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골프에 빠진 ‘순정파’ 열혈남아 김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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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골프에 빠진 ‘순정파’ 열혈남아 김동광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5.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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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신기한 스포츠다. 18홀을 거뜬히 도는 젊음으로도, 드라이브 샷 300야드를 보내는 짱짱한 힘만으로도 낮은 스코어를 낼 수 없는 게 골프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하나는 ‘설렘’이다. 칠순을 앞둔 김동광 한국농구연맹(KBL) 경기본부장은 골프 이야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지금도 푸른 잔디를 보면 골프장 입구부터 설레요.” 

“난센스도 이런 난센스가 없어요.” 김동광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며 한숨이다. “골프 모임에서 여는 대회 롱기스트는 거의 내 차지였는데 지금은 거리가 좀 더 나가는 클럽이 없느냐고 물어보고 다닌다니까요. 예전엔 거리가 너무 나가서 문제였는데….” 그럴 만도 하다. 김동광은 현역 농구 선수 시절 ‘열혈남아 가드’로 통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였다. 184cm, 96kg의 건장한 체구에서 뿜는 카리스마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코트를 호령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드라이버로 300야드는 거뜬히 날리던 그때 그 얘기다.

“한 해 한 해 거리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믿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요즘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최근 몇 년간 벤치 프레스 무게(현역 시절 130kg을 들었던 그는 현재 70kg으로 줄었다)도 차이가 별로 없는데 거리가 줄더라고요. 탄력이 없어져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몸의 꼬임을 더 줘야 하는데 유연성이 떨어지니까 또 그렇게 못합니다. 지금은 220야드 보내면 잘 나가는 거죠. 그래도 나이에 비해서는 아직 괜찮은 편이라고 해서 위안을 삼는 거죠.”

김동광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건 현역 은퇴 후 1983년 바레인 농구 대표 팀 코치 때다. 당시 바레인 탁구 대표 팀을 맡고 있던 이대섭 감독의 권유로 인연을 맺었다. 그 당시 테니스장에 아무도 오지 않아 영문을 물었더니 모두 골프 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는 독학으로 배웠다. 스윙에 대해 한마디 들은 거라곤 “그냥 골프채를 당겼다가 치는 것”이 전부였다. 이 감독에게 산 아이언 세트와 로스트볼 200~300개를 싣고 사막으로 나가 연습을 했다. 모래에 공이 박히면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3개월을 연습한 그는 바레인 한인골프대회에서 96타를 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년 9개월간 바레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실업 농구 팀 중소기업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5년 가까이 라운드는 꿈도 못 꿨다. 시대가 그랬다. 현역 시절에는 골프는 ‘아무나’ 하는 취미가 아니었다. 농구 대표 팀 코치 시절 김인건 감독의 권유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태릉선수촌 사격장 옆에 골프 연습장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낮잠 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곤 했다. 또 자택 근처 건국대 야구장을 허물고 만든 골프 연습장에 시간이 나는 대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당시엔 하이 소사이어티에서 즐기는 게 골프였어요. 은행 대리 30만원 월급쟁이가 무슨 라운드를 나가. 남몰래 골프 연습장 가서 죽어라 연습만 하는 겁니다. 출근 전 새벽에 가서 하고 퇴근 후 들러서 하고. 그때 드라이버 연습을 어마어마하게 했어요. 퍼시먼(감나무) 헤드가 닳아 부서져 수리해서 또 치고 할 때였죠. 어쩌다 한두 번 라운드 나가자고 하면 운동 없는 수요일 동트기 전 새벽에 나가 후딱 치고 오는 거였죠.”  

건국대 골프 연습장에서 그는 인기 스타였다. 가장 자신 있는 드라이버를 잡으면 사람들이 몰려서 구경도 했다. 300야드짜리 골프 연습장 끝까지 공을 날리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뭘 하든 승리욕이 있으니까 또 제대로 해야 하고. 한 달 끊으면 하루에 100박스를 쳐도 될 때니까 무지무지 열심히 했어요. 그땐 거리는 자신 있는데 전부 ‘난초’를 그릴 때죠. 그래도 그때 많이 쳐서 그런지 지금도 드라이버는 자신 있어요. 이젠 OB는 안 하니까 스코어도 들쭉날쭉하지 않아서 평균 타수는 지킬 수 있어요. 거리가 줄어도 젊은 친구들이 붙자고 하면 그냥 치는 거죠.”

그는 핸디캡 10이다. 최근 나간 라운드에서도 딱 82타를 기록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6년 전인 2014년 용인 수원골프장에서 적어낸 72타 이븐파다. 이글은 셀 수 없이 기록했고 1990년 가을 화성 남수원골프장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의 행운도 맛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골프 스타일도 세월을 탔다. 직업병 탓에 손가락 인대는 끊어진 상태고 무릎 연골이 다 닳아서 연습도 포기하고 라운드만 즐긴다. 마음을 비우니까 스코어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핀만 보고 지르던 예전과 달리 위기를 피해 간다. 그는 “요령만 늘었지”라고 말하지만 코스 매니지먼트다. 그는 늘 골프 앞에서는 겸손하다. 

“골프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모든 운동 중에 가장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골프 같습니다. 농구든 테니스든 어떤 스포츠도 어느 정도 하면 애버리지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놈’의 골프는 오늘과 내일 스코어가 10타 이상 차이 나요. 매일 똑같이 치면 재미없겠죠. 그게 골프의 참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골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나 봐요.” 

그는 골프가 멘탈 스포츠라는 것에도 격하게 동감한다. 그가 함께 한 KBL 총재들과 에피소드로 충분히 경험했다. “삼성 감독 시절 김영기 전 총재와 라운드를 나갔는데 전반에 36타 이븐파를 쳤어요. 총재님의 딱 한마디에 무너졌죠. “넌 애들 안 가르치고 골프만 쳤냐?” 후반에 52타 치고 88타로 끝났죠. 또 이정대 현 총재는 자신한테 엄격하고 동반자에게 후해요. 내기를 해도 동반자가 OB가 나면 멀리건을 주는 스타일이죠. 신기한 게 같은 편을 하면 절대 지지 않아요. 오늘 10만원만 잃자고 마음먹으면 10만원 따는 게 골프인 거죠.”

그는 KBL에서 근무하며 라운드 횟수가 크게 줄었다. 요즘은 연습도 못하지만 골프를 오래 하기 위한 습관은 운동이다. 현역 은퇴 이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는다.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대신 봉을 들고 스트레칭을 하고 빈 스윙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라운드 전날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당기는 기구 대신 밀어내는 운동만 한다. 그는 시니어 골퍼에게 철저한 자기관리를 권한다. “나이가 들수록 꾸준한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은 환경이 좋잖아요. 꾸준히 골프 연습장 가서 연습하고 헬스장 가서 근력 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얼마든지 18홀을 걸으며 골프를 즐길 수 있죠. 전 무릎이 아파 어쩔 수 없이 카트를 타지만요.”

그는 사실 올해가 칠순이다. 호적상에는 1953년생이지만 부산에서 출생신고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 탓에 실제로 태어난 해는 1951년이다. 하지만 그의 골프 열정은 숨길 수 없다. 

“지금도 골프장에 가면 흥분합니다. 클럽하우스 입구로 가는 길에 푸른 잔디를 보는 순간 그렇게 설레요. 지금까지 이런 설레는 기분이 드는 건 골프밖에 없었어요. 빨리 가서 치고 싶은 충동이죠. 인생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듯 골프도 마찬가지예요. 탄탄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젊은 친구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항상 도전하는 게 골프인 것 같습니다. 인생이 도전이고 삶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거잖아요? 골프로 배우는 게 많아요. 지금도 못해본 건 항상 하고 싶어요. 에이지 슈트는 더 나이 든 다음에 도전하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1언더파라도 꼭 해서 71타를 쳐봐야죠. 지금도 골프장 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콜!’입니다.” 

"지금도 못해본 건 항상 하고 싶어요. 에이지 슈트는 더 나이 든 다음에 도전하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1언더파라도 꼭 해서 71타를 쳐봐야죠.지금도 골프장 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콜!’입니다"

Q_아직 아이언 클럽은 스틸 샤프트를 쓰고 있다. 골프 숍에서는 ‘당신 나이에 누가 스틸을 쓰냐’고 묻는다. 그래파이트 샤프트 아이언을 쳐보면 편하긴 한데 샷이 왼쪽으로 감긴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잘 맞는 클럽을 쓰고 싶다. 바꿔야 할까?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

A_시니어 골퍼는 드라이버나 아이언 클럽의 샤프트를 결정할 때 주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이가 아니라 구력과 스윙 스타일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 시니어 골퍼도 다양하다. 구력이 30~40년 된 사람이 있고 이제 새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또 젊은 골퍼도 구력이 짧으면 골프를 위한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팔로만 치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면 힘보다 순발력이 떨어져 순간 스피드를 내지 못해 거리가 줄어든다. 거리를 늘이기 위해 무조건 약하고 가벼운 클럽으로 바꾸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클럽을 바꿨는데 오히려 거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구력이 오래된 시니어 골퍼는 젊을 때 잘 치던 클럽의 느낌을 나이가 들어서도 갖고 있다. 강하고 무거운 클럽을 사용하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같은 느낌의 클럽이 힘주기 편해 더 잘 맞을 수 있다. 카본 그래파이트 아이언이 팔로만 치는 젊은 사람에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실제로 100명 대상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아시아 스펙이 시니어 골퍼에게 잘 맞고 미국 스펙이 젊은 골퍼에게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 결과가 나왔다. 

강하고 무거운 클럽을 써온 시니어 골퍼는 무게를 조금만 줄여 경량 스틸 아이언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가볍고 부드러워야 멀리 나간다는 말만 믿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윤성범 스타일링골프 원장)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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