터, 심지어 전담 요리사도 갖추어져 있다. 이곳은 5월 시즌을 마치기 전날 우리가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회원과 그들의 가족 혹은 게스트는 라운드를 하건 산책을 하건 아니면 연못에서 낚시를 하건 간에 코스 내에 있을 때는 스태프(대부분의 경우 우리를 의미한다)와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는다. 다만 아직 계층의 구분은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간단하다. 이곳은 골퍼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이고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의 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라운드는 회원을 포함해 친구나 사업 파트너를 대접하는 일이다. 우리는 단지 회원의 스태프로 ‘근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이 초대한 게스트를 위해서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직 이곳에 지원한 캐디의 7%만 고용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캐디들은 5번에서 10번의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자신의 개인 전담 캐디를 갖춘 회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날 아침 추첨에 의해 업무를 배정받는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다. 다시 말해서 회원들이 그룹 전원의 비용을 부담하므로 어떤 백을 담당하느냐를 놓고 크게 다툴 일이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정통한 게스트는 마지막 홀을 향해 갈 때 으레 얼마의 돈을 슬쩍 건넨다. 대부분 딱히 지갑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 팁은 우리보다는 자기 마음의 평온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팁을 받아서는 안 된다. 보안 카메라에 걸릴 것을 걱정하며 스스로를 편집증 환자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된다. 그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우리 일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점은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비록 약 10년 전에 비해 회원이나 게스트 모두 확연히 젊어졌지만 여전히 나이 든 사람들의 모임이고 이들 대부분은 오래 기억할 라운드를 서둘러 진행하려 하지 않는다. 한 그룹이 나머지 모든 조를 지연시킨다면 곤경에 처하게 되는 쪽은 골퍼가 아닌 우리다. 우리는 회원보다 훨씬 앞서 걸어가면서 골퍼의 다음 샷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어놓는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 샷을 할 준비가 끝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돈을 버는 곳은 그린 위다. 대부분의 라인은 한쪽으로 휘어지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골퍼 마음의 평정은 끊임없이 깨져나간다(나는 이 때문에 몇 번이나 떨어져나갔다). 클럽은 훈련을 많이 시키지만 완벽한 준비란 없다. 전직 캐디 한 명은 내게 17번홀을 파악하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곳은 그동안 내가 몸담았던 어떤 캐디 하우스보다 더 단단한 동료애로 뭉쳐 있다. 베테랑들은 기꺼이 신참의 스승이 되어주고 신참들의 열정은 모두를 활기차게 만들어주며 지적은 가차 없이 행한다. 개인적인 언쟁은 다소 있을 수 있겠지만 맥주 한잔 나누면서 풀지 못할 사건은 없다. 우리는 형제애가 아주 끈끈하다.

이 일의 나쁜 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캐디 복장은 기온이 30도가 넘고 습도가 90%에 이르는 날씨에는 숨 막히게 느껴질 수 있다. 훌륭한 라운드를 자주 볼 수 없다는 점이 조금씩 지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허튼짓에 대해서는 엄격하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다른 정상적인 직장과 무엇이 다른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나는 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언제나 누군가가 주시하고 있다거나 혹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여기는 분명히 긴장감을 조성한다.

오거스타내셔널에 대해서는 신비스러운 느낌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는 언제나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유명인사의 캐디를 담당한 적이 있는가 혹은 회원 중 인성이 나쁜 사람은 없는가이다. 나는 정치가, 음악가, 배우, 운동선수 등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축구 코치의 캐디를 맡았다(만일 대학 축구 상위 리그 팀을 맡았으면서도 오거스타내셔널에 초청받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멍청이가 분명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단연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왜 그런 짐작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부유한 유명인들을 보는 시각일 것이다. 사실 나는 전 세계의 손꼽는 명문 골프장에서 일해봤는데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큼 정중하다. 그토록 많은 회원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의 위치에 올라 있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사람을 대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무서운 이야기를 그리 많이 알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내가 담당하는 골퍼들에게 이번이 특별해지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상처를 내는 것이고 3퍼트나 그린을 놓친 것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다. 가끔 자존심이 강한 게스트 또는 자신을 아주 높이 평가하는 회원의 아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람들이 천국에 있을 때 행복해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가?

기억 할만한 경험이 있다. 나는 미국 전직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는 그룹에서 그의 친구를 담당했다. 캐디는 골프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통해 소유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스태프 백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게는 23kg이 족히 나갔고 한 번도 치지 않은 클럽이 채워져 있었다. 그는 레인지에서도 준비운동을 하는 대신 자신이 구입한 집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주 긴 라운드를 소화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친구는 1번홀 그린에 이르기도 전에 10타를 기록했고 2·3번홀에서는 더 형편없었다.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았는데 그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침내 9번홀에 이르렀을 때 대통령 경호원이 내게 ‘내가 당신을 이 처참한 상황에서 건져줄 수 있소. 그저 한마디만 하시오’라고 말하는 눈빛을 보낼 때 내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저 친구는 오늘 라운드에 대해 자네 탓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면 하네.” 대통령이 말했다. 허를 찔린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농담으로 대응했다. “사면을 받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하지만 그는 그저 미소를 지은 다음 계속 걸어갔다. 그의 친구는 그 그룹에 속해 있던 다른 사람과 형제간이었는데 그는 클럽의 명망 있는 회원이었다.

전직 대통령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그린 재킷을 입은 강력한 회원보다 아래 서열에 있을 따름이었다. 

[글_조엘 빌 / 정리_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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